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교수 업적평가 달라져야 하는 이유
[특별기고]교수 업적평가 달라져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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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행복(한양대 교수)

좋은 학자가 좋은 교육자가 된다고 전제하면, 연구업적평가를 통해 교수들이 연구에 매진토록 독려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평가의 항목이나 기준이 잘못 설정되면 교수들의 연구활동이 저해받을 수도 있다. 교수업적평가가 학술지 논문에 대한 양적평가 위주로 진행되고  대학들이 덩달아 논문 양산을 교수들에게 요구함으로써 학문생태계가 오염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문사회 분야의 경우, 석학들 다수 전문학술서를 통해 세상과 접촉했다. 해마다 한두 편의 소논문을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연구를 지속할 기회를 박탈당했더라면 그들의 상당수가 학술사에 이름을 못 올렸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평가제도는 교수들을 학술지 논문 산출에 매달리게 함으로써 전문학술서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저작물 산출을 억누르며, 장기간의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연구에의 의욕을 퇴화시키고 있다. 또한 그러한 여건에서 만들어진 성과물조차 평가에서 무시하거나 홀대하고 있다.

교수는 제도교육의 틀만이 아니라 여러 경로를 통해 그 연구성과를 확산하고 사회와 소통한다. 그런데  논문 위주의 학술활동은 독자층을 전문가로 제한해 대중과의 소통을 가로막고, 사회적으로 무용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문사회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학술서는 물론이요 수준 높은 교양서나 번역서에 대해서도 충분한 가치를 인정함으로써  대학에서 이뤄진 성과의 사회적 확산을 추동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하나의 큰 문제점은 한국학자로서의 공부를 소홀토록 한다는 점이다. 인문사회 분야의 학자들은 그가 소속된 집단의 발전에 기여하는 공부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의 평가제도는 이를 억압하는 역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문,이과를 막론하고 해외의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에 매우 높은 가산점을 부여함으로써 우리 자신에 대한 공부를 억제하는 것이다. 지역이나 나라에 따라 인정받는 가치가 다를 수 있는 것이 인문사회 분야이기 때문에 SSCI나 A&HCI 등에 수록된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들을 너무 우대하면 학자들은 자신의 연구 방향이나 서술 방식을 그것들의 평가기준에 맞추게 된다. 또  다른 집단의 관심거리와 연구방식에 몰두하게 되며 자신의 문제에 대한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없다.

201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교수가 세계 3대 과학 학술지에 논문을 싣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 이유는 학술지들이 ‘권력화됐다’는 것이었다. 학술지가 학자들을 지배하려 들고 과학계의 연구방향을 왜곡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보편타당한 원리를 밝히고자 하는 자연과학의 경우도 이렇다면 특정 지역이나 시대를 다루는 인문사회 분야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각할 수 있다. 우리의 사회과학자가 한국의 문제에 대해 대답할 수 없다면, 우리의 인문학자가 해외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기 위해 한국인으로서의 학문적 입장을 포기한다면, 외국에의 학문적 종속 초래는 불문가지이다. 모국어 학술토론을 저해하거나, 학문의 정체성을 훼손하거나, 국내 학술지의 발전을 막아서는 안 된다. 무분별한 ‘국제화’가 문화식민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 인식되어야 한다.

대학평가의 ‘서열 매기기’ 결과가 대대적으로 보도되기 때문에 대학의 총장들에게는 그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그리고 ‘평가’라는 틀로 감독되는 교수들은 평가결과에 따라 승진·재임용·정년보장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교육이나 봉사 영역에서는 비슷한 점수를 받기 때문에 연구영역에 대한 평가가 교수들의 활동을 거의 규정할 수 있다. 연구업적평가기준의 개선이 매우 시급한 이유다.

학문 분야의 특성을 반영한 평가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일률적으로 논문을 주된 성과로 인정하는 것은 오류다. 지금의 교수업적평가는 인문사회 분야의 장기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를 포기하게 만들고, 다양한 글쓰기를 억압하며 창의적인 단행본 저술이나 번역 활동을 위축시키고 나아가서는 학자들의 사회적 성찰과 실천을 제약하고 있다. 한국의 학문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있는 교수업적평가제도를 바꿔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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