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야구부 류명선 감독·주장 한동욱

[KUSF 차원석 학생기자] 혹자는 말한다. ‘선수는 오로지 결과만으로 평가받는다.’
‘프로’에게는 당연히 해당하는 말이다. 그런데 ‘학생’에게까지 그런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내린 학교가 있다.
승리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계명대학교 야구부다.

류명선 계명대 감독

Q. 계명대와 어떻게 첫 인연을 맺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1기와 인연이 많아요. 포철공고에서도 야구부 1기였고 계명대 야구부도 1기 출신이에요. 제가 오기 직전에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인기종목 운동부를 뒀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재학생들에게 야구vs축구 투표를 했답니다. 그 투표에 이기면서 야구부가 시작되었죠. 그렇게 계명대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Q. 은퇴 후 다양한 진로가 있었을 텐데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삼성 시절에 지도자에 대한 꿈을 가졌어요. 그 당시 삼성 2군 선수들도 기량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몸도 저보다 좋았죠. 하지만 1군 선수에 비해 정신적으로 상당히 부족했어요. 은퇴하고 멘탈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은퇴를 하게 된 건 부상 때문이에요. 햄스트링-무릎-아킬레스건 부상을 연이어 당했는데 의사가 절름발이가 될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때 김성근 감독님께 야구를 그만두고 지도자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처음에는 만류하셨지만 제 뜻을 이해해주시고 서울 중앙고에 코치 자리를 마련해주셨습니다.

Q. 계명대에는 언제 돌아오신 건가요?
서울 중앙고를 나온 후 잠시 계명대에서 인스트럭터 역할을 했어요. 그러다가 감독직을 해보고 싶어 김충영 감독님과 3년 뒤에 돌아온다는 약속을 하고 구미중학교 감독을 지냈습니다. 그때 참 많이 배웠어요. 스타크래프트를 함께하며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법을 배우고 감독으로서의 마음가짐과 역할도 깨달았어요. 그리고 약속대로 계명대에 돌아왔습니다. 코치 생활을 하다가 2010년부터 감독직을 맡았습니다.

Q. 어떤 방식으로 선수들을 지도하시나요?
아이들이 자기 목표를 가지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뒤에서 받쳐 주는 역할을 해주고 싶어요. 야구는 모두 자기 스스로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 꿈을 이룰 수가 없어요. 즐거운 야구, 하고 싶어서 하는 야구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그리고 평소에 “나는 지는 건 두렵지 않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했을 때 스스로도 짜증나고 화가 난다. 못 쳐서 뭐라 하지 않는다. 단지 최선을 다해라”라는 말을 해줍니다. 선수들이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야구를 했으면 싶어요.

Q. 감독님만의 지도 모토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 모토가 ‘아이들에게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 아이들의 마음이 다쳐서는 안 된다.’입니다. 코치를 하면서 감독의 생각과 행동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하는 행동과 생각이 올발라야지 아이들도 올발라진다고 생각해요. 간혹 실수하면 이후에 그런 말을 했던 이유를 말해주고 사과를 합니다. 그래야지 선수들이 솔직하게 오고 진정으로 마음을 열어요. 아이들도 잘 따라줘 즐거운 분위기에서 훈련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선·후배라는 최소한의 선을 지키되 형제 혹은 친구처럼 지냈으면 해요. 1학년에게 한번씩 물어보면 다들 친구처럼 사이가 좋다고 그래요. 가끔은 못마땅합니다. 너무 풀어지는가 싶어서요(웃음).

Q. 계명대 야구부만의 특징이나 장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조직력이 좋아요. 모든 선수가 사이도 좋고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요. 우리 팀은 코치들도 선수와 같은 기숙사에서 자요. 같이 밥 먹고 당구 치면서 친하게 지내다 보니 이제는 깊은 이야기도 허물없이 나눕니다. 아이들이 뭘 원하는지 알려면 최대한 가까이에서 함께해야죠. 그래야 조직력이라는 게 생긴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자유 속에 체계를 갖추고 있어요. 스스로가 제 역할을 다하고 침범하지 않습니다. 감독과 코치도 마찬가지에요. 투수코치와 타격코치가 선수를 지도하는데 제가 끼어드는 것도 옳지 않아요.

