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CI(Corporate Identity)의 영향으로 90년대 중반부터 활성화된 대학의 UI(University Identity) 바람은 여전히 뜨겁다. UI를 진행한 모든대학이 성공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전망 아래 '새옷 입기' 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대학 생존의 위기 인식에 따른 홍보 활성화 차원에서 시작된UI는 대학 이미지를 대표하는 심벌마크와 엠블렘, 서체, 색상,프로모션 엠블렘 등을 일원화함으로써 대외적인 이미지를 일 원화하는 한편 대학 구성원간의 통일감을 꾀하기 위한 작업.

지난 90년 서체를 통일한 경희대를 필두로 96년 로고를 통일한 고려대를 비롯, 경남대, 대구대, 대전대, 동덕여대, 동아대, 명지대, 상명대, 서울시립대, 선문대, 성결대, 신라대, 아주대, 우석대, 울산대, 인천시립대, 인하대, 전북대, 청주대, 춘천교 대, 한남대, 한성대 등이 UI를 마쳤다. 이 가운데 대구대, 선 문대, 인천시립대, 청주대 등은 캐릭터 제작까지 겸했으며 건 국대와 홍익대는 캐릭터 제작만 진행했다.

현재 진행중인 대학은 대진대, 상지대, 숭실대 등이며 연계 작 업을 준비하고 있는 곳은 고려대, 대전대, 우석대, 전북대, 홍 익대 등.

상지대는 로고, 서식 통일안을 오는 8월 확정할 계획이다. 지난 3월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 숭실대는 6월 말 전문 업체와 계약을 체결, 오는 11월까지 UI와 캐릭터 제작을 마칠예정이다.

숭실대 홍보팀 고동환 팀장은 "UI가 없었던 까닭에 각종 제 작물과 인쇄물에서의 이미지 통일을 기할 수 없었다"며 "UI가 완료되면 구성원간의 통일감 형성은 물론 대외 이미지 상승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고 통일에 성공한 고려대의 경우 추후 캐릭터 '호롱이'의 상 품화를 추진할 계획.

지난 96년부터 UI 작업에 들어간 대전대는 지난달 19일 대학 이념 재선포를 통해 1차 작업을 마무리한 상태. 앞으로 개교 20주년이 되는 2000년 10월까지 자체 디자인팀과 외부 디자인업체가 공동으로 VI(Visual Identity)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심벌마크를 확정한 우석대는 이달 말까지 로고 작업을 마무리한 다음 캐릭터 작업에 들어간다.

전북대는 심벌마크와 엠블렘, 로고, 프로모션 심벌마크, 캐릭터 기본안을 확정, 특허 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

문서 서식 통일과 캐릭터 제작을 시행한 홍익대의 경우 향후로고와 색깔 등 연계 작업을 진행할 계획.

이들 대학에서 UI에 소요하는 비용은 기천만원에서 2억원대 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제작 방식 또한 그렇다.

교내 구성원을 통해 자체 소화하는 대학도 있지만 외부 전문 업체에 의뢰하는 곳도 있으며 두 방식을 혼합하는 대학도 있다. 고려대, 건국대, 명지대, 성결대, 아주대, 인천시립대, 인하 대 등은 외부 업체에 의뢰했으며 상명대, 한남대, 한성대 등은재직 교수에게 의뢰, 작업을 수행했다.

전문 업체의 제작은 UI에 대한 학내외 분위기 조성에 큰 역 할을 기여하는 것이 장점. 반면 각 대학의 특성을 인식하는기간이 소요되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내부 구성원이 제작하는 UI는 대학 특성과 전통을 부각시키 는 한편 대학 특성에 적합한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평을 받 고 있다.

하지만 이렇듯 활발한 작업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일부 대학만 이 거두는 실정. 대학가에서 '성공한 UI'로 꼽히는 곳은 건국 대, 상명대, 아주대 등. 이미지 메이킹의 특성상 효과가 금방나타나지 않는 데다 대부분이 VI 작업에 중점을 두기 때문.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논의과정이 짧은 것이나 기업 스타일의 진행 과정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상명대 양종훈 홍보실장(사진)은 "학생을 비롯한 내부 구성원 의 만족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작업"이라며 "다양한형태에서도 사용 가능한 이미지 통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UI의 문제는 원활하지 못한 진행에서도 드러난다. 일부 대학에선 진행 도중 작업이 중단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97년 내부 구성원과 외부 업체가 함께 UI를 진행했던 경상대 는 '시안 가운데 마땅한 것이 없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중.

건학 6백주년이던 지난 98년까지 UI를 완성할 계획이었던 성 균관대 또한 외부 업체에서 마련한 기본 시안에 대해 구성원 들이 '흡족하지 않다'는 평가를 내린 이후 잠정 중단했다.

UI 준비설이 꾸준히 나돌았던 연세대의 경우 아직까지 '필요 성은 인정하지만 많은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준비하지 않고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내부 인력으로 준비를 마친 이화여대 는 발표를 보류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오랜 연륜을 통해 사회적인 이미지를 확보한 대학이라는 점. 이미 배지나 상징물 등이 사회에 알려져 있는만큼 '성공적인 UI'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 는 여건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대학 특성을 살린 작업과 내부 구성원 의 의견 수렴을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UI의 첫번째 수요자이자 확대 재생산자는 바로 구성원이기 때문이라 는 것이 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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