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이제는 대학 1, 2학년 때부터 취업준비를 해야 할 때가 왔다. 4학년 때 취업준비를 부랴부랴 몰아서 하니까 취업이 안 되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제1차 청년고용대책협의회’에서 정부 고위 인사가 한 말이다.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자고 전문가들이 이른 아침부터 모여 머리를 싸맸던 장내 분위기가 일순 찬물을 끼얹은 듯 싸늘해졌다. 이 인사는 협의회가 청년고용대책을 모색하는 첫 자리가 되길 바란다며 말을 이어갔지만 자리를 채운 청년대표들의 시선은 걷잡을 수 없이 냉랭해졌다.

청년대표들은 이번 협의회를 통해 정부의 청년일자리 창출 노력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고 성토했다.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이동학 소장은 “1, 2학년 때부터 취직을 준비해야한다는 말은 청년들의 현실을 너무나도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우리나라 학생들은 12년 동안 수능이라는 괴물과 싸워서 자기 꿈과 희망을 찾을 시간도 없이 대학에 간다. 그런 청년들이 입학하자마자 취업 준비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말이냐. 문제는 이미 1~2학년 학생들이 현재도 그러고 있다는 것이다"며 비난했다.  정부 요직에 있는 차관이 현실을 알면서 그러는지 모르면서 그러는지 알 수는 없지만 너무나도 불성실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청년들을 분노케 한 것은 정부 인사의 발언만이 아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그룹 노사협의회 회장은 “학생들이 정말 일자리가 없어서 취업을 안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눈높이가 높아서 취업을 안 하는 것 아닌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라"며 질책했다.  다른 재계대표는 “청년들의 취업 눈높이가 너무 높다. 오히려 중소기업은 일력난이 심하다. 사람이 없다. 대기업 경쟁률과 중소기업 경쟁률을 한번 비교해보라”고 꾸짖듯 말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이날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함께 풀어보자고 모인 자리에 나온 이들은 전혀 그럴 마음이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 청년층은 아연실색했다. 복지국가 청년네트워크 문유진(숙명여대 4)씨는 “협의하자고 모인 자리에서 자신들의 주장만 하고 갑자기 나가버리는 건 경우 없는 행동이다. 그분들도 자녀들이 있을텐데 자녀들에게도 직업을 구할 때 눈을 낮추라고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번 협의회는 사실상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해 기성세대가 갖고 있는 폭력적인 편견을 드러내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이미 입학과 동시에 어쩔 수 없이 취업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 1, 2학년 학생들이 자의와 관계없이 스펙쌓기에 돌입하는 상황에서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현저히 다른 업무여건과 대우에도 불구하고 "이젠 1~2학년때부터 취업준비를 하라"거나 "눈높이를 낮추라"는 피상적인 발언을 하고 자리를 뜬 기성세대들에게서 진정성은 느낄래야 느낄 수가 없었다.

정부 고위인사가 이날 언급한 '이해와 양보'는 왜 청년들에게만 해당해야 하는 일일까. 기성세대의 청년고용에 대한 편견이 걷히지 않는 한 피해가 오롯이 청년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