지표별 배점, 등급별 기준 구체화 방안에 관심 쏠려

대학 설립유형·지역·규모별 패널 분리 요구 높아

[한국대학신문 대학팀]지난달 30일 윤곽을 드러낸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 초안을 두고 대학가가 술렁이고 있다.

정책연구진은 정성평가를 도입하면서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좋은 대학’의 기준을 잡겠다고 제시했다. 대학 총장과 기획처장 등은 정성평가 도입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평가 결과가 대학을 5개 등급으로 나누고 등급에 따라 정원을 감축해야 하는 만큼 ‘결국은 상대평가 아니냐’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10개 영역, 23개 항목, 36개 지표와 특성화 분야를 별도로 평가하는 이번 초안 만으로는 당장 11월 평가에 대비하기엔 막연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구체적인 지표별 배점과 평가주체, 평가방식을 담은 편람이 나와야 본격적인 토론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겉은 절대평가, 속은 상대평가= 올해까지 시행된 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평가와는 달리 이번 대학구조개혁평가는 정성평가와 절대평가를 도입했다. 취업률이나 기숙사수용률 등 정량지표도 일부 정성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고 예고해, 실제 평가가 ‘어떻게’ 이뤄질 것인지 대학들의 관심이 높다. 정성평가의 특성상 신뢰성 확보 방안이 있는지, 각 지표별 가중치와 구체적인 배점은 어떤지 궁금해 하는 이들도 있다.

충북지역의 한 사립대 총장은 “정성평가를 늘리는 것 자체는 좋으나, 자짓 ‘그들만의 평가’가 되어 버리면 어쩌나 우려되는 건 사실”이라며 “개별 대학에 대한 사적 편견 없이, 최대한 ‘객관적인 정성평가’가 되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수도권 사립대 기획처장 역시 “전반적으로 교육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정성평가 도입안은 나쁘지 않다”면서도 “학교의 존립이 걸린 상황에서 정성평가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는 남아있다. 정성평가 자체의 신뢰성을 제고할 만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북지역 사립대 기획처장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각 평가지표에 대한 점수를 배분하고 점수 산술식을 짜느냐 하는 점이 관건”이라며 “결국에는 구조개혁을 위한 평가이고 결과에 따라 대학별 감축인원을 결정하게 된다. 평가편람(세부 배점)이 어떻게 될 것인지 논의에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정성평가와 절대평가가 도입되더라도 결국 활용 방안은 등급을 나누는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대학들은 지역과 설립유형, 규모별로 패널을 나눠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강병수 충남대 기획처장은 새로 발표한 평가지표에 ‘대학별 다양한 이해관계’가 반영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강 처장은 “사립대나 국공립대, 큰 대학과 작은 대학, 서울과 지역의 대학 등 다양한 여건의 대학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새로 발표한 평가지표도 기존과 같이 한 잣대로 평가를 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강 처장은 또 “국립대의 교원확보는 정부의 티오에 의해 이뤄지는데, 평가지표 상의 ‘교원확보률’을 맞추려다보니 초빙교수나 시간강사 등 한시적으로 교원을 충원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제대로 된 교원확보률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사립대와 국립대의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하지만 여전히 평가는 같은 잣대로 한다는 것이다.

반값 등록금 정책을 시행 중인 서울시립대는 ‘장학지원 지표’에서 국공립대가 불리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학 김충영 기획처장은 “학생 1인당 장학금을 절대 금액으로 평가할 경우 등록금 자체가 낮은 국공립대가 굉장히 불리하다”고 토로했다. ‘세입 확보’ 지표에 대해서도 시립이나 도립대는 입학전형료, 임대료 등 세수가 발생하면 모두 지자체로 들어가기 때문에 사립대에 비해 불리하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대학 규모에 대해서도 “입학정원은 1만명 단위로 대형과 중소형 대학을 나누고, 수도권과 지방대학을 나눠서 그에 맞는 지표를 재설정하고 평가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사립대도 불만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김승억 세종대 기획처장은 “과거 시뮬레이션을 참고하면 국립대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며 “국립대는 국가에서 예산을 전적으로 지원해주고, 사립대는 등록금 상한제로 재원이 동결·인하돼 실험실습비와 장학금 확충 등 요구치가 높다. 여건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인증평가와 중복, 교육부·협의체 힘겨루기 양상=이번 평가기준을 두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기관평가인증 기준과 유사하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 대학들은 ‘중복 평가는 불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국공립대학총장협의회장인 지병문 전남대 총장은 “대교협의 지표안하고 거의 비슷하다. 기본적인 생각은 교육부가 중심이 되어서 대교협이 수십년간 쌓아온 대학인증평가가 있으니까 그것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협의체들은 우선 인증평가 결과를 토대로 교육과 연구, 시설 등 기본 여건을 갖추지 못한 대학은 2단계 평가를 통해 강력하게 구조조정 하자는 의견”이라며 대교협과 전문대교협이 교육부에 제안했던 ‘인증평가 활용안’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둘 중 하나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실정이다. 결국 정부 주도 평가가 구조개혁 등 더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면 기존 인증평가가 설 자리가 있겠느냐는 말이다.

