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협약도 못한 상태, ‘교육특화단지’ 청사진 믿고 인근 아파트 속속 분양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실체없는 서울대 시흥캠퍼스가 아파트 분양 시장을 과열시키는 불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 2009년 사업을 실시키로 한 지 6년이 되었지만 아직 구체적인 건설계획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시흥시는 최악의 경우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내용의 계약을 민간사업자와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에 하나 시흥캠퍼스 조성계획이 무산되거나 계획보다 축소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예정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서울대의 사업추진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이 요구되고 있다.

26일 서울대와 시흥시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에 각각 두 차례 배곧신도시 지역특성화(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 사업 실시협약을 연기한 후 다음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실시협약은 서울대 시흥캠퍼스에 들어설 시설의 규모와 종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시와 서울대, 특수목적법인(SPC)이 맺는 계약으로 MOU(사전양해각서)와 달리 법적 효력을 지닌다.

시흥시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서울대의 결론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급해하는 시를 향해 서울대 측은 공식문서도 아닌 구두로 “성낙인 총장이 적어도 취임 1주년이 돌아오는 올해 7월까지는 답을 주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만 전달한 상태다. 그러나 양측은 이번에도 실시협약이 아닌 MOU를 체결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서울대 본부 관계자는 “약속대로 시흥캠퍼스를 조성하긴 하겠지만 학내 반발과 같은 돌발 변수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면서 “실시협약은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것이므로, 일단 MOU로 시간을 연장하고 추후 논의를 해나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서울대 시흥캠퍼스를 내세운 배곧신도시 내 아파트 분양은 속속 마감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신도시내 공동주택용지 B4단지 635세대와 B7 1442세대, B8 1414세대, B9 1113세대가 분양을 마감했고, B11단지 1647세대와 주상복합용지 C3단지 2701세대는 현재 분양중이다.

아파트 분양 홍보전단과 광고문구처럼 서울대가 중심이된 ‘교육특화단지’라는 장밋빛 청사진만을 믿고 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민들이 잠재적 피해자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시흥캠퍼스에 대한 지역여론을 활발히 보도하고 있는 이 지역 언론사 관계자는 “실제 시흥캠퍼스 조성은 처음 계획이 나온지 6년이 되었지만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서울대 평창캠퍼스는 계획이 확정된지 2년만인 지난해 6월 준공했고, 분당서울대병원은 성남시와 MOU를 맺고 얼마 안돼 이미 LH사옥을 매입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대는 하고 싶은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하면서도 시흥캠퍼스는 법인 이사회 안건으로조차 단 한번도 오른 적이 없다. 행여나 이 사업의 추진을 접으려는 것아니냐"며 의구심을 표했다.

법인이사회에서 시흥캠퍼스 문제를 단 한번도 논의한 적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서울대 본부 핵심관계자는 "법인 이사회는 의견 수렴을 모두 마친 어떠한 구체적인 '안'이 나오면, 해당 안의 결정을 논의하는 곳"이라며 "시흥캠퍼스는 아직까지 법인 이사회에서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는 거꾸로, 시흥캠퍼스 자체를 할지 안할지에 대한 합의조차 아직 서울대가 도출하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시흥캠퍼스 자체가 백지화까지는 안된다 하더라도  홍보내용처럼 교육특화단지로서의 위상을 실현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시는 점점 불안해하는 지역 여론에 극도로 민감한 상태다. 김윤식 시장은 시흥캠퍼스 사업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게재한 이 지역 언론사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시흥시나 민간사업자인 (주)한라 측은 서울대 학부생들이 일정기간 시흥캠퍼스에 머무르는 기숙형캠퍼스에 대한 희망을 저버리지 않고 있지만, 서울대 측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서울대 본부 관계자는 “대학 일부 정원이 이동을 한다면 RC캠퍼스 이외에는 방안이 없는데 이는 쉽지 않다”면서 “RC캠퍼스가 아니라면 단과대학이 내려가야 할텐데 누가 가려하겠나”고 말했다.

통학을 위한 기숙사를 시흥캠퍼스에 건립하는 방안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 그는 “그냥 기숙사로 운영할 경우 통학버스 운영비용만 연간 20억~3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학교가 감당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법적으로도 시흥시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으로 묶여 있어 대학 정원의 신설이나 이동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서울대병원 유치를 통한 의료 클러스터 구축도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대와 시흥시는 시흥캠퍼스에 500병상 규모 종합병원을 짓는데까진 합의했으나, 3000억~4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지원범위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상태다. 서울대 관계자는 “서울대 의대와 병원이 있는 연건캠퍼스가 포화상태이므로 (시흥캠퍼스 확장 방안이) 탐은 나지만, 덜컥 건립했다가 나중에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할까 염려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사범대학의 협력 시범 초중고교에 대해서도 서울대 사범대 관계자는 "본부의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체결이 먼저"라며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으며 사범대 자체적으로 어떤 입장을 표명하기에는 매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시흥캠퍼스가 무산될 시 책임소재에 대해 서울대와 시흥시, (주)한라는 서로 다른 입장을 보였다. 서울대는 실시협약을 맺지 않았으므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측은 “협상을 계속 해왔다고 해서 책임을 요구한다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서울대가 염려하는 것은 사실 법적인 문제보다는 사회적인 비판”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의 반응에 대해 한라 측은 “그런일은 없겠지만 서울대가 이제와 못 하겠다고 한다면 지금까지 서울대의 모든 동의를 얻어 도시개발법에 따른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해왔으므로 제반 책임이 발생한다”며 “시민들과 입주민들의 집단소송에도 직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흥이 지역구인 조정식(새정치민주연합·시흥을) 의원실 관계자도 "법적 구속력은 없다해도 서울대는 이장무, 오연천 전 총장 때부터 줄곧 시흥캠퍼스 조성을 위한 여러 절차에 합의하고 진행해왔다"며 "이제와 반대한다면 국내 최고의 국립대로서 공신력에 문제가 생긴다"고 못박았다.

이런 가운데 한라 관계자는 서울대 시흥캠퍼스가 정상 추진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단지 실시협약만 남겨둔 상태에서 이런 질문을 받는 게 몹시 당황스럽다”면서 “실무적으로 안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서울대 관악캠퍼스의 3분의 2에 달하는 20만평의 땅을 제공하고, 건물 등 제반 지원금액을 더해 총 1조2000억원을 제공하는데 서울대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 지난 11일자로 한 일간지 3면에 실린 부동산 광고. 아직 시흥캠퍼스 조성에 대한 실시협약도 맺지 못했지만 '서울대 교육특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서울대 사범대학의 협력 시범 초중고교에 대해서도 서울대 사범대 관계자는 "본부의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체결이 먼저"라며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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