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수업을 통해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다

[KUSF 양은희 학생기자]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 했던가. 완연한 봄으로 접어드는 4월은 벚꽃이 만개하는 동시에 중간고사가 다가옴을 알린다. 대학생들은 벚꽃을 구경할 여유도 없이 과제와 조모임에 치이다 중간고사를 맞이한다. 여기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학생선수가 있다. 고려대 농구부 주장 이동엽(체교4)이다. 이동엽은 지난 1월 28일 강남 르네상스 호텔에서 진행된 시상식에서 우수상 수상자인 문성곤(고려대), 오승현(단국대)과 함께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학농구 최강자로 꼽히는 고려대 주장으로서 학업에서도 모범을 보이는 이동엽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고려대 농구부 주장 이동엽(사진=고려대 제공)

고려대 농구부 주장의 자격 ‘우수 학업성취 학생선수 최우수상’

우수 학업성취 학생선수에 대한 시상은 2011년부터 시작됐다. 역대 농구 부문 최우수상 수상자는 노승준(2011년), 박재현(2012년), 이승현(2013년), 이동엽(2014년)이다. 이 4명의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고려대학교 출신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2011년도에 수상한 노승준을 제외하면 모두 농구부 주장의 길을 걸었다. 이쯤 되면 고려대 농구부 주장의 조건에 성적을 빼놓을 수 없을 정도다. 우수상을 수상한 김지후(2013년), 문성곤(2014년)까지 센다면 지금까지 총 6명의 고려대 농구부 선수가 수상했다.

이동엽은 이처럼 화려한 고려대 농구부의 수상 경력에 대해 담담하면서도 자랑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지금까지 선배들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는 코치님께서 무조건 수업에 출석하라고 하신다. 오전 수업에 가지 않으면 오후 훈련할 때 페널티를 주시기도 한다. ‘수업 안 듣고 잘 거면 운동할 필요도 없다.’라며 강하게 말씀하실 때도 있다. 또 선배들이 리그 경기와 수업이 겹치면 교수님께 일일이 연락을 드리는 걸 보면서 많이 배웠던 것이 도움이 됐다.”

아버지 이호근 & 여동생 이민지, 속일 수 없는 농구 유전자

이동엽은 학점을 쌓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쉽진 않지만 그렇다고 ‘죽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그의 생각. 그에게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준 사람은 바로 부모님이다. 이동엽의 아버지는 지난 시즌까지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의 지휘봉을 잡은 이호근 전 감독이다. 또한 여동생 이민지 역시 농구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농구선수 집안에서 자란 이동엽은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수업도 잘 듣고 성적도 좋았다.

그러나 피는 속일 수 없다고 농구부에 스카우트 된 이동엽. 그가 농구를 시작했을 때 부모님은 성적 관리를 조건으로 내세웠다. “농구를 시작했을 때 성적도 놓치지 말라고 조언하셨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도 ‘수업 안 듣고 잘 시간에 책이라도 한 권 더 읽으라’며 항상 배움을 강조하셨다.” 부모님의 따끔한 충고 덕분에 이동엽은 공부에 대한 끈기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를 길렀다. 이동엽은 “조금만 신경 쓰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 공부량과 함께 운동량이 많아지는 고등학교 때부터 따라가려고 하지 않다보니 뒤처지는 것이다. 둘 다 신경 쓴다면 잘 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 12학번 이동엽

이동엽은 “오전에는 전공 수업을 듣고 오후와 저녁에는 훈련을 한다. 훈련이 다 끝나면 기숙사에서 과제를 한다.”라고 자신의 하루를 설명했다. 고려대 체육교육과는 대부분 오후에 훈련을 시작하는 운동부를 배려하여 오전 시간표에 전공 수업을 배치한다. 덕분에 이동엽은 출석과 과제 그리고 시험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았다. 그 결과 3학년을 마친 지금 4.5만점에 3.75로 높은 학점을 유지하고 있다. 한 때 4.2점까지 맞았다. 이동엽은 가장 유익했던 수업으로 평소 농구 다음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인 <스포츠경영학> 수업을 꼽았다. 또한 <스포츠심리학>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로 적용해서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한다.

이동엽은 높은 학점의 비결이 ‘운동부 수업’이라고 말했다. “일반 학생을 제외하고 운동부 학생만 듣는 수업이 2008~2009년도쯤에 처음 생겼다. 솔직하게는 일반 학생들과 같이 듣는 것이 좋다. 함께 어울리며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론 과목처럼 어렵고 학문적인 수업은 따라가기 힘든 반면에 운동부 수업은 맞춤형 수업이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다.”라며 만족스러운 의견을 냈다. 또한 “모두 장단점이 있겠지만 이렇게 운동부를 위한 학사제도가 점차 개선되어야 한다. 사실 중고등학교부터 개선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학생 선수의 학습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소신 있게 말했다.

그렇다면 이동엽이 몸소 체험한 시험 기간은 어땠을까? 그는 도서관 열람실의 분위기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열람실을 가봤는데 분위기가 너무 조용해서 내가 피해를 줄 것 같았다. 거기서는 도저히 공부를 못할 것 같다. 그래서 도서관에서는 전공 책을 빌리고 숙소에서 공부하는 편이다.” 이동엽은 시험뿐만 아니라 과제 제출에도 적극적이었다. “시험을 치를 수 없을 때는 시험 대체 과제를 내야 한다. 한 번은 논문 형식의 과제를 제출해야 했다. 그때는 새벽 3~4시까지 쓴 적도 있다.”

이동엽의 2015년 ‘교생’ 그리고 ‘주장’

이동엽은 올해 4학년으로 주장을 맡아 고려대 농구부를 이끌어가고 있다. 졸업과 신인 드래프트가 있는 한 해, 많은 변화가 있을 그에게 또 하나의 새로운 변신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교생 실습’이다. 이동엽은 3월 30일부터 모교인 광신고등학교로 교생 실습을 나갔다. 그는 실습을 앞두고 “교육봉사 수업 때문에 몇 번 해본 경험은 있지만 정식 선생님이 된다는 느낌에 정말 설렌다. 모교로 나가서 더 그런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남녀공학의 학교에 교생을 나가게 되자 교생 경험자인 선배들이 부러워했다는 후문. “(박)재현이 형이나 (이)승현이 형은 모두 남고를 나왔다. 내가 남녀공학에 간다고 하니 부러워하더라. (본인이 바라는 선생님 이미지가 있나?) 학생들에게 편한 선생님이었으면 좋겠다.”

고려대는 2015 남녀 대학농구리그 개막 후 6연승을 질주하며 여전히 강팀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 지난해의 모습을 올해도 이어가야 한다는 점이 주장인 이동엽에게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 “감독님께서 전국체전 때 나보고 주장을 하라고 말씀하셨다. ‘못하겠냐?’고 하시길래 ‘아뇨.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책임감과 함께 부담감도 크다. 고려대라서 더 큰 것 같다.” 이동엽은 팀 컬러와 목표에 대해 묻자 변함없이 조직력을 강조하면서 “우리 팀이 높이가 있으니까 높이를 살린 속공 부분도 중요시하고 있다. 대학농구리그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올해는 전관왕도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과연 주장다운 포부였다.

마지막으로 이동엽에게 공부의 원동력을 물었다. “예전에는 무엇이든 몰라도 일단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대학에 와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무언가를 배우고 알아간다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느꼈다. 아직 깊이 알지는 못하지만 알고 싶어 하고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다. 그 재미가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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