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도 공부해야 졸업하도록, 운동과 공부 병행하는 커리큘럼 필요”

*** 대학스포츠는 초중고 학원스포츠를 프로나 실업 스포츠와 연결하는 스포츠의 허리다. 대학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본지는 올해 초 ‘2015스포츠 대학VS대학 시리즈’를 게재한 데 이어 이번엔 ‘대학스포츠 방향을 묻다’인터뷰 시리즈를 연재한다. 그간 대학스포츠의 발전방향을 고민해 온 전문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앞으로 대학스포츠가 나아가야할 지향점을 찾아본다.

[한국대학신문 이재익 기자] 대학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는 U리그 운영을 중점 기치 중 하나로 세웠다. 공부하는 선수를 만드는 것과 함께 일반 학생들의 관심을 끌어오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것이 실질적인 실력증진으로 이어지고 선수들의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부족한 것은 없을까.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세종대 교수)은 2002년 히딩크 감독을 선임하며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낸 인물. 이번에는 슈틸리케 감독을 영입하며 또 한번 대한민국 축구가 전국민에게 꿈과 희망의 스포츠로 자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학생선수로 출발해 선수와 교수, 실무자까지 두루 거친 이 위원장은 대학스포츠가 발전하기를 진심으로 희망하고 있는 이들 중 한 사람이다. 이 위원장은 대학스포츠의 발전을 위해선 전반적인 구조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시작은 대학축구U리그다.

- U리그가 한창이다. 현재 U리그 시스템에 대해 평가하자면.
“이것부터 말하자. 사실 현 구조는 선수들의 기량을 더 키워내는 구조가 아니다. 지금 프로팀에서는 대학팀 경기를 안 본다.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대학선수들의 기량이 졸업 후 해외나 K리그에 진출할 정도로 향상돼야 한다. 또한 K3리그 등 하위리그에서 전체 선수 중 절반 정도를 대학생 나이의 선수로 구성하게 하는 등 큰 틀에서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 대학축구의 제도 개선은 어떻게 되어야 하나.
“U리그도 프로처럼 상하위 리그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 천연잔디구장 혹은 피파에서 규정한 일정 기준 이상의 시설에서 홈경기를 할 수 있는 수준 높은 팀들만 10~16팀 따로 모아서 상위U리그를 구성한다. 대한민국 축구에서 고등학교 이후 대학을 가야하는 명분을 만드는 것이다.”

- 대학 중에 지금 그 정도 시설을 갖춘 대학이 얼마나 되나.
“연세대, 고려대, 중앙대, 건국대, 경희대 등 여러 대학이 있다. 대학 교정에 구장이 있어서 미국처럼 경기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상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대학축구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그 방법이 가장 좋다. 지금 체제는 실력을 하향평준화 시킨다.”

- 공부하는 선수가 최근 스포츠계의 화두다.
“교육부 차원에서 접근해야한다. 중학교까지는 절대 정규수업에 빠져선 안 된다. 축구만이 아니다. 전 종목이다. 국가대표든 누구든, 김연아라도 마찬가지다. 학교수업을 받지 않으면 졸업장을 주면 안 된다. 온라인으로라도 수강해야 한다. 고등학교부터는 선택이다. 운동을 본격적으로 할 친구들은 그에 맞는 커리큘럼을 만든다. 그리고 그 길을 선택한 책임은 본인이 진다. 법이 바뀌었다지만 지금도 몇몇 학교는 선수들이 교실에 들어가지 않는다.”

- 고등학생 스스로가 책임을 진다면 좀 이른 것 아닌가.
“선수 본인이 일반 대학을 가고 싶으면 따로 공부를 해도 되고 재수해도 된다. 어차피 지금도 가고 싶은 대학을 다 가는 것은 아니잖은가. 체육특기자라는 것은 수시모집의 형태로 하면 된다.”

- 대학에서 개선할 점은 없나.
“운동하는 학생들은 공부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공부하도록 해야 한다. 시합이 수업에 영향을 줘선 안 된다. 수업을 못하는 시간에 훈련을 하게 하면서 공부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대학들이 커리큘럼을 만들어서 오전에 공부하고 오후에 운동하는 등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 이미 그렇게 하는 대학들이 있다.”

- 학생선수들은 어때야 하나.
“대학에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 바로 프로에 간 선수들과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스포츠과학이든 심리든 지도자로서 더 좋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틀을 만들고 다른 진로도 고민해야 한다. 대학에서 프로로 진출하는 선수가 몇 명이나 되나. 대기만성형 선수들도 있지만 자신의 메리트를 더 만들어야 한다. 대학스포츠가 발전한 미국에서도 대학은 공부하러 오는 곳이다. 선수도 대학도 고민해야 한다.”

- 끝으로 대학스포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한다면.
“우리나라 스포츠의 중심에서 대학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선수를 육성하는 것과 대학생 신분으로 공부를 하게 만드는 두 가지가 같이 가야 한다. 두 가지를 같이 하면서 선수로서의 진로와 축구 산업 종사자 등 사회인으로의 진로를 모두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어렵겠지만 같이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서울체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1983년부터 85년까지 럭키금성 등 축구선수로 활동했다. 미국 오리곤 주립대에서 체육학 박사학위를 받고 1993년 세종대 교수로 부임했다. 1997년부터 2000년, 2006년 KBS 축구해설위원으로 활동했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을 맡아 히딩크 감독을 선임했고 2014년 다시 부임해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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