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위기' 어둠 밝히는 27개의 희망 'ACE대학'

자율성에 기초해 학부교육에 투자하는 유일한 정부 재정지원사업
ACE대학 학생들, 자부심 월등하고 학습에서도 긍정적 효과 ‘입증’

▲ 지난달 전북대에서 열린 제7차 ACE포럼에 참가한 ACE대학 총장들의 단체사진.(사진제공=전북대)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사업 시행 5년차에 접어들면서 ACE 사업(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의 긍정적 효과에 교육계가 주목하고 있다. 교수와 학생, 직원 등 대학 구성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사업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실제 K-CESA와 ACE사업 종단연구 등에 의하면 ACE대학 학생들의 소속감과 자부심이 비ACE대학에 비해 매우 높고, 학습에 대한 열의와 적극성도 상대적으로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로 지난 2010년부터 학부교육 우수모델을 발굴·확산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ACE 사업은 우리 대학의 자발적인 변화와 혁신을 유도해 이른바 ‘잘 가르치는 대학’이라는 고유 브랜드를 창출한 성공적인 사업으로 교육계 안팎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물론 취업률과 연구논문 실적과 같은 가시적인 성과로 정량화할 수는 없지만, 이들 ACE대학 현장에서는 보다 근본적이고 긍정적인 변화의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희망의 사례’가 대학 사회 전반에 확산된다면, 보다 많은 대학들이 오늘날 먹구름처럼 드리운 ‘대학의 위기’로부터 멀찌감치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 ACE대학의 성과, 종단연구로 증명 = ACE사업 성과는 취업률과 같이 정량적인 지표로 나타내기는 어렵지만, 학생들의 지적 성취감이 고취되고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등 대학들이 전보다 ‘잘 가르치고 있다’는 증거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 2013년 학부교육 실태조사 결과(출처=ACE협의회 소식지)

지난 2011년부터 배상훈 성균관대 대학교육혁신센터장 등은 ‘학습참여 6요인과 대학생의 대학몰입(Institutional Commitment) 정도(재학 대학에 대한 소속감과 자부심)를 핵심 지표로 하는 ‘학부교육 실태조사’를 진행해오고 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당시 25개 ACE대학들은 29개 비ACE대학들에 비해 높은 수준의 학습참여를 보였다. 세부적으로 학습량과 능동·협동적 수업 참여, 지적 활동, 친구 및 교수와의 인간관계 등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ACE대학 학생들의 소속감과 자부심은 월등했다. 배 교수는 “조직행동론의 관점에서 볼 때, 소속 집단이나 조직이 자신을 돌보고 지원한다는 생각이 클수록 긍정적인 행동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지난 3년간의 종단분석 결과는 더욱 흥미롭다. 대학생의 학업도전 및 교수와 상호작용 요인에 관해 ACE대학과 비ACE대학을 비교분석한 결과, 상당수 ACE대학들이 2013년 현재 높은 수준이면서 동시에 2011년 대비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배 교수는 “이상의 분석은 비록 대학생의 학습참여 관점에 제한된 분석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며 “ACE대학 학생들은 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성공적인 대학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인간관계의 면에서 성공적이었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학생들은 졸업 후 취업 및 진학 등의 면에서 높은 성취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대학의 의미’ 일깨우는 긍정적 사례들 속속 등장 = 실제 ACE 사업을 통해 '배움에 대한 열정'을 깨달았다는 교수와 학생들의 사례는 많다. 

정재영 아주대 기초교육대학 교수도 교육의 즐거움을 경험했다. 아주대는 매주 화요일 점심때마다 각자 준비한 도시락을 먹으며 자유롭게 고전을 읽고 토론하는‘고전 브라운 백 강연’(Brown Bag Lectures)을 한다. 정 교수는 "브라운백 강연이 2011년 부터 ACE 사업의 지원을 받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매주 개근하는 '단골'이 생겨날 정도가 됐다"고 자랑했다.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언론영상전공 4학년 박성준 씨는 ACE 프로그램를 통해 광고인이 되기 위한 창의력을 높이고 광고 역량을 쌓은 과정을 발표해 지난달 열린 ACE포럼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박씨는 뒤늦게 광고에 관심을 갖고 광고홍보전공을 복수전공으로 시작했지만, 사실 창의적인 사고가 상당히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창의적 사고와 아이디어 발상’ 교과목 수강, ‘대가 공부會 전공 튜터링’, ‘會지원사업’ 등 창의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ACE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했다. 박씨는 “교내에 ACE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정말 막연했을 것이다. 도전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잠재력을 일깨워 준 ACE 프로그램은 인생에 큰 폭발을 일으킨 기폭제였다”고 말했다.