전문대학의 한 처장은 “결국 인증평가와 구조개혁평가가 흡수 통합돼야 한다고 본다”며 “사실 기관평가인증 지표가 70가지가 넘을 정도로 정교화된 상황에 더 새로운 지표를 기대하기는 무리이다. 그렇다면 흡수 통합이 답”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와 정책연구진은 대학협의체와의 협의를 통해 인증평가와의 연계점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정책연구책임자인 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은 “대교협과 전문대교협의 기관인증 평가가 대학교육 질 관리에 기여하기는 했으나, 대학 협의체가 평가주체인데다 신청기관 대부분을 인증하기 때문에 신뢰도와 객관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어 그대로 반영하기는 어렵다”며 “추후 평가결과를 어떻게 수용하고 활용할 것인지 대교협, 전문대교협, 교육부와 논의하면서 법적 근거를 만들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협의체에서는 구조개혁 평가 주체나 방식, 지표도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대교협의 한 고위관계자는 “체조를 하지 않은 사람이 체조선수의 경기를 심판할 수 있나”라고 되물으며 “대학을 완전히 외부에서 평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미 대학협의체가 30년간 평가지표를 갈고 닦아왔으며, 평가위원 역시 대다수 기관인증평가 위원과 겹칠 가능성이 높다. 안 그래도 대학 자율성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 정부가 전부 주도할 수는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대학구조개혁법 통과도 안 됐는데”= 교육부와 정책연구진은 10월 중 서면 등으로 추가 의견을 접수해 구체적인 평가방식을 결정하고, 오는 11월 중 편람을 공개해 1주기 평가까지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촉박한 일정에 대학들은 너도나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아직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대학구조개혁 및 평가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데다, 야당에서 대체입법안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표부터 나오는 건 순서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수도권 사립대 기획처장은 “상식적으로 11월 자체평가는 법안이 통과된 뒤 하는 것이 맞다. 교육부는 2016년 정원을 줄이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대학에 헛수고만 시키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대학의 사활의 걸린 문제고 인력과 재원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만큼 법안 통과 여부를 지켜본 뒤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 지방 사립대학 기획처장은 “평가 지표와 각종 정보를 사전에 공정하게 공지를 해줬으면 좋겠다”며 대학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평가지표 확정안이 공청회 당일 아침에야 공개된 데 대한 불만이다. 그는 “정부가 공청회에 앞서 미리 관련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현장에서 묻고 싶은 점이나 대안을 꼼꼼히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구조개혁법 관련 논의는 국회에서도 11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실 관계자는 “야당은 김희정 의원의 법안의 독소조항에 ‘불가론’으로 맞서고 있기 때문에 국정감사 이후 대체법안 논의와 함께 공론화 할 것”이라며 “대학구조개혁에 대한 신뢰를 높이지 않으면 논의가 진척되지 않을 것이고, 법안 통과 없이 평가를 진행하더라도 구조개혁에 적용할 수는 없다. 11월 중순 이후 여야가 같이 추천하는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논의를 진척시키겠다”고 말했다.

박대림 교육부 대학학사평가과장은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구조개혁 논의는 꾸준히 진행돼 왔고 이제 그 위기가 눈앞에 닥친 만큼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시급성 측면에서 먼저 평가지표 개발에 들어간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당장 이달부터 여러 대학협의체로부터 서면 등으로 의견을 수렴해 11월 평가 편람에 반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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