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모더니티는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지금 학계에서는 모더니즘의 개념과 형성과정을 놓고 때아닌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경희대 도정일 교수(영문·문학평론가)는 "정부수립 이후 정치적 근대, 사회적 근대, 경제적 근대, 사상적 근대 등이 각기 다르게 진행된 한국 의 근대는 20세기 중반에서 21세기 전반까지로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고 주장한다.

반면 문화적 모더니티를 모더니티의의 합리적 핵심으로 봐야 한다는 논지를 펴는 미술평론가 김진송씨는 "1920∼30년대 도시 지역,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일상적인 수준에서 현대성이 형성됐다"고 논지를 편다.

한국의 근대성 논의는 국내 지식 사회의 주요한 화두이다. 90년대 이 후 이뤄진 활발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숙제로 남겨진 지식 사회 의 쟁점이기도 하다.

지난 주말 출간된 계간지 『현대사상』 봄호의 「인디 포럼 : 다시, 모 더니티를 묻는다」에서는 모더니티를 논쟁의 자리로 불러들였다. 학술 모임의 형식적 관행을 깨뜨린 열린 토론의 장으로 마련하기 위해 지난 3월 처음으로 마련된 이 자리는 김진송씨가 펴낸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 : 현대성의 형성』이 촉발시켰다. 이 책은 일제시대의 대중문화 자료를 통해 한국사회의 모더니티 형성 문제를 추적하고 있다. 『현대사상』 김성기 주간(한일장신대 교수)은 "그간의 근대성 논의에서 실감나는 결론을 얻지 못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의 근대성 논의가 추상적이고 철학적이며 메타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고, 폐쇄 회로 속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자리엔 김성기 주간을 비롯, 문학평론가 김명인씨, 김수기 현실문화 연구 대표, 민중신학자 김진호 목사, 동국대 원용진 교수, 한일장신대 최현덕 교수 등이 참석, 두 지식인의 논쟁에 동참했다.

원용진, 김명인씨 등 토론자들은 대개 '30년대 현대성 형성론에 대해 식민 체제가 허용한 파행적이고 왜곡된 근대'라는 도 교수의 주장보다 는 김진송씨의 주장에 동조했다.

'식민지 사회에서의 자본주의의 형성과 발전, 사회적 측면의 근대성의 형성은 분리될 수 없는 것이며 우리에게 모더니티라는 것은 우리의 경 험 속에서 재구성되어야 하고 새로운 기준으로 이론화돼야 한다'(김명 인), '도 교수는 근대 개념을 서구에서 발전된 모던 개념에서 출발하고 입각해 우리 사회를 바라본다'(최현덕), '근대성을 당위와 이데올로기로만 보면 한국 식민지하에서의 자본주의 등은 식민성과 근대성이 중첩된 것으로 볼 수 있다'(김수기)는 것 등이 이유.

이에 대해 도 교수는 "모더니티를 논할 때 서양적 기원과 준거를 포기 하면 안되며 근대 사회로의 이행은 한 사회에서의 자율성과 자발성에 의해 추구돼야 의미가 있는 것인데 식민지 사회에서는 그것이 불가능 하고 문화 개념에서 사상, 가치, 이데올로기는 빼놓을 수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성기 주간 역시 김진송씨의 '30년대설'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김씨의 주장이 "식민지 하에서의 근대성의 원초적인 한계를 주장하는 이들에게서 30년대설이 갖는 위험성을 지적받을 수 있고, 역사학 쪽에서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문화적 차원에서 뒷받침한다는 혐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토론은 생산적인 논의가 진행됐음에도, 모더니티에 대해 역사적 시 대 구분 개념으로 바라보는 근대·근대성(도정일)과, 삶의 태도와 방식 등 현대의 현상을 강조하는 것으로의 현대·현대성(김진송)이라는 근본적인 차이만큼, 두 관점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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