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르치고, 연구도 잘하고, 취업도 잘 시키는 대학’으로 나아가기 위해 전남대는 연구력에 집중했다. 기초체력이 튼튼해야 다른 것들도 잘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 결과 대형국책연구들을 줄줄이 따냈고 총사업비도 2000억이 넘는 성과를 보였다.

대형 국책사업 주도, 소규모 연구공동체 조성도

[한국대학신문 이재익 기자] 전남대가 연구열기로 뜨겁다. 교수들의 탁월한 연구력과 왕성한 산학협력 활동이 전남대학교를 ‘국내 TOP5’ 연구중심대학으로 이끌고 있다. 지병문 총장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변화와 혁신’의 키워드는 ‘실사구시(實事求是)’다. ‘잘 가르치고, 연구도 잘하고, 취업도 잘 시키는 대학’으로 대학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가 ‘연구력’이다. 대학의 미래는 연구에 있으며, 대학의 경쟁력을 떠받쳐주는 ‘기초체력’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연구라는 게 지병문 총장의 생각이다.

■ 대한민국 미래 이끄는 대형 국책연구 수행 = 전남대 연구의 수월성은 대형 국책연구과제 수행에서 확실하게 나타난다. 2013년부터 이어진 대형 연구과제 수주행진은 전남대를 단숨에 ‘국책연구의 메카’로 바꿔놓았다. 지병문 총장 취임 이후 2년 반 동안 유치한 10억 원 이상 대형 국책연구과제가 20건에 달하고 총사업비만 2070억이 넘는다.

‘로봇박사’ 박종오 교수가 이끄는 전남대 로봇연구소는 지난 2013년 ‘마이크로 의료로봇센터 구축사업’으로 298억 원을 유치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에 따라 전남대는 광주 광산구 첨단 R&D특구에 위치한 산학캠퍼스 부지 5615.9㎡에 2018년까지 의료로봇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센터가 완공되면 세계 로봇시장의 블루오션인 ‘마이크로의료로봇’ 분야를 선도할 전진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해양생태계 교란생물과 유해해양생물 연구사업’도 향후 9년간 295억 원이 투입되는 국가 중요 연구과제다. 해양교란 유해생물 연구센터(센터장 김광용 교수)에는 서울대, 포스텍, KAIST 등 13개 기관이 협동 또는 공동연구진으로 참여한다. ‘서ᐧ남해 연안환경의 과거 극한기후 추적과 예측연구’ 사업도 빼놓을 수 없는 장기 대형 국책연구 프로젝트다. 향후 5년간 225억원이 투입되는 이 과제는 지난 1만년 동안 한반도 서남해안에 강한 영향을 주었던 슈퍼태풍·해일·폭풍 등 극한기후사건을 추적·연구한다.

이밖에 △농업생산 무인자동화 연구센터(198억) △건설교통기술 지역거점센터(76억) △의료방사선안전연구센터(57억) △코어기술혁신형 산학협력중개센터(32억) 등이 전남대에 들어섰다.

■ 소규모 연구공동체 조성 = 대형 국책연구과제의 잇따른 유치로 연구 분야 대외 경쟁력을 확보한 전남대는 소규모 연구공동체 조성에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외형과 내실을 겸비한 연구 생태계를 완성해 명실상부한 연구중심대학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R&BD(사업화 연계 연구개발) 활성화에 필요한 연구자 간 협업 아젠다를 도출하고 선제적 기획 강화를 위한 목적도 있다.

R&BD 커뮤니케이션 과제를 공모해 이질학문간 연구분야를 공유한 뒤 이를 통해 도출된 아젠다를 중심으로 ‘R&BD 커뮤니티’를 구성·운영한다는 게 전남대가 구상하는 소규모 연구공동체의 모습이다. 교내 모든 연구자를 대상으로 공모해 상시 운영되는 ‘R&BD 커뮤니케이션’은 정기적인 집단 세미나·워크숍·전문가 초청특강 등을 통해 연구자 간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인적 인프라를 결집한다. 이 같은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융합과제 도출이 가능한 분야 별로 20개 내외의 연구과제를 선정, 목적 지향의 실질적 연구활동을 펴도록 학교 차원의 집중지원을 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선정된 연구과제를 대상으로 ‘믹스 앤 매치업(Mix & Match up)’ 전략을 활용, 협업방안을 모색하고 공동아젠다를 발굴하면서 교내 16개 R&BD 지원사업을 연결해주는 적극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송진규 연구처장은 “전남대는 최근 대형 국책연구과제를 잇따라 유치하는 등 탁월한 연구역량을 과시했다.”면서 “여기에 소규모 연구 생태계까지 구축되면 ‘국내 TOP5’ 연구중심대학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교수사회 변화시키는 연구 풍토 = 전남대는 교수사회에 연구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승진·재계약·정년보장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등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부교수와 교수로 승진하는 데 필요한 연구업적 점수를 최대 60% 올렸다. 재계약 기준도 올려 연구하는 교수로 유도하고 있다.

