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이해하는 북한’. 북한영화 상영이 대학가에 조용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8∼20일간 연세대 통일연구원(원장 이영선)이 주최하고 통일동아리 L52 「종이비행기」, 문과대 통일분과, 교과목 ‘인간과 문화’·‘사회문제’ 수강생 등 15명으로 구성된 학생 기획단이 주관한 ‘제1회 북한영화제’는 예상치 못한 대박(?)을 터뜨렸다.

대학내 첫 공식상영이라는 이유로 사회 각층의 반향을 불러일으킨 이 +행사는 연세대 재학생은 물론 청장년, 노년층을 대학안으로 불러들였다. 이에 자극받은 강릉대 통일문제연구소(소장 오경식)에서는 오는 29일『봄을 안고 사는 처녀들』을 학내 상영할 예정이다.

국내상영이 허가된 40여편의 북한 영화중 탈북 동포의 자문을 통해 선정된 『도라지꽃』, 『우리는 묘향산에서 만났다』, 『그날의 맹세』, 『키우는 마음』, 『마음에 드는 청년』, 『봄을 안고 사는 처녀들』, 『네거리 초병』, 『금강산으로 가자』 등 8편의 상영작 중 가장 큰 호응을 얻었던 작품은 『키우는 마음』. 상영관인 장기원기념관은 북한의 +교육현실을 그린 성장 로드무비를 관람하려고 나선 교사, 고교생 등 외부인들로 꽉꽉 들어찼다. 최루탄 세례가 내려지던 10여년 전의 북한 영화상영 때와는 판이한 장관이 연출된 것이다.

연세대 북한영화제는 북한 이해 작업이 간접경험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주최측의 의지와 새 정부의 대북 화해무드가 어우러져 전격적으로 개최될 수 있었던 행사.

주최측의 김경만군(사회3)은 “관객들은 오히려 남북한 간의 문화 차이가 드러나는 부분에 즐거워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북한사람도 우리와 같은 정서를 가졌다고 인식하게 된 관객들이 많았다”고 평했다.

한편 연세대 영화제는 다른 대학의 북한 영화 상영과 관람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상영 일정이 확정된 강릉대 외에도 지난해부터 운영해온 「남북통합교실」로 호평받고 있는 중앙대 민족발전연구소(소장 이상만)는 가을 상영을 계획하고 있다.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 북한자료센터의 송승섭씨는 “최근 매달 개최되는 북한자료센터의 영화상영을 찾는 대학생들이 30% 가량 늘어났으며 +지난해까지 한 건도 없었던 대학 상영 요청도 부쩍 늘어났다”고 말했다.

북한자료센터에서 운영하는 북한영화상영의 경우 지난 21일 서울대생 +80여명이 참석한데 이어 6월초엔 연세대, 서울대생의 단체관람이 예정돼 있다.

북한학과 개설 등 통일 관련 연구와 이론 교육은 일정한 틀을 갖춘 상태인 반면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북한 이해의 작업은 대학가에서 크나큰 붐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요자들의 호응에도 불구하고 걸음걸이가 더딘 것은 국가보안법 등 관련법이 이들의 발목을 죄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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