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혁장외어기모(兄弟鬩牆外禦其侮). 중국 춘추전국시대 시경(詩經)에 언급된 글귀로 평소 형제가 한 울타리 안에서 싸우다가도 외부의 공격을 받으면 싸움을 멈추고 결속해야 한다는 표현이다.

현재 대학사회를 위협하는 외부 요소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미 학령인구 감소와 온라인 교육 확대, 사회수요 변화, 국제화 요구 등 고등교육을 둘러싼 환경 변화는 물론 수년째 이어진 정부의 강력한 대학구조조정 및 등록금 동결 인하 기조는 대학운영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들의 존립기반이 흔들리거나 자율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대학들은 서로 결속하고 한 목소리를 내야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이 역할을 누가 해야 할 것이냐 묻는다면 대다수는 대학들의 협의체를 언급할 것이다.

그러나 대학협의체, 특히 4년제 대학들을 회원교로 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는 그 같은 동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국공립대 총장선출방식이 연일 이슈가 되고 있는데 대교협은 아무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대한 대학들의 불만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대교협은 복지안동이다. 이 정도면 대학을 대표하는 대학협의체가 아니라 정부부처 일개 국 단위 수준이다. 그래서 교육부 국장출신이 사무총장으로 선임된 지도 모른다. 대학가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무용론'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는 이유다.

본지는 고등교육의 미래를 고민하자는 차원에서 UCN 프레지던트 서밋을 마련하면서 대교협의 참여도 여러 번 요청했다. 그러나 대교협은 끝내 거부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및 소속 여야의원, 30여명의 사립대 총장들과 유관단체 관계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론의 장을 대학협의체가 보이콧한 셈이다.

부구욱 회장이 주도한 '대학발전 비전 2025'에 힘을 싣기 위해서 일까. 2025년까지 대학평가 후 선도대학 20곳을 연구중심 명문대학으로 키운다는 그 비전 말이다. 그러나 회원교 총장들은 물론, 대교협 내부에서까지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그 비전은 ‘공론화’되기는커녕 이미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대학 총장들의 모임이 세분화 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회장 지병문)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회장 최성해)의 활동이 더 두드러지는 것은 물론 서울지역과 경인지역 총장협의회를 비롯해 각 지역대학총장협의회 등이 별도로 교육부, 국회와 접촉해 자신들만의 공동 목표를 도모하는 상황이다.

더 이상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영향력도 없는 대학협의체는 존재이유가 없다. 대교협은 대학가의 외면과 쓴 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이라도 원점에서 제 역할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대학가에서는 작금의 대교협 위상추락은 부회장 개인의 칼라가 너무 독특해 빚어지는 현상이라는 지적도 많다. 내년 4월이 임기만료인 회장 개인의 독단으로 협의체가 운영되면 더 이상 대교협이 아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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