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새 학기가 시작한지도 한달이다. 올해도 언론은 너나할 것 없이 대학가의 권위적인 ‘군기문화’에 대해 바쁘게 펜을 움직였다. 군기잡기 논란에 대해 사회는 예년에 비해 예민했다. 교육부까지 나섰다. MT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교육부는 전국 대학에 안전한 MT가 실시되도록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올 3월초 대학 학과별 MT 등 외부 행사가 진행될 때 가혹행위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는 공문을 전국 대학에 발송하기도 했다.

기존 군기잡기 행위는 △90도 인사 △'다·나·까' 말투 사용 △머리 모양 및 복장 단속 등 비교적 외적인 요소를 중요시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개인 SNS의 사진까지 문제로 삼는 지경에 이르렀다. 새벽에 선배의 SNS 게시글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이유로 다음날 소집을 해서 '얼차려'를 주는가 하면 소속 학과의 지나친 군기잡기 행위를 인터넷에 폭로하자 학과의 선배들이 SNS를 통해 해당 학생을 협박하고 직접 집에 찾아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 본지는 대학 군기문화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지 않았다. 이유는 대학의 군기잡기 문화가 ‘문제나열’, ‘해결방안고민’ 등 기사 패턴이 뻔해 ‘쓰는 맛’이 없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매년 지적이 반복되고 진단이 되풀이 되면서도 도무지 고쳐지지 않는 고질적인 병폐라는 점이 문제다.

솔직히 말하자면 군기잡기 논란, 이제는 지겹다. 기사로 다루지 않은 것을 변명하자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군기문화의 피해를 호소했던 신입생이 올해는 가해자가 돼 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군대문화는 ‘보복문화’다. 군기를 잡는 이유의 대부분은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봐라’, ‘우리학교의 문화가 원래 이렇다’다. 신입생 때는 문제의식을 느꼈던 학생들도 막상 선배가 되면 다시 같은 방식으로 후배들의 군기를 다지는 식이다. 인하대 철학과 한 교수는 “대학에서는 직접적인 폭력을 대체할 제도적인 폭력이 없다. 그래서 선배들은 위상을 인정받기 위해 익숙한 군대식 폭력을 후배들에게 가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선배를 향한 진정한 존중은 자유로운 학문적 교류와 소통 속에서 싹틀 수 있다. 심지어 직장에서도 서로 존댓말을 쓰고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데 지성의 요람이라는 대학에서 이렇게 불필요한 규율들이 남아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해마다 이맘때면 논란이 불거지는데도, 대학의 군기잡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군기는 말 그대로 '군대의 기강'을 뜻한다. 대학은 군대가 아닐 뿐더러, 사회에서 가장 자유로운 교류의 장이어야 한다. 학내 잘못된 군기 문화의 해결 방향은 결국 올바른 예의범절의 이해로부터 있다. 이제 불필요한 '악습'은 과감히 끊어버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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