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년(乙未年) 새해가 밝았다. 붉은 둥근 해가 어제와 다를 바 없겠지만 첫날 힘차게 떠오르는 해를 보며 새롭게 희망을 품는 것은 한 해에 대한 저마다의 기원과 소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靑羊)의 해, 새로운 도약과 전진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시련과 도전의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각 대학 총장들이 발표한 신년사를 봐도 키워드는 위기, 변화, 개혁, 미래라는 단어들이다. 또 구성원들간 화합과 소통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그만큼 올해 대학들이 맞딱뜨릴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뜻일 것이다.

2015년은 광복과 분단의 역사 70주년을 맞는 해이다. 숫자 의미 이상으로 우리를 짓누르는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문제와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지금 올해가 과거와 미래의 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각 언론에서도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렇다.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지난 70년 앞만 보고 달려왔다. 변변히 가진 것도 자원도 없는 황량한 벌판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해 왔으며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그 과정에서 대학의 역할도 지대했다. 광복이후 이념과 사상의 갈등과 혼돈속에서 민족이 나아갈 바를 제시해 왔으며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온 정의의 보루이기도 했다. 산업화 과정에서는 경제발전의 역군을 길러 낸 인재 양성의 요람이었다.

그러나 근래 민주화와 경제적 풍요의 이면에 숨겨져 있던 우리 사회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대한민국은 곳곳에서 신음하고 있다. 정치적 분열과 갈등, 경제적 양극화, 계층간 갈등, 세대간 단절 등등 곳곳에서 브레이크가 걸리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학령위기 감소에 따른 정부 주도의 대학구조조정으로 대학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대학경영의 비효율성, 왜곡된 지표경쟁, 학문의 폐쇄성은 대학의 경쟁력을 좀먹고 있다. 원칙없는 대응과 시장원리에 휘둘리는 교육 정책은 대학의 글로벌화를 무색케 한다. 갑(甲)질 논란이 불거지고 무너진 성윤리와 각종 학원비리는 대학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해 세월호 침몰에서 야기된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실은 결국 철학없는 대학교육의 책임론까지 불러오지 않았던가. 이제 대학은 새로운 좌표를 세워야 한다. 낡은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접목해야 한다. 대학부터 교육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 대한민국 미래 경쟁력의 동력이 돼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가 우리 대학에 요구하는 책무성이다.

본지는 지난해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이 사라진다는 기획기사를 연재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이 기획을 통해 목전에 도래할 교육의 미래 위기를 집중 조명하고 대응방안과 해법을 제시한 바 있다. 대학 총장을 대상을 한 설문조사에서는 총장 대부분은 당장 떨어진 발등의 불 때문에 미래를 준비할 겨를이 없다는 고충을 토로한 바도 있다. 그러나 대학의 격랑은 이미 예고되고 있다. 2017년부터는 당장 입학 자원인 고교 졸업생보다 대학 정원이 많아진다. 대학의 위상과 교육 시스템의 변화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대학의 위기는 미래를 준비하는 자에게는 분명 기회가 될 수 있다. 광복과 분단의 세월 70년동안 질적 양적으로 무한성장해 온 대학은 이제 제2의 도약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할 때이다. 정부 당국도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대학과의 합의와 발전적 소통으로 힘을 보태야 한다.

양(羊)은 무리를 지어다니는 습성을 가진 동물이다. 양처럼 전 구성원이 마음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고 대학을 바로 세우는 희망찬 새해가 되기를 다시한번 기원한다.
한국대학신문도 대학의 미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고 대학 발전을 지켜보며 함께 성장하는 대학언론으로서 그 소임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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