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3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9월 회기 이후 ‘선거정국’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각 당의 비례대표 의원들은 이미 지역구를 결정하거나 지역사무소를 개소하고 지역정치에 첫 발을 딛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구조조정이라는 격랑에 휩싸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비례대표 8명도 재선준비에 나섰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교문위 소속 비례대표 8명 중 6명은 지역구를 결정했고, 1명은 아직 고심하고 있다. 1명은 출마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마를 결정한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과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은 지역연고가 영향을 줬다. 배 의원은 부산대를 나와 부산일보 기자로 활동했다. 문재인 대표에 의해 발탁돼 당 입성 뒤에는 당 대변인과 정책위원장 등을 지냈다. 문 대표가 지난해 당대표 전당대회에 출마하며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지역구를 이어받을 것으로 점쳐졌다.

강은희 의원은 대구 출신 국회의원으로 지역사무소도 대구 달성에 설치했다. 지역 행사에 자주 얼굴을 비추는 등 사전 정지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강 의원 외에도 지역 당협위원장 등 다양한 새누리당 인사들이 대구 달성에 출마 의지를 불태우고 있어 치열한 경선이 예상된다.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 역시 지역구로 고향인 대전 중구를 택했다. 이 의원의 부친이 충남군수와 대전부시장을 지내는 등 이 의원과 인연이 많은 곳이다. 이 의원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은 나를 세계적인 탁수선수로 만들어준 고향이다. 충남도청과 선화초등학교 담벼락에서 탁구 연습을 하던 추억이 생생하다. 정치활동을 계속하려면, 바로 이곳(중구)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기도 구리에 지역구를 마련한 새누리당 박창식 의원은 KBS PD시절 인연이 실마리가 됐다. 지난 2007년 KBS PD 재직 당시 박 의원이 제작한 ‘태왕사신기’의 촬영 장소가 경기도 구리다. 박 의원은 당시부터 인연이 닿아 지난 2013년 5월에는 구리시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등 구리시에 일찌감치 터를 다져왔다. 박 의원실 측은 경선으로 치러지더라도 당협위원장으로 닦아온 민심을 믿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이 당협위원장으로 있는 경기도 용인은 경쟁이 치열한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중앙일보 기자로 활동한 이 의원은 용인지역과 특별한 인연은 없다. 이 때문에 지역구를 닦는데 보다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원내대표로 선출된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안양예고 출신으로 안양 출마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위원장 출신으로 국회에 입성한 정 의원은 교사 재직경험과 전교조 활동 경험 등이 있는 안양에서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과 맞닥뜨릴 공산이 크다.

이밖에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출마를 전제한 채 지역구를 정하지 못한 상태고,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은 지역 당협위원장 선거에도 불출마하는 등 20대 총선 출마 여부 자체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례대표 재선의 첫 관문은 당내 경선이다. 여야가 모두 당헌·당규로 비례대표의 ‘비례 재선’을 금하고 있어 재선을 노리는 비례 의원은 지역구로 출마해야 한다. 그러나 ‘전국구급’ 인지도에 비해 지역 조직력이 약한 비례대표 의원들은 경선 과정을 넘는 것이 어렵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 지역사무소를 개소하고 당협위원장 등을 노리고 있지만 이미 지역에서 세를 굳혀놓은 전현직 의원들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비례대표 의원들의 지역구 생존률은 극히 낮다. 지난 18대 비례대표 의원 중 19대 총선에서 지역구로 출마해 생환한 의원은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김상희 의원 등 3명에 불과하다. 특히 여야가 모두 오픈프라이머리(국민참여경선제) 등 공천과정을 상향식으로 개정함에 따라 비례의원의 당내경선 통과조차 불투명해지는 상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한 의원은 “지역에서 기반을 다져온 같은 당 세력이 있어 이들을 뛰어넘기가 어렵다. 의정활동을 통해 주목도를 높여도 지역의 민심은 중앙과 달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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