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종영 K그룹 의장은 "실리콘밸리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접어라"고 말했다. 최근 본사 접견실에서 윤 의장을 만났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실리콘밸리라고 해서 골목골목마다 신기술이 쌓여있지는 않다. 성공과 실패가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있지만 사람 사는 평범한 동네다. 윤종영(47) K그룹 의장은 실리콘밸리에 대한 막연한 신기루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의장은 15년간 실리콘밸리에서 IT컨설턴트업을 해온 실리콘밸리 전문가다. 스탠퍼드대로 유학을 떠났다가 학위 취득 뒤 실리콘밸리에 투신했다. 최근 윤 의장은 실리콘밸리에서 몸소 체득한 경험을 토대로 국내 IT스타트업에 나선 대학생들에게 생생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본사를 방문한 윤 의장에게 실리콘밸리와 IT업계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실리콘밸리는 어떤 곳인가.
“실리콘밸리도 사람 사는 곳이다. 국내 학생들의 상상처럼 막연한 공간이 아니다. 얼마전 만난 한 여학생은 실리콘밸리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며 골목골목마다 신기술을 만들어내고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와보니 아무것도 없다고 하더라. 차이가 있다면 전 세계 모든 인종이 한 곳에 모여 같은 업종의 일을 한다는 것이다. IT업계 특유의 분위기와 해당 인종의 전통이 복합된 모습이 있다.”

-한국인들의 진출도 활발하지 않나.
“아직 많지는 않다. 중국과 인도 등의 수가 많고 유태계가 실리콘밸리에 주도세력이다. 한국인들의 커뮤니티는 그보다 작지만 활발하게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성장하고 있다. 코리안 네트워크는 플랫폼으로서 기능이 강해 이를 중심으로 인맥이 형성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커뮤니티가 실리콘밸리에서 중요한가.
“중요하다. 그 안에서 내부적인 피드백을 받아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 흔히 외국에 나가면 현지에 동화돼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커뮤니티의 기능을 생각하면 착각일 수 있다. 인도나 중국 등 이민역사도 깊고 이민자도 많은 커뮤니티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주도적인 사업을 진행하는 등 순기능이 많다.”

-한국인 진출은 왜 더딘가.
“실리콘밸리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가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보통 실리콘밸리에서 살겠다는 목표가 뚜렷했던 사람들이 아니다. 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산업체에서 경험을 쌓거나 성과를 내고 싶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온 곳이다. 국내 학생들은 너무 멀리 바라본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해야 실리콘밸리에서 일할 수 있는지 계획을 짠다. 실리콘밸리를 고정관념으로 가둬버리는 것이다.”

-설명이 막연하다.
“국내 학생들은 유학을 선택하면 교수를 해야 한다는 막연한 고정관념이 있지 않느냐. 대학원은 교수고, 산업체는 대기업이다. 꽉막힌 리그(League)에 스스로를 가두는 셈이다. 대학원을 나와 산업체에서 일할 수도 있다. 유학을 가서 교수하지 않고 현지에서 취업할 수 있다. 그게 실리콘밸리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거듭해 일하고 있는 한국인들의 특징이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국내 환경 문제도 있지 않나.
“실리콘밸리의 특징이다. 실패를 용인한다. 성실한 실패가 가능하다. 실패를 통해 스토리를 만들어 스스로를 어필하는 자기PR이 실리콘밸리에선 활성화돼 있다. 실패에 주눅들지 않고 본래 있던 업체로 다시 가는 것도 무리가 없다. 선택의 옵션이 많고, 실패를 개인책임으로 돌리지 않는다.”

-실패 스토리로 어필할 수 있나.
“실리콘밸리에서는 자기 이야기를 중요시한다.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거대 IT기업들의 CEO 강연을 보면 매우 편하게 자기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나. 오바마 대통령도 그렇고. 남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이야기를 해서 서로 결합해 성과를 낸다. 물론 잘난척이 심한 사람은 거기도 싫어하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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