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매년 평가로 대학수요·컨설팅업체 공급 맞아떨어져
본지 경영위기진단 설문 총장 98명 중 절반 “경영컨설팅 했다”

[한국대학신문 송보배·이재·차현아 기자] 대학가에 경영컨설팅이 성행하고 있다. 시장은 확대됐고 시장규모는 수백억에 이른다. 대학의 학사구조조정을 비롯해 정부 재정지원사업 보고서 작성까지 컨설팅 수요도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학 경영컨설팅 시장규모는 향후 2018년경 최고치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련 업체들도 과거대비 대학시장에 높은 비중을 두고 인력을 강화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학가의 경영컨설팅 수요는 다양하다. 학사구조조정을 비롯해 △인사관리편람 △발전계획 수립 △업무개선 △직무분석 △평가대비 등으로 세분화된 형태다. 컨설팅 업체는 컨설팅 내용의 난이도에 따라 파견 컨설턴트의 수와 기간을 결정하고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컨설팅 비용을 받았다. 컨설팅 계약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짐에 따라 컨설팅 업체나 대학들은 구체적인 액수를 ‘영업비밀’이라며 공개를 꺼렸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동남권 A사립대는 교육부의 지방대학 특성화사업(CK사업)에 지원하면서 컨설팅업체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이 업체는 해당대학의 사업기획부터 보고서작성까지 사실상 사업지원의 모든 분야를 담당했다. 약 3개월여 동안 컨설턴트 3~5명이 상주하며 1억 5000만원 가량의 컨설팅 비용이 발생했다. 이 대학은 컨설팅을 통해 우수한 사업수주성과를 거뒀다.

인근의 B사립대는 컨설팅 비용으로 약 3억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컨설팅업체를 통해 대학의 학과경쟁력을 평가했다. 교·강사의 논문수와 연구비 수주현황, 강의현황 등 ‘인풋(Input)’ 대비 인건비, ‘아웃풋(output)’ 등을 비교해 우수학과를 선별했다. 보고서 발표는 5월경으로 예정돼 있다.

경인지역 C사립대는 2013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기관인증평가를 대비해 발전계획 컨설팅을 받았다. 기간은 약 3개월에 5명 정도의 컨설턴트가 상주했다. 전문 컨설턴트들의 도움을 받은 이 대학은 당해 대교협 기관인증평가를 무사히 통과했다.

대학마다 컨설팅비용은 다르다. 각 대학들은 비용 공개를 꺼린다. 가장 최근 공개된 통합진보당 김재연 전 의원의 ‘최근 5년간(2009~2013) 수도권 주요대학 외부 경영컨설팅 업체 계약현황’에 따르면 대학당 컨설팅비용 지출액이 5억원을 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대형대학들이 선호하는 외국컨설팅업체의 경우 통상비용은 수억을 호가한다. 모 업체의 경우 기본비용이 6억에 달한다. 대학가 한 관계자는 “엑센추어 등 일부 컨설팅기업은 최대 10억원에 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시장이 팽창하면서 경쟁이 심해져 외국계 컨설팅기업도 비용을 낮추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08년 당시 한국사학진흥재단은 사립대 경영컨설팅 시장을 분석해 2003~2008년 컨설팅규모가 약 275억원 규모라며 향후 연간 50~70억원의 컨설팅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체 관계자들은 이 규모가 최근 두배 이상 늘어 약 500억 이상에 달할 것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대학 경영컨설팅 시장의 확대는 민간기업과 금융시장에서 활동하던 컨설팅업체들이 대거 대학으로 눈을 돌리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가 매년 대학평가를 실시한 것이 시장의 수요(대학)를 늘리고 공급(컨설팅업체)을 촉발시킨 요인이 됐다.

지난해 본지가  4년제, 전문대, 원격대학 등을 포함 전국 98개 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영위기진단 설문에 따르면 외부 기관으로부터 경영 컨설팅을 받았거나 현재 받고 있는 중이라고 답한 총장은 50%에 달했다. 현재 컨설팅을 받지 않지만 향후 받아볼 의사가 있다는 답변도 35.4%였다.

컨설팅 수요는 대학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경인지역과 지방대학에서 특히 많다. 지난해는 CK사업을 비롯해 학부교육선도대학 육성사업, 산학협력선도대학 육성사업 등이 집중돼 수요가 더 늘었다. 이들 정부 재정지원사업이 정원감축을 매개로 추진되면서 학사구조조정 등에 컨설팅업체가 개입하는 경우도 잦아졌다.

지방에서는 컨설팅 업체가 인력이 부족해 대학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지경이다. 지방 D사립대 평가기획팀장은 “교육부 재정지원사업 신청을 앞두고 사업계획을 컨설팅업체에 검토받으려 했는데 인력이 모자라다며 거절당했다. 컨설팅업체를 이용하려는 대학이 줄을 섰다”고 밝혔다.

대학 경영컨설팅 시장이 팽창함에 따라 기업을 위주로 경영컨설팅을 진행했던 업체들의 대학진출도 늘었다. 한국생산성본부와 한국능률협회, 삼성경제연구소도 대학컨설팅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한 기관이다. 이밖에도 안진회계법인, 삼일회계법인 등 대학가의 재정감사를 담당하는 회계법인들도 대학경영컨설팅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서 컨설팅 형태도 다양해졌다. 발전계획이나 평가대비 등 한가지 목표를 두고 이뤄졌던 컨설팅보다 몇 가지를 묶어서 ‘패키지’로 계약하는 형태가 생겨나고 있다.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묶어서 사업계획을 컨설팅하거나 재무관리와 인사관리편람을 묶어서 계약하는 방식이다. 또 법인재무회계 등을 분석한 뒤 학사구조조정 등 새로운 추가계약을 체결하는 등 컨설팅의 연계성도 강화되고 있다. 한 사립대 기획처장 K 모교수는 “로펌계약처럼 사업성과에 따른 성공보수를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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