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이 최근 발표한 학문분야별 평가 결과는 명성을 쫓아온 대학의 +현주소와 열악한 교육 환경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한편, 적자생존의 법칙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는 점에서 대학가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번 평가 결과 감상의 주 포인트는 먼저 분야별로 현실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간의 대학 명성에 걸맞게 교육여건이 확보돼 있는지에 있다.

그러나 대교협 분석에 따르면 법학의 경우 교육과정이 사법고시나 행정고시를 대비한 기본법 중심으로 구성돼, 법대생의 사회 진출에 대비한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교육과정 연구와 개발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또 +전임교수의 수업담당률이 평균 67%에 그치고 있어 충원이 필요하며, 저술활동도 대부분 교과서 저술 및 개정 작업에 한정되어 있는 점. 로스쿨 도입에 대비한 법학도서관 설치와 법대졸업생의 취업률 향상을 위한 노력 저조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건축분야 역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 세계시장이 단일화돼 건축가 +교육과 건축기술자 교육을 차별화해야 할 상황인데도 대부분 적절한 +대응방안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고, 응용학문으로서 학문의 실용성이 중요한데도 이론과 실무의 괴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외에도 개별 대학 상황으로 들어가면 그간 대학의 권위와 +허명으로 교육여건 개선에 소홀했던 대학들의 현주소를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우선 건축(공)학 분야에서 서울대·울산대·한양대만 최우수대학으로 +선정됐을 뿐, 연세대와 고려대, 지방 국립대 등은 모두 그간의 명성에는 맞지 않게 최우수대학에서 밀려났다.

법학 부문 역시 대구에서는 영남대가. 부산에서는 동아대가 각각 최우수대학에 선정된 반면 지방의 국립대인 경북대와 부산대, 전남대, 충남대 등은 우수대학에 그쳤으며 심지어 명문사학으로 일컬어지는 연세대 L52 원주캠퍼스는 [개선요망대학]의 불명예를 안았다.

대교협은 이같은 원인에 대해 국립대학의 경우 예산 운용이나 인력 확보에 있어 정부 규제를 받는 등 경직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데 비해 +사학들은 총장이나 재단이사장의 리더쉽과 결단으로 투자를 대폭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실제로 이번 평가 결과 최우수대학에 선정된 서울 소재 한 사립대학의 경우 단기간에 20여억원 이상을 지원하는 등 수월성 확보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이번 평가에서는 몇가지 문제점도 남겼다. 기존의 평가 관행에서 한걸음 나아가 평가 틀을 확대한 것은 진일보한 측면이지만 동등잣대와 기준 적용으로 개별대학의 특수성이 무시되거나 반영되지 않아 여전히 변별력이 부족했다는 평가. 특히 법학의 경우 서울대와 사실상 경쟁관계로 볼 수 없는 10개 대학이 모두 최우수 평가를 받은 점 등은 서열화를 +지나치게 의식, 정작 평가 자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었다는 지적 등이 그것이다.

이는 그간 대교협이 평가제도를 도입한 이래 끊임없이 시달려온 문제로 서열화와 교육여건 개선이라는 상반된 이미지를 어떻게 결합하는가와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지난 92년부터 시작된 대학종합평가인정제는 대학 전체를 놓고 볼 때 질 향상에 다소간 기여했지만 평균 이하의 기준 설정으로 당시 평가받은 대학이 모두 인정받는 사례를 남겼으며, 학문분야 평가도 최우수와 우수만으로 구분, 평가 제도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평가 결과 [최우수]에서 탈락한 세칭 일류대와 +[개선요망] 등급을 받은 대학, 평가방법에 따라 낮은 점수를 받은 +대학들은 앞으로 교육 소비자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며 교육여건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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