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SF 차원석 학생기자] 영남대 야구부(감독 박태호)는 대학야구 전통의 강호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인해 침체기를 맞았다. 그러던 2011년 가을, 전 감독이 정년퇴직하고 ‘대구고 전성기’를 이끈 박태호 감독이 모교의 부름에 응했다. 영남대는 반년 만에 전국대학야구선수권 준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듬해에는 4강에만 세 번 오르며 예전의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대체 영남대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올해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 박태호 영남대 야구감독

- 감독님은 학생선수 시절에도 영남대에서 보냈는데 어떻게 이 학교와 인연을 맺었는지 궁금합니다.
“대구고를 다닐 때 계시던 성기영 감독님이 고3 때쯤 영남대로 가셨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감독님의 부름을 받아 영남대로 오게 되었습니다.”

- 1987년 롯데에 2차 1순위로 뽑히고 난 뒤 6년 후 유니폼을 벗었어요. 이후 개인사업을 하다가 1996년 대구고 코치로 돌아왔어요. 어떤 계기로 야구계에 돌아온 건가요?
“롯데에 높은 순위로 입단하며 주변에서 많은 기대를 받았어요. 하지만 그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도 커서 야구장을 빨리 떠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은퇴하고 ‘뭘 해도 안 되겠나’ 싶은 막연한 생각으로 야구 외에 다른 일을 해봤어요. 그런데 제가 야구밖에 안 해서 너무 생소하고 힘들었습니다. 그때 야구가 정말 그립더라고요. 마침 대구고에서 코치 제의가 들어와서 야구계로 돌아왔습니다. 선수생활 동안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후배들을 지도하고 싶었어요. 2년 동안 다른 생활을 하며 지친 상태에서 만난 야구는 굉장히 즐거웠어요. 정말 즐겁게 열심히 코치생활을 했던 것 같습니다. 먼 후배뻘인 선수들과 같이 뛰고 화이팅하며 재미있게 지냈죠. 이게 내 길이구나 싶었습니다.”

- 1999년 대구고 감독이 되며 대구고의 전성기를 이끌었습니다. 2008년 청룡기/봉황대기 우승, 2009년 화랑대기 4강, 2010년 봉황대기 우승을 일궈냈어요. 감독님은 어떤 방식으로 선수단을 이끌었나요?
“제가 감독을 맡던 시기의 대구고 야구는 많이 침체된 상황이었습니다. 지역 라이벌인 경북고, 대구상고(현 대구 상원고)에도 밀렸으니까요. 주위에서 ‘들러리 설 바에 차라리 없애자’라는 말까지도 나왔습니다. 그래도 여러 선배님과 동창회장님이 힘을 합쳐 대구고를 부활시키려 하셨고 많은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주위에서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니 힘이 많이 났고 선수들도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 합숙훈련 중 새벽 1, 2시쯤 잠깐 방에 들어가 머리 숫자 세어보면 1, 2명이 없어요. 찾아보면 숙소 구석에서 스윙연습을 하고 있죠. 한 명이 들어오면 다른 녀석이 가서 스윙연습을 하더라고요.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감독을 맡은 첫해 전국체전 우승을 했고 이후 여러 대회에서 우승했죠. 시간이 지나면서 선수들이 이기는 법과 스스로 훈련하는 방법을 터득했어요. 그때 애 중 손승락(넥센), 박석민(삼성), 윤길현(SK) 등 지금도 프로에서 뛰는 애들이 많아요.”

- 대구고의 전성기를 이끌다가 어떤 인연으로 영남대 지휘봉을 잡았나요?
“권영호 감독님이 정년퇴직하신 후 제가 추천받아서 왔습니다. 영남대 야구부도 제가 올 때는 침체기였어요. 하지만 그 모습을 보며 대구고처럼 한번 일으켜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동계훈련에서 힘을 길러 이성민(kt)을 주축으로 이듬해 남해대회(2012년 전국대학야구선수권) 준우승을 했죠.”

