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까지 함께 온 ‘단짝’… "올해 4학년, 함께 실업팀 가고파"

[KUSF 김건학 학생기자] 서로 뜻이 맞거나 매우 친해 늘 함께 어울리는 사이라는 뜻의 단어 '단짝'. 패배의 쓴맛과 승리의 달콤함을 함께 나누는 운동선수에게 동료는 단짝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고등학교 시절에서부터 대학교 시절까지 함께한 선수라면 서로에게 더욱 특별한 존재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대학교 4학년까지 7년을 동고동락하며 함께한 두 선수가 있다. 서로 살이 부딪히며 힘과 힘의 대결을 펼치는 씨름판에서 뜨거운 열정을 함께하는 인하대 씨름부 이승훈 선수와 이상윤 선수를 만났다.

▲ 고등학교 시절부터 대학교 4학년까지 함께 한 인하대 씨름부 이상윤(왼쪽), 이승훈 선수. (사진=KUSF 김건학 학생기자)

- 씨름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이상윤 "초등학생 때 학교 선배들이 권유했어요. 제가 좀 남달랐거든요.(웃음)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 근육이 좀 붙어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씨름하는 선배들이 씨름하면 정말 잘할 거라고 하면서 해보는 게 어떠냐고 했죠. 그때는 제가 잘한다는 말이 마냥 좋아서 시작했어요."

이승훈 "저도 초등학교 시절 몸이 큰 편이었어요. 그 모습을 보고 코치 선생님께서 자장면을 사주시면서 자장면 먹고 놀다 가라고 하셨죠. 근데 그곳이 씨름장인지 몰랐어요. 어린 마음에 자장면만 보고 따라갔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씨름을 지금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 씨름이 쉽지 않은 종목인데 계속하고 있는 씨름만의 매력이 있나요?
이상윤 "씨름을 배우기 시작한 초반에 시합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씨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때였는데 상대를 넘겨버렸어요. 그 짜릿함을 지금까지 잊을 수 없습니다. 운동하면서 질 때도 많고 죽을 만큼 힘이 들 때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합에서 상대를 넘기고 승리하는 그 순간. 그 순간만 생각하면 힘이 나고 운동을 열심히 하게 됩니다."

이승훈 "씨름이 상대랑 몸을 맞대고 하는 운동이잖아요. 시합 시작 전 상대 선수를 마주 보고 무릎을 꿇고 샅바를 잡고 서로의 몸을 기대고 있으면, 묘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상대 선수의 어디가 장점이고 어디가 약점인지 몸으로 느낄 수 있죠. 그 순간이 긴장도 되고 떨리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짜릿한 희열감도 느껴져요. 저는 그 묘한 긴장감이 씨름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두 선수의 첫 만남이 궁금합니다.
이상윤
"첫 만남은 초등학교 시합 때였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때부터 승훈이가 잘해서 기억이 납니다. 처음 승훈이를 봤을 땐 씨름 실력만큼이나 또래에 비해 큰 머리가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습니다.(웃음)"

이승훈 "저도 그때 상윤이가 저랑 이름도 비슷하고 씨름도 잘해서 기억합니다. 당시 상윤이의 근육 발달이 남다르게 뛰어나서 깜짝 놀랐어요. 저도 나이에 비해서 체격이 크다는 말을 들었는데 상윤이는 초등학생이었는데도 정말 탄탄하다고 느낄 정도였으니까요."

- 고교시절 두 선수 모두 씨름을 잘하기로 유명했는데 서로 기싸움은 없었나요?
이상윤 "체급이 달라서 기싸움 같은 건 없었어요. 근데 아무래도 신경은 쓰이죠. 훈련을 하더라도 승훈이 보다 많이 해야 할 것 같고 시합을 나가도 더 좋은 성적을 내야 될 것 같고, 의식을 안 할 순 없어요."

이승훈 "저도 훈련에 있어서는 상윤이에게 지기 싫었어요. 이게 기싸움일지 모르겠지만, 왠지 상윤이가 운동하면 더 해야 할 것 같고, 한 번이라도 더 많이 뛰고 싶고, 항상 이런 마음은 있는 것 같아요."

- 대회를 나가 두 선수 모두 우승을 하면 좋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 서로에게 시기와 질투는 없었나요? 
이상윤 "솔직히 승훈이가 저보다 잘하면 부럽죠. 하지만 승훈이가 좋은 성적을 얻는 게 제게는 운동을 열심히 하게 되는 자극제가 됩니다. 그리고 다른 학교도 아닌 같은 학교 선수고, 그 선수가 승훈이면 더 축하할 일이죠. 승훈이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옆에서 다 봤기 때문에 진심으로 축하해 줍니다."

이승훈 "상윤이가 좋은 성적을 받고 오면 속 쓰리긴 하죠. 그래도 좋은 일이잖아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같이 운동하는 친구가 좋은 성적을 얻은 건데 그걸 시기하면 그건 잘못된 거죠. 그래서 저보다 잘하더라도 항상 축하부터 해줬어요. 그리고 그 뒤에서 속 쓰린 걸 스스로 달래며 더 열심히 운동하는 거예요."

