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청년들이 철이 없다. 청년층 자살률이 노년층 자살률을 앞지른 상황인데 노년세대의 연금을 걱정하고 있느냐. 연령별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청년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노년의 삶을 저당잡히고 있는데, 이에 대해 분노하지 않고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빠져서 편안한 소리만 하고 있다.”

스스로를 ‘72년생 선배’라고 소개한 중년 남성의 질타에 장내가 조용해졌다. 발언은 서기호 국회의원(정의당)과 다준다청년정치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지난 5월 26일 국회 토론회 끝자락에 나왔다. ‘연금문제, 청년의 생각은’을 주제로 최근 갈등이 격화된 공적연금 강화에 대한 청년대표들의 생각을 듣는 자리였다. 청년들이 토론을 끝내고 청중질문을 듣기 위해 마이크를 넘긴 순간 ‘선배’의 지적이 쏟아진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청년대표들의 주장은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해냈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현재를 분석하고 연금강화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노년의 오늘이 청년의 내일’이라며 오늘의 노년을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연금논의에서 청년층이 배제됐다는 점을 비판했다. 살인적인 주거·교육비와 ‘인턴’ ‘열정페이’ 등 최초 사회진입단계의 구조화된 착취, 사실상 기대하기 힘든 고용안정 등 청년층을 말려죽이려는 것이 아닐까 싶은 무례한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현재를 사는 청년들이 힘들다는 것은 상수다. 전세계적으로 그렇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다. 변수는 정치다. 공적연금에도,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에도, 심지어는 교육문제에서도 청년들은 논외다. 국내 정치는 그 저급성을 모든 사회문제에서 당사자를 제외하는 것으로 증명하고 있다.

5차례에 걸쳐 회의를 진행한 국회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는 이 가운데 단 한차례도 주거복지의 사각에 놓여있는 청년의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다. 청년층을 만나는 제스쳐조차 취하지 않았다. 공적연금 강화를 외치며 ‘청년층에 대한 과도한 부담’을 이야기하는 여야 모두 마찬가지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법적 근거가 없다며 ‘폐지’로 가닥이 잡혔던 국립대 기성회비를 되살려 ‘수업료’로 통합징수하도록 한 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도 매한가지였다. ‘내야할 근거’는 없으나 ‘나갈 돈’은 많으므로 불법을 합법으로 치환한 국회와 교육부다.

지금 살 집이 없고, 일할 직업이 없고, 갚아야할 빚이 천만금인 우리사회의 청년들이 더 이상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정치권은 ‘청년들이 착하다’는 일각의 지적을 무겁게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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