지난 2년여 동안 교수들의 연구논문 발표 건수가 의미 있는 증가세를 보인 것도 제도개선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SCI급 국제학술지 발표 논문의 경우 2012년 515편이던 것이 2014년엔 568편으로 2년 만에 10.3%가 늘었다.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 발표 논문도 2012년 671건에서 2014년 749건으로 11.6% 증가했다.

이는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대학평가에도 반영됐다. 전남대는 연구 경쟁력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QS가 실시한 ‘2014년 아시아 대학평가의 논문 당 인용횟수 분야에서 국립대 1위, 전국 12위, 아시아 50위의 성적을 올린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 톡톡 튀는 산학협력 = 요새 전남대에는 이공계와 인문사회계를 망라한 산학협력사업의 움직임이 캠퍼스의 구석구석에서 살아나고 있다. 산학협력단이 거느린 사업단만 해도 70여 개에 이른다. LINC(산학협력선도대학) 육성사업단, 박테리오봇융합 연구단, 핵수용체 연구단, 이노폴리스 기술창업지원단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사업단들이 새로운 지식과 첨단 기술을 이끌고 있다.

정부의 ‘코어 기술혁신형 및 산학협력 중개센터’를 운영할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으로도 선정됐다. 교육부가 2단계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육성사업 및 산학협력 활성화 후속조치 계획에 따라 최근 선정한 전국 5개 권역별 중개센터(호남·제주권)에 포함된 것이다. 전남대는 교육부로부터 향후 3년 간 32억의 국고를 지원받아 호남·제주권 유일의 기술사업화 R&BD 후속사업과 산학협력중개센터를 운영하게 된다.

◇◇ 지역민과 함께하는 전남대, ‘도시텃밭’ ‘광주·전남 톡’ 등 소통프로그램 정착

광주·전남 거점 국립대학인 전남대가 지역사회 공동체 중심으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벌이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지역민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도시텃밭’이다. 지난 4월부터 3년차 사업을 시작한 ‘도시텃밭’은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도시농업 체험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3년 농업실습교육원 부지 330㎡(100평)으로 시작했으나 반응이 뜨겁자 규모를 확대했다. 지난해에는 2310㎡(700평)으로, 올해는 다시 4620㎡(1400평)로 2년 만에 면적을 14배나 늘렸다. 분양시민도 지난해 150명에서 올해는 300명으로 두 배 늘었다. 올해는 특히 광주·전남 공공혁신도시(빛가람도시) 입주 공공기관 근로자 가족들을 위해 나주 실습장(나주시 봉황면 소재)에 3300㎡(1000평) 규모의 주말농장을 조성해 운영 중이다.

‘광주·전남이 읽고 톡 하다’(광주·전남 톡)도 지역사회의 새로운 독서문화운동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했다. 역시 지난 2013년부터 시작한 ‘광주·전남 톡’은 지역민의 높은 참여열기와 언론의 호평 속에 최근 3년차 사업을 시작했다. ‘광주·전남 톡’은 시·도민의 직접 투표로 한 해 동안 읽을 책을 선정한 뒤 그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게 함으로써 세대와 계층을 뛰어넘는 ‘담론 문화’를 만들었다.

법학전문대학원 ‘리걸 클리닉센터’를 통해 법률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지역민들을 위한 무료 법률상담 및 소송지원 활동도 벌이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벛꽃·개나리·철쭉 등 봄꽃이 만개한 4월 초순 주말에 학교를 방문하는 차량들의 주차비를 면제해주는 캠퍼스 개방행사도 벌여 지역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연말에는 1년 간 보내준 지역민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송년음악회’를 선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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