- 고교시절 서로에게는 어떤 존재였나요?
이상윤 "훈련에서는 라이벌이지만 시합장에선 큰 힘이 되어주는 친구예요. 승훈이만큼 힘이 되는 친구가 없었던 것 같아요. 승훈이가 뒤에서 소리쳐 응원도 해주고 정신 차리라고 말도 해주고 정말 든든하죠. 그리고 승훈이가 씨름을 잘하잖아요. 학교 단체전 승리를 위해서라도 시합에서는 꼭 필요한 선수예요.(웃음)"

이승훈 "상윤이가 책임감이 강했어요. 운동하기 싫은 날도 말없이 묵묵히 하고 그런 모습이 제게 많은 도움이 됐죠. ‘다 하기 싫으면 하루쯤 쉴 수 있지’ 이런 생각할 텐데, 상윤이가 운동하고 있는 모습 보면 또 하게 되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상윤이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씨름의 명문으로 소문난 인하대를 나란히 오게 됐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상윤·이승훈 "저희 둘 다 인하대에서 제의가 왔습니다. 부평고 시절 씨름을 하면서 목표로 했던 학교였기에 제의가 들어왔을 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결정했습니다. 정말 운이 좋게도 당시 인하대에서 스카우트하려던 체급이 저희 둘 체급에 딱 맞아서 같이 학교를 오게 됐죠. 그땐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둘이 동시에 같은 학교에 진학한다는 사실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대학 운동을 하면서 힘이 들 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서로 의지하면서 더 열심히 운동한 것 같아요."

- 대학까지 같이 왔을 땐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어땠나요?
이승훈 "고등학교 때는 입버릇처럼 ‘둘 다 운동 잘해서 좋은 대학교 가자’라고 말했는데 그게 현실이 되니 신기했죠. 그리고 저희 둘 다 정말 목표로 한 대학교였기 때문에 더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대학 와서는 ‘더 잘해서 좋은 대우받고 실업팀 가자’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올해가 대학 생활 마지막인데 둘 다 대회에서 좋은 성적 내고 실업팀 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윤 "처음 입학했을 땐 마냥 신기하고 좋았습니다. 근데 이렇게 힘이 들 줄은 몰랐어요. 지금까지 운동하면서 대학 시절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근데 승훈이가 옆에서 말없이 있어주니까 힘이 많이 됐죠. 저희가 둘 다 무뚝뚝해서 표현을 잘 안 하는데 그때 정말 고마웠습니다."

- 이제 1년밖에 대학생활이 남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서로 트러블은 없었나요?
이상윤 "저희 4학년이 4명이 있습니다. 올해 주장은 승훈이고요. 저희가 모두 승훈이 의견을 따라주려고 합니다. 승훈이도 그만큼 저희를 존중해주기 때문에 서로 트러블은 없어요. 후배들에게 할 말이 있어도 승훈이를 통해 하려고 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먼저 승훈이한테 말하고 하죠. 승훈이도 저희를 잘 챙겨줘서 팀 분위기가 무척 좋습니다."

이승훈 "그래서 정말 고맙죠. 같은 동기인데 제가 주장이라고 동기들이 먼저 인정해주고 또 그렇게 대해주고 하니까 저로서는 운동하면서도 편하게 하고 있습니다. 후배들도 다들 잘 따라주고 있습니다. 팀 분위기가 좋기 때문에 올해 역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이승훈 "지금은 올해 대회에서 우승하고 좋은 성적으로 실업팀에 가는 것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시절 열심히 해서 대학에 온 것처럼 올해도 정말 열심히 해서 좋은 실업팀 가는 게 중요합니다. 길게는 좋은 실업팀에 들어가서 실업팀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내서 끝까지 잘하는 씨름선수로 선수 생활을 마치고 싶어요."

이상윤 "저도 당장은 올해 우승해서 좋은 성적으로 실업팀에 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실업팀에서도 정말 열심히 해서 꽃가마 한번 타보고 싶어요. 그래도 제가 10년 넘게 죽어라 한 운동인데 이 분야에서 최고 한 번은 되고 그만두고 싶어요. 씨름 선수를 시작했으면 처음 시작했던 마음으로 장사는 되고 내려와야죠."

-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서로는 어떤 의미인가요?
이승훈 "상윤이는 저한테 자극제 같은 존재입니다. 둘도 없는 친구이면서 동시에 라이벌이기도 하죠. 운동도 상윤이보다 한 번이라도 많이 뛰어야 하고 1㎏이라도 무거운 걸 들어야 하고, 심지어는 밥도 한 숟가락은 더 먹어야 해요. 그만큼 상윤이를 보면서 자극을 받고, 상윤이가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열심히 하고 잘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상윤 "제게도 승훈이는 자극제 같은 존재입니다. 7년 동안 같이 운동을 하면서 체급이 달라도 의식을 안 할 순 없죠. 하지만 자극제만큼이나 제가 힘들 때나 기쁠 때나 옆에 있는 것도 승훈이었어요. 그만큼 힘이 많이 됐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올해 꼭 둘 다 잘해서 실업팀도 같이 가고 싶습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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