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프레지던츠컵 대회 운영 사무국 이승용 차장

[김성곤 KUSF 학생기자] 최근 스포츠산업의 발전으로 다양한 직업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중 스포츠 마케터, 스포츠 행정가라는 직업이 하나의 직군으로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에 따라 취업을 준비하는 많은 대학생들이 스포츠산업이라는 낯선 곳으로의 도전을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스포츠산업의 역사는 짧고, 아직까지 스포츠산업으로 향하는 길이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아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현재 스포츠산업에 먼저 진출한 선배 혹은 멘토를 만나 그들의 대학 시절에 대해 들어보고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과 대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생동감 넘치는 경기 현장에서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를 즐기며 일을 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현재 골프계의 월드컵이라 할 수 있는 2015 프레지던츠컵 대회운영 사무국에서 일하고 있는 이승용 차장을 만났다.

 

프레지던츠컵이란.

2015 프레지던츠컵은 아시아 최초로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는 대회예요. 쉽게 얘기하면 골프계의 월드컵 혹은 올림픽 같은 대회라고 할 수 있어요. 2년 단위로 개최되는 대회로 미국과 타 대륙에서 번갈아 가며 열리는데 아시아 쪽에선 강력한 경쟁국들을 누르고 처음으로 대한민국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큰 의미를 가지고 있죠. 그리고 프레지던츠컵은 그 나라의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대회의 명예의장을 하는 것이 관례인데 이번에 우리나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명예의장직을 하게 되었어요. 때문에 대회의 권위도 더 올라가고 골프산업 전체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죠. 이 대회가 세계 골프계에서 한국 골프의 영역을 넓히는 데에 중요한 계기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프레지던츠컵 사무국에서 하는 일을 하나만 찍어서 얘기하기에는 하는 일이 너무 많아요. 일단 대회의 처음과 끝을 담당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 안에는 대회홍보ㆍ운영, 선수들 비행기 예매 관리, 공항 도착해서 숙소까지 이동하는 차편, 해외여행 패키지 등 모든 사항을 관리하고 있죠. 특히 국제대회이다 보니 준비 기간이나 해야 할 일이나 길어지고 많아질 수밖에 없고요. 한 프로젝트를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난 축구를 좋아했던 학생...”

저는 대학 시절에 축구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하지만 대학교 때는 진로를 스포츠산업으로 설정하고 준비하는 그런 학생은 아니었죠. 그리고 그때에는 스포츠 관련 대외활동도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관련 활동을 할 수 없었고요. 한 가지 활동으로는 교내 방송국 기자활동을 했었어요. 제가 스포츠를 좋아하니 스포츠 활동을 중심으로 기자 일을 했었지만 그것도 미래에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서 한 건 아니었죠. ROTC로 군 복무를 하면서 미래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 그때 고민해서 내린 결론이 스포츠 쪽으로 준비를 해보자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미국이 스포츠 강국이라는 막연함만 가지고 미국행을 결정했죠. 이 시기에도 미래에 대한 고민은 끊이지 않았어요. 남들은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인데 나는 스포츠와 관련된 활동이 하나도 없었고 앞으로 결정된 것도 없었으니까…. 어쨌든 미국까지 온 이상 남들과 좀 더 다르게 접근해 보고자 무급 인턴을 신청했죠. 어학연수만 하기보단 그 나라에서 일을 해야만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이나 언어, 문화 등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그런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승용 차장은 미국에서 3년간 회사 경험 후 스포츠경영학 석사 과정으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 재학 중에도 교내 스포츠클럽에서 꾸준히 스포츠 관련 경력을 쌓아 왔다. 한국으로 돌아와 스포츠마케팅 에이전시인 IMG의 한국지사에서 팀장으로 근무했으며 이후 코오롱 인더스트리 FnC부문 경영정략본부 마케팅팀에서 스포츠마케팅을 담당하기도 하였다.

수많은 좌절이 나를 만든다.

스포츠산업에는 공채가 거의 없다고 보면 돼요. 대부분이 필요한 자리가 비었을 때 수시로 채용하죠. 그렇기 때문에 남들과 비슷한 스펙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많이 보는 것은 영어죠. 영어는 무조건 잘해야 해요. 그리고 그 조직에 잘 융화될 수 있는 성격과 경험도 중요해요. 특히 경험은 남들과 같이 준비한다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경험을 얻기 위해선 수많은 좌절을 겪어야 하죠. 그래서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느끼다 보면 진짜 내 실력을 알 수 있고 또 그때에 내 상황에 맞게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평소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에 객관적인 본인의 위치를 알기 힘들어요. 객관적인 위치는 가족, 친구가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이 끊임없는 좌절을 통해 알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좌절감을 맛보면서 내가 왜 안 되지 라는 생각을 해야 하고 그 후에 내 위치를 벗어나기 위해 내가 뭘 해야 할까라는 단계까지 꼭 생각해야 해요.