Q. 전지훈련을 안 간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남해도 가보고 다른 지역도 가봤지만 차이가 별로 없더라고요. 날씨는 매한가지인데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전지훈련을 다닐 필요가 없어요. 학교도 재정적으로 힘들고 학부모님들에게 많은 부담을 안겨주고 싶지도 않아요.

Q 동계훈련 일과와 강조하는 부분은?
이번 동계훈련에서는 기본기와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본기는 무조건 중요해요. 그리고 투수에게 “안타를 맞거나 대량 실점해도 안 빼지만 포볼은 뺀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라. 자신 있게 던지고 두드려 맞아야 안 맞는 법을 배우고 근성이 생긴다.”라며 자신감 있는 피칭을 주문해요. 타자들에게는 “언제나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라. 상대가 잘한다고 해서 절대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마라. 두려움은 몸으로 부딪히며 부숴라.”라며 집중력을 요구해요. 일정은 2일 종일훈련-1일 오전훈련으로 짜요. 일요일은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둡니다. 스케쥴은 2일훈련 1일 오전훈련으로 하되 일요일은 쉬어요. 선수들이 일요일에는 자유롭게 하도록 해요.

Q. 계명대만의 비밀무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겨울부터 자동 티배팅 기계를 도입했습니다. 김무성이라고 옛날에 프로에도 진출했던 제자가 직접 만든 건데 참 좋아요. 티배팅은 원래 2인 1조로 하는데 이 기계 덕분에 한 명이 일일이 공을 던져줄 필요도 없고 부상도 방지할 수 있어요. 제일 중요한 건 타자 스스로가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는 것이겠죠.

Q 최근 학생스포츠는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시스템을 추구하며 학습권을 보장하려합니다. 이 취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솔직히 말하자면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부터 공부와 운동을 병행했다면 습관화가 되어 있겠죠. 모든 대학선수들의 꿈은 프로예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야구실력이 아주 뛰어난 편이 아닙니다. 잘하는 아이들과 격차를 줄이려면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투자해 땀을 흘려야 해요. 그 시간을 정책적으로 공부를 하라고 하니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그래도 우리학교는 운동부만 들을 수 있는 체대 수업 3개를 개설해주면서 아이들을 배려해주고 있어요. 요즘 대학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실정인데도 기숙사비, 훈련장 등 여러 지원을 해주시는 총장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Q. 고교선수에게는 졸업이후 프로-대학-해외진출의 길이 있습니다. 대학을 선택하는 것에는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요?
고교 1~3순위 선수들은 당연히 가야죠. 하지만 다른 선수들은 프로직행을 한번쯤 고민해봤으면 해요. 고교선수가 프로에 직행해서 성공하는 케이스는 드뭅니다. 신고선수는 더욱이요. 야구만 하던 친구들이 프로를 그만두면 할 게 없어요. 반면 대학을 통해서 프로에 가면 일종의 ‘돌아올 집’이 하나 더 생기는 겁니다. 동문이든 학교든 기댈 곳이 있지요. 대학에서 착실하게 기량을 닦아 경쟁력을 갖추고 프로에 가면 기존 선수들과 대등하게 붙어볼 수 있어요. 선수들이 ‘오로지 프로’라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큰 관점에서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봤으면 좋겠어요.

Q. 선수들이 어떤 ‘사람’이 되길 바라시나요?
늘 꿈을 가지고 자기 목표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조그마한 것과 과정의 소중함도 알고요. 그래야지 뭐든 부담가지지 않고 최선을 다 할 수 있습니다. 한 계단씩 오르는 건 쉬운데 꼭대기를 보고 한 번에 오를 수는 없는 법이거든요.