[ACE대학 현황]자율성에 기초한 인재양성… 대학도 ‘신바람’
지난 2010년 출범한 ACE 사업은 올해 제2주기(사업기간 2014년 6월〜 2018년 2월) ACE대학 13개교를 새로이 선정했다. 이번 선정 심사에는 무려 96개 대학이 신청해 경쟁률 7.4대 1을 기록할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현재 신규 선정 대학과 2011년과 2012년 선정돼 사업기간이 남아있는 계속지원 대학을 포함해 모두 27개의 ACE 대학이 있다.

 

<인터뷰>김영식 ACE협의회장(금오공대 총장) “‘잘 가르치는 대학’이 명문대 될 수 있다는 희망과 가능성 보여줄 것”

- 그동안 ACE 사업의 성과는.
“ACE 사업은 우선 대학에서 교육에 힘쓰는 교육자들에게 자긍심을 안겨주었다. ACE대학 구성원들은 ACE 대학임을 매우 자랑스러워한다. 또 ACE 사업은 정형화된 특정 잣대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학교가 양성하고자 하는 인재형에 맞춰 자율적으로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이에 대한 지원이 이뤄진다. 덕분에 ACE대학은 원하는 인재에 대해 대학 내부적으로 합의된 방법을 통해 인재 양성이 가능하게 됐다. 기존 정부재정지원 사업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 결과 ACE 사업은 지난 4년간 대학구성원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정부, 국회, 언론 등에서도 사업의 우수성에 대해 인정받고 있다. 올해 2주기 ACE대학 13개교가 추가 선정됐고, 이 중 6개교는 기존 1주기에 4년간 지원받고 이번에 재진입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실증적으로도 교육부의 K-CESA(대학생 역량진단평가 도구)와 ACE 협의회의 학부교육에 대한 종단연구 등을 통해 교육의 질과 역량이 크게 강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ACE 포럼이나 공동저서, 소식지 등을 통해서 여러 대학들의 특색 있는 선도모델 구축사례를 보면 “아! 이래서 ACE 사업이 필요하구나”를 절실히 느낀다.“

- 학부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학부교육의 중요성은 학부교육을 받은 졸업생 대다수가 기업을 포함한 사회로 진출한다는 데 있다. 기업들은 대학 졸업생들의 인성과 창의성, 의사소통능력, 리더십, 업무능력이 부족하다며 재교육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한다고 불만이다. 이는 곧 교육의 내용과 질에 대한 불신이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대학들은 각종 대학 평가에서 사용되는 지표에만 관심을 쏟는다. 취업률에 매몰되고, 교수들은 교육에 대한 관심보다 논문 발표 실적에 급급해한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이 학부에서 어떠한 역량을 키웠고 교육을 받았는가에 따라, 기업을 포함한 우리 사회 여러 영역의 경쟁력이 결정된다.”

- 미국의 ‘리버럴아츠칼리지’처럼 우리도 세계적 학부대학이 나올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ACE 사업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일 것이다. ACE 사업은 학부교육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추고 소수의 양적지표에 얽매이기보다 대학이 스스로 제시한 발전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에 대한 질적 평가를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리버럴아츠칼리지들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학부중심의 소규모 대학이지만 각 대학들은 길러내려고 하는 명확한 인재상과 교육목표가 있었고 이를 위한 우수한 교육시스템이 뒷받침 되었을 것이다. 다만 우리 현실에서 한계점 또한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선 지나치게 성과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취업률 올리기 등의 표면적 성과에만 집중하면 대학의 모든 역량이 지표 향상에만 매몰돼, 대학의 사명인 '잘 가르치는 것'에 대한 정체성에 혼란을 초래하고 말 것이다. 정부기관도 마찬가지다. 단기적인 성과 도출에만 연연하지 말고, 기다려 줄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국이 우수 학부중심 소규모 대학을 명문대학으로 여기듯이, 우리도 ‘잘 가르치는 대학’을 명문대학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풍토가 정착돼야 할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사회는 대학으로 하여금 돈벌이가 되는 연구활동 등에 성과를 내라고 압박하게 된다. 이런 때일 수록 ACE 대학을 비롯한 대학 지성인들의 균형 잡힌 시각과 고등교육의 이념을 지키려는 의지와 지혜가 더욱 절실하다.”

- ACE대학들의 당면 과제는.
“지난 4년간 ACE 대학들은 열성적인 노력과 성공적인 사업수행으로 대학과 교수, 학생, 학부모로부터 높은 호응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ACE 사업은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기 어려운 점이 있어 매년 교육부로부터 예산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의 중요성은 누구나 인식하나, 실제 예산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사업진행이 어렵게 된다. ACE협의회는 예산이 지속적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성과를 널리 확산시키고, 대학교육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도록 다각도로 홍보에 나설 예정이다. 또 성과관리(측정)방안을 개발해 사업의 효과성과 정당성을 찾아갈 계획도 갖고 있다. 나아가 AC E대학들은 이 사업을 통해 '잘 가르치는 대학도 명문대학이 될 수 있다'는 희망과 가능성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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