- 대구고-영남대 모두 침체기를 겪던 중 감독님을 만나자마자 전력이 좋아졌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웃음) 저는 취임 초기에는 강하게 하는 편입니다. 훈련량도 많고 분위기도 엄격하게 잡아 스파르타식으로 하죠. 그 시기에 몇 명이 떨어져 나가도 잡지 않습니다. 언젠가 강훈련이 몸에 배는 시기가 와요. 그때는 선수들이 훈련을 끌려오는 게 아니라 주도적으로 따라와요. 그때는 ‘관리반 자율반’으로 갑니다. 그때부터는 선수들이 스스로 훈련을 하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특히 프로를 앞둔 선배들은 더욱 그렇죠. 선배들이 자발적으로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 후배들도 잘 따라 하더라고요. (웃음) 이건 일종의 패배주의를 떨쳐는 방법입니다. 만날 지다 보면 제대로 지레 겁먹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걸 떨치고 제대로 준비해서 한판 붙어보자는 마음이 들 수 있게 해주고 싶습니다. 우승팀에게 도전하려면 우승팀보다 더 많은 훈련으로 차이를 줄여야 하는 거죠. 사실 지금도 영남대가 제대로 안 해본 것 같아요. 제가 좀 더 모질게 하고 훈련량을 늘리며 윽박질렀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어요. 제대로 준비하고 붙었다가 지면 후회가 없는데 제대로 해보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워요. 물론 지금보다 더 준비했어도 또 모자랐다고 아쉬워했겠지만. (웃음)”

- 영남대 야구부만의 특징이나 장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선후배 간의 팀워크가 정말 좋아요. 제가 오기 전부터 있었던 하나의 전통이었어요. 모두 형·동생 하는 분위기인데 위계질서는 정확히 지켜요. 간혹 선·후배 간 구타행위나 그로 인한 이탈행위가 생기는 곳도 있는데 저희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요. 선·후배의 끈끈한 정과 모교를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많은 훈련량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점은 경기장에서의 마음가짐인 것 같아요. 자신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좀 더 키웠으면 싶어요. 경기장에서 실책과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고 항상 자신감 있고 활기차게 경기하는 모습을 원해요.”

- 최근 학생스포츠는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시스템을 추구하며 학습권을 보장하려 합니다. 영남대는 오래전부터 ‘공부하는 학생 선수’를 많이 배출했는데 이 취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본적으로 학습권을 보장하려 해요. 학교와 교수님도 아이들을 위해 이른 아침 수업을 만들어 오후 훈련이 가능하게 해주십니다. 저희도 운동 중이라도 중요한 수업이 있으면 듣게 하거나 교수님께 말씀드려 대체 과제를 받아오도록 합니다. 만약 선수 대부분이 오후 수업이면 훈련 일정을 오전으로 앞당기기도 하죠. 하지만 아무리 옆에서 도와준다 해도 학생들이 스스로 요령껏 해야 합니다. 같은 시간과 조건 속에서도 어떤 애는 졸업하고 어떤 애는 한 학기 더 듣더라고요. 스스로 방법을 터득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학습권을 100% 보장하기란 힘듭니다. 야구는 팀 스포츠니까요. 수비 포메이션이나 작전을 연습하는데 1, 2명이 빠지면 제대로 된 훈련을 하기가 어려워요. 그리고 야구는 실외운동이기에 해가 없으면 훈련에 지장을 받게 되죠. 현재 중·고등학교부터 주말리그를 하며 ‘공부하는 학생선수’를 만들고 있지만 많은 시간과 보완이 필요해요. 일본이나 미국은 수많은 팀과 선수가 있고 인프라도 좋아요. 인적·물적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우리가 그들의 방식을 그대로 쫓아가기란 시기상조라 봅니다. 공부보다는 야구가 본업인 아이들에게 학습권을 강요하면 둘 다 놓쳐요. 지금 프로야구가 커지고 수준이 높아진 건 학생야구에서 거름을 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학생들에게서 야구에 집중할 시간을 너무 뺏으면 실력을 늘릴 시간이 없어요. 기량이 모자란 선수를 프로에 올리면 프로야구 팬에게 만족할 만한 수준의 야구를 보여드릴 수가 없습니다. 모든 아이가 야구선수로 성공하러 왔다는 사실을 꼭 잊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 고교선수에게는 졸업 이후 프로-대학-해외진출의 길이 있습니다. 대학을 선택하는 것에는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요?
“지금 고교선수들이 프로에 가기 위해 노력하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프로’ 이건 아니라고 봐요. 1~4라운드는 괜찮은데 그 이후로는 대학을 선택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드래프트를 받아도 아직 10대예요. 생각이 여물지 않은 아이들이 프로에서 상처를 받으면 빨리 그만두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이름 없이 사라진 아이들이 정말 많아요. 그것보다는 대학에 와서 다양한 경험도 하고 몸과 마음을 더 다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한다면 힘든 2, 3군 생활도 잘 버텨낼 거라 봐요. 즉, 대학을 나오면 프로는 물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이번 동계훈련은 어땠나요?
“올해는 참 따뜻했어요. 대구에서 훈련하며 우리나라에 여기보다 더 따뜻한 곳이 어디 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웃음) 날씨가 따뜻하면 기술훈련을, 추우면 체력훈련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올해는 기술훈련을 많이 했고 성과도 좋았어요. 하지만 체력훈련에 대한 아쉬움은 있죠. 사실 기술훈련 많이 하면 체력훈련에 대한 아쉬움, 체력훈련 많이 하면 기술훈련에 대한 아쉬움이 들어요. 언제나 아쉽죠. (웃음)”