Q. 지난 시즌을 평가하신다면?
우리가 가진 능력치를 봤을 때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선수권대회에서 홍익대에게 5-0으로 지다가 9회에 6점을 내서 뒤집기승을 한 적이 있어요. 다음 경기에서 인하대에게 역전패 당했지만 야구관계자에게 “정말 야구다운 경기를 봤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참 기뻤어요. 그리고 진흙탕에서도 슬라이딩하고 부딪혀서 넘어진 선·후배가 서로를 챙겨주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하더라고요 선수가 잘 던지고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 그런 모습에서 감동을 느낍니다.

Q. 박승무-이상학이라는 포함해 총 7명이 졸업했는데 그 공백을 어떻게 메우실 생각인지요?
괜찮은 것 같아요. 코칭스태프말로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좋다고 할 정도예요. 언제든 인재는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눈에 띄는 신인이 있나요?) 부산공고에서 데려온 차정민과 이상은 투수가 기대돼요. 동작이 아주 부드러워요. 야수에서는 센스 있는 선수가 많이 들어왔어요.

Q. 이번 시즌 계명대의 주력선수는 누구인가요?
투수조는 김상혁-권현식-한동욱이 이끌 겁니다. 다들 대학에서 투수로 전향했는데 구속이 좋아요. 사이드암 투수인 박내현도 괜찮고요. 리드오프에는 발 빠른 내야 유틸리티 박동건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클린업트리오도 어느 정도 모양새가 나왔어요. 공격의 핵심인 이근욱이 3번, 지난해 춘계리그에서 잘해준 김민기를 5번에 둘 생각입니다. 4번 타자가 공석인데 인상고를 졸업한 서한샘을 넣을까 고민 중입니다. 작년에 우리랑 연습게임 할 때 너무 잘 쳐서 속으로 미리 점찍어 둔 선수인데 다행히 우리 팀에 와줬어요.(웃음)

Q. 마지막으로 이번시즌 목표가 궁금합니다.
목표는 눈앞의 성적이 아닙니다. 이기고 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야구를 통해서 꿈을 키우고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굳이 따지자면 언젠가 우승을 해보고 싶어요. 선수 시절에 딱 한 번 우승하고 이후에 준우승은 많았지만 한 번도 우승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2015시즌 계명대학교 주장 한동욱

Q. 계명대의 팀 분위기는 어떤 편인가요?

아주 자유롭고 소통도 많이 하는 분위기예요. 선·후배 개념이 있긴 하지만 서로를 친구처럼 대하는 분위기죠. 강압적인 분위기는 싫어요. 10년 넘게 야구를 해오면서 맞아본 적도 있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야구를 하는 이유가 본인이 야구를 즐기고 싶고 직업으로 삼고 싶어서 하는데 맞을 이유가 어디 있나요? 심지어 돈도 내고 하는데요.(웃음)

Q. 앞으로 어떤 팀을 만들고 싶고 그러기 위한 계획도 있나요?
운동장에서 많은 대화를 하고 밝은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요. 못했다고 기죽지 말고 뭐라 하지도 말고 다 같이 응원해주는 그런 팀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왕 야구하는 거 울상이 아닌 웃는 상으로 하는 게 얼마나 좋아요. 당장은 중요한 시기라서 모이기 힘들지만 첫 단추만 잘 끼우면 시간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두 성인이니 다 같이 치맥하면서 편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Q. 경북고 시절 내야수를 맡았다가 대학 들어오면서 투수를 맡게 되었어요. 포지션을 바꾼 계기가 있었나요?
고1 때까지 투수와 야수를 병행했는데 2학년 때부터 야수만 했어요. 그래도 투수에 미련이 남더라고요. 대학까지 와서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아 감독님께 투수를 하고 싶다 말씀드렸습니다. 감독님께서 흔쾌히 응해주셔서 포지션을 투수로 바꿨어요. 그런데 지난해에는 팔 수술도 하고 전향한 지 1년밖에 안 되어 많이 던지지 못했어요. 올해는 최소한 남들 던지는 만큼 던지자라는 생각이에요.

Q. 이번시즌을 준비하는 각오와 목표는.
겨울 내내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 작년보다는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한다. 우승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저와 함께하는 친구들도 다들 마지막까지 웃으면서 열심히 하고 절대 부상을 안 당했으면 합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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