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진(본지 논설위원/ 전북대 교수)

현 정부가 들어선 지 1년 반이 지나고 있지만 정책설계단계부터 개혁정책의 철학과 전략 부재라는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지방대 육성과 대학구조개혁 정책이 그 예다. 이미 오래전부터 지방대 육성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기 때문에, 지난 2013년 12월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2014년부터 대학구조개혁과 그와 연동된 대학특성화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지방대를 육성하기는커녕 더욱 궁지에 몰고 있는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학구조개혁 관련 법 제정과 관련 없이 교육부가 지난달 30일에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 개발 관련 공청회를 개최함으로써 개혁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평가지표는 10개 영역, 23개 항목, 36개 지표로 구성되며 특성화 영역은 별도로 마련된다고 한다. 평가영역은 대학의 중장기 발전계획 및 학생 선발, 교육과정, 학사 관리, 학생 지원, 대학 여건(시설, 인력, 재정), 교육성과, 교육 만족도, 사회 기여 등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 올해부터 2022년까지 3주기로 나눠 주기마다 모든 대학을 절대평가해 평가등급에 따라 정원을 차등적으로 줄여 대학정원을 16만명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발표된 평가지표가 대학구조개혁을 위한 적절한 지표인가 하는 의문은 차치하더라도 이러한 평가에 의한 구조개혁 방식은 설립별·지역별·대학규모별 대학의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대학입학정원 감축과 연계시킨 이번 대학특성화 사업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특성화 사업 최종 선정 결과, 2014년에 선정된 108개 대학들은 2014학년 입학정원 대비 2015학년에 2.6%, 2016학년에 6.0%를 단계적으로 감축해, 2017학년까지 총 1만 9085명(7.3%)을 감축할 계획이다. 그에 따라 수도권 대학은 평균 3.7%를, 지방대학은 평균 8.7%를 감축하게 된다. 그리고 교육부는 이번 대학특성화 사업으로 인한 정원감축은 2014년 하반기에 추진할 대학구조개혁 평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공식적인 입장을 보였다. 결국 정부 주도로 강력히 추진되고 있는 대학구조개혁의 파급효과가 지방소재 대학과 중소 대학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견되고 있다.

또한 현 정부의 대학구조개혁은 저출산에 의한 학령인구 감소 현상에 대비해 대학의 수와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단순 축소지향적 대학구조조정 정책으로서, 우리 대학의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위한 ‘진정한’ 대학구조개혁 정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현재의 대학구조개혁이 추진된다고 해서 우리 고등교육이 당면하고 있는 대학서열주의, 학력학벌주의, 지역간·계층간 교육양극화 등 갖가지 교육적·사회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그러한 문제점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방대 육성을 위한 교육부의 의지 문제도 지적될 부분이다. 교육부는 2015년 교육예산에 고등교육 관련 예산을 10조 5341억 원을 편성했고, ‘지방대학 육성 사업’에 2075억 원을 반영함으로써 현 정부 5년 동안 1조 20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참여정부가 지방대 육성을 위해 5년 동안 2조 8000억원, MB정부는 1조 8000억원 정도를 지원하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 정부가 과연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대학교육의 핵심은 자율임에도 불구하고 언제까지 정부는 대학을 믿지 못하고 행정권력으로 대학을 이끌려고만 하는지, 그러한 행보가 과연 대학의 체질 개선을 위한 진정한 노력인지 반문하고 싶다. 대학경쟁력은 그에 걸맞는 투자에서 얻어지는 것이지 단순히 대학규모를 축소한다도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구조개혁 정책은 결국 지방대 육성 관련 법제정의 정신을 훼손시키며 고등교육 생태계의 기반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대학구조개혁의 방향과 전략을 재설계해야 한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진정한 대학구조개혁을 위한 정부의 결단을 촉구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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