- 동계훈련에 중점을 둔 부분은?
“공격력 강화에 중점을 뒀습니다. 특히 타석에서의 자신감과 기술에 비중을 뒀죠. 연습성과는 연습경기를 통해서 확인하는 중이에요. 방금도 (인하대와 연습경기를 앞둔) 선수들에게 “타석에서 삼진 안 먹는 타자가 어디 있고 아웃 안 되는 타자가 어디 있느냐, 삼진 먹더라도 자신 있게 배트 돌리고, 첫 타석 못 쳐도 주눅이 들지 마라.”라고 말하고 왔습니다. 그리고 생각 있는 플레이를 많이 요구했어요. 똑같은 시간과 훈련량이라도 생각하며 하는 연습은 효과가 더 좋아요. 항상 ‘이 훈련을 왜 하고, 왜 프로에 가려는지’에 대한 목표의식을 잊지 말라고 합니다. 경기 중에도 아웃카운트와 주자 위치를 염두에 둔 플레이를 지시해요. 그런 생각에 따라 깊이 있는 과감한 플레이와 깊이 있는 소심한 플레이(다이빙 캐치 대신 안타를 내주는)가 나오는 겁니다.“

- 지난 시즌을 평가하신다면?
“많이 아쉬워요. 춘계-하계리그 조 1위로 치고 올라갔지만 8강과 4강에서 발목이 잡혔습니다. 작년에는 거기까지라고 생각했을 때, 올해는 투수력이 업그레이드되어 더 높이 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올해 영남대 투수 전력은 어떻게 보십니까? 졸업한 에이스 김유진의 자리를 2학년 듀오 박지호-이정훈이 메우나요?
“박지호와 이정훈은 지난해처럼 잘해줄 거라 믿습니다. 신입생 이상동도 잘하고 조민기도 급성장 중이에요. 전반적으로 투수력이 향상되었습니다. 이정훈-박지호가 선발, 조민기-장영환 김태완은 중계진, 이상동이 마무리를 맡게 할 생각입니다. 장영환과 조민기가 키 플레이어입니다. 장영환은 좌완, 조민기는 사이드암이라는 특이성이 있기에 중간 고리 역할을 잘해줘야 해요. 조민기는 상황에 따라 선발로도 나올 수도 있고요.”

- 타선은 어떻게 보시나요? 지난해 3학년임에도 주축선수로 활약한 김영덕-남동현-이재율-안주형-최승민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지난해 주전 야수 5명이 남았으니 올해 더 강하지 않겠냐는 시선이 있어요. 전 오히려 그 아이들이 4학년이 되어 부담감을 느낄까 걱정됩니다. 그 5명은 지금까지 잘해왔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올해입니다. 그동안 잘했다고 올해도 잘한다는 보장도 없고, 3년 동안 잘하다가 마지막에 못한 아이들도 많았어요. 물론 그 아이들이 있어 전력이 안정적인 건 분명합니다. 올해도 기대는 하지만 그 아이들이 4학년이라는 부담감을 털어내는 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베스트 나인은 지금 하고 있는 인하대전과 비슷합니다.”