스포츠 업계에서 인맥이란?

인맥이 절반 이상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현상은 꼭 스포츠산업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에서든 마찬가지예요. 특히나 공채가 거의 없는 스포츠산업에서 검증이 안 된 사람을 어렵게 뽑기보단 내가 잘 알고 검증된 사람을 쓰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죠. 보증이 되기 때문이에요. 이 상황을 불합리하다거나 나만 손해 본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누구나 처음은 다 똑같이 시작하는 것이니까요. 내가 어떻게 활동하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나의 인적 네트워크가 어디까지 뻗어 나갈지가 달라지는 거죠.

개인적으로 25~35세까지의 준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에는 30살 넘어서도 처음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준비하는지가 그 이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직접 경험해본 바로는 그때가 나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가장 중요한 시기예요. 그래서 그 10년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인생 전체에서도 굉장히 중요하고요. 35세 이후가 되면 모험보단 안정을 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제약이 오게 됩니다. 그래서 젊은 친구들이 이 점을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것은 스포츠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까지 말이죠.

나만의 필살기를 만들어라.

제가 대기업에서 일할 당시 스포츠산업으로 오려는 많은 대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때 그 친구들을 보면서 느낀 점이 있었죠. 첫째는 막연함이에요. 스포츠산업에 대한 막연한 환상만을 가지고 일하려는 친구들이 많았죠. TV로 보는 스포츠산업은 당연히 멋있을 수밖에 없죠. 땀 흘리면서 멋지게 뛰는 선수들만 나오니까. 하지만 그 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나오지 않죠. 실상은 절대 그렇지 않은데…. 막연함만 가지고 오는 사람들은 금방 지치게 돼요. 막연함을 얼마나 현실과 잘 구분 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구분을 빨리 하지 못하면 인생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돼요.

두 번째는 자신만의 필살기를 만들라는 것이에요. 스포츠산업이라는 분야는 굉장히 단순하기 때문에 이 두 가지만 잘하면 됩니다. 그 두 가지는 문서 작업과 영어죠. 이것만 확실하면 어떤 배경과 상관없이 나를 어필할 수 있어요. 스포츠산업을 희망하는 많은 대학생들은 뭐가 중요한지 모르고 준비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위에서 말한 두 가지 능력도 단순히 자격증만 따라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잘해야 해요. 잘하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하죠. 가장 기본적인 것이지만 확실하게 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필살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이에요. 물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은 태도, 열정이겠죠. 내가 얼마나 이 직업을 위해 준비하고 헌신할 수 있느냐. 면접을 보면 지원자는 상당히 많은데 인재가 없다는 것을 자주 느껴요. 여러분 중에 빨리 인재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나 자신을 위한 투자

지금까지 해온 것을 보면 저도 신기해요. 제가 대학생 시절 스포츠산업으로 진출하기 위해 준비할 때 정보를 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한다는 기준 또한 없었죠. 그래서 이 스포츠산업에서 일한다는 일말의 사명감을 느끼게 되었어요. 누군가에게 적합한 타이밍에 조언을 해주게 되면 그 사람이 시간 절약을 할 수 있고, 더 좋은 방향으로 준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댓가를 바라고 시작했던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막상 시작해 보니 그 일이 나에게 엄청난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그 첫 번째 도움은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는 것이에요. 책을 낼 때에도 내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게 되니까 나 자신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었죠. 둘째, 이런 다양한 일들이 나만의 브랜드가 되었어요. 스포츠산업 분야에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말들이 나오는 건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사람이 적었기 때문이에요. 근데 내 생각을 정리한 책을 쓰고 명함을 주기 전에 책을 먼저 주니까 저를 전문가로 봐주는 거죠. 그것으로 제가 손해 보는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젊은 친구들을 만나면서 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먼 훗날 어떤 계기로 지금 이런 활동들로 만났던 사람들과 다시 만나게 될지는 모르는 겁니다. 생각해보면 이 세 가지 이유로 계속 이 일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도 꾸준히 배우고 노력한다.

지금까지 여러 직장에서 일해 오면서 많은 대회를 준비해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 노하우를 쌓아 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 이곳 사무국에서 일하면서 여전히 모르는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을 느끼고 있죠. 국제대회를 준비하는 곳이다 보니 여러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분들에게 배울 점이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끊임없이 노력하게 되는 계기를 계속 만들어 가고 있죠.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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