- 이재울(중견수)-안주형(2루수)-최승민(유격수)-김영덕(우익수)-김나눔(1루수)-남동현(좌익수)-김범수(지명타자)-채상준(포수)-배선율(3루수)
“포수는 (김)영덕이와 (채)상준이가 절반씩 이닝을 맡아줘야 해요. 상준이가 모든 경기를 맡기에는 체력적인 부담이 심합니다. 영덕이는 지난해 팔꿈치가 안 좋아서 지명타자로 나왔지만, 부상이 다 나았기에 포수로도 많이 나올 겁니다. 여기에 배선율이 연결고리 역할을 맡고 2학년 외야수인 이재훈-이창형도 백업을 잘해주길 바라요.”

- 올해 신입생은 어떤가요?
“올해는 5명이 들어왔는데 마치 7, 8명의 몫을 해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알찬 애들이에요. 저는 1학년에게는 적응기를 줍니다. 거의 모든 고교선수가 프로나 대학진학을 위해 아픈 것도 숨기며 무리합니다. 실제로도 대학·프로 1년 차에는 부상자가 많죠. 그동안 무리한 몸을 풀어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 다섯 명은 부상도 없고 똘똘하게 훈련도 잘 따라오고 있어요.”

- 감독님이 바라는 영남대 야구부는 어떤 모습인가요?
“어떤 상대를 만나도 어려운 팀이 되고 싶습니다. 애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근성도 생기고 팀 분위기도 좋아지고 있어요. 이 친구들도 이기는데 재미가 붙었기에 더욱 좋아질 것 같아요. 꼭 올해가 아니더라도 한 번은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이번 시즌 목표가 궁금합니다.
“일단은 4강권을 목표로 합니다. 재작년의 경우 4강만 세 번 들었습니다. 그때는 거기가 한계인 거 같아서 아쉬움이 크지 않았어요. 올해 목표는 4강이지만 만약 거기에서 떨어지면 많이 아쉬울 거 같아요. (웃음) 4강이나 우승을 한다는 확답은 못 하지만 그 어떤 팀에게도 만만치 않은 팀이라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2015시즌 영남대 주장 김영덕

- 영남대의 팀 분위기는 어떤 편인가요?
“진짜 좋아요. 이런 팀 분위기를 유지하고 하나로 뭉치게 만들기 옆에서 장난도 쳐주고 대화도 많이 하려고 합니다. 선수 전원이 활기찬 팀. 생동감 넘치는 팀을 만들고 싶어요. 조인성(한화)과 진갑용(삼성) 포수처럼 후배들을 잘 이끌고 팀 분위기를 좋게 만들고 싶어요.”

- 주축투수들이 모두 후배고 저학년이 많은 편입니다. 경기장 안팎에서 투수들을 어떤 식으로 이끌 생각인가요?
“아팠던 팔꿈치가 다 나아서 지난해보다 포수 출장이 많을 것 같아요. 후배들이 공은 좋지만, 경기경험이 적은 건 어쩔 수 없죠. 후배들이 편안하고 자신감 있게 자신의 공을 던질 수 있도록 많은 화이팅과 격려를 해줄 생각입니다.”

- 올해 졸업을 앞두고 있어서 각오가 남다를 것 같아요. 이번 시즌을 준비하는 각오와 목표가 궁금합니다.
“첫 번째는 당연히 팀의 우승이죠. 그리고 좋은 성적을 올려 프로에 진출하고 싶습니다. 이번 시즌은 3할과 5홈런을 노리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 체중도 많이 늘렸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했습니다. 다른 해보다 스윙이나 배팅의 양을 더 많이 가져갔고요. 어디든 불러만 주셔서 야구를 계속할 수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번 시즌 함께할 동료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먼저 4학년들, 올해 모두 잘해서 다 같이 프로에 갈 수 있도록 힘썼으면 좋겠다! 그리고 후배들은 선배로서 부족한 면이 많아도 모두가 하나가 되어 올 한해 꼭 좋은 성적 거두자!”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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