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노선 펀딩 플랫폼 ‘눈 뜨면 도착’ 만든 박주혁 대표(서강대 아트앤테크놀로지전공2)

강남대·건국대·국민대 등 10개 대학 제휴
학생 집 앞에서 승차 · 자신의 대학서 하차
“지속 가능한 정부 창업책 나와줬으면…”

[한국대학신문 손현경·천주연 기자] “아직도 아침에 서서 학교 가나?”

대답부터 하자면 “아니다”. ‘눈 뜨면 도착(눈도)’(www.ourbus.kr , https://noondo.kr/) 덕이다. ‘눈도’는 전쟁 같은 출근 시간, 서서가는 사람들끼리 모여 그들만의 버스를 만드는 온라인 노선 펀딩 플랫폼이다. 이는 서울에 위치한 대학에 다니는 수도권 지역 학생들 사이에서 통학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눈도’는 강남대·건국대·국민대·서강대·서울과학기술대·서울여대·세종대·한국산업기술대·한국외대·홍익대 등 총 10개 대학과 제휴를 맺고 있다. 이 중 강남대·한국산업기술대·한국외대를 제외한 7개 대학에 통학버스 노선이 개설 돼 이번 달부터 운행되고 있다.

노선이 만들어지는 방식은 간단하다. 제휴 맺은 대학별로 수요조사를 벌인다. 그 데이터를 토대로 대학 구성원들을 실어 나르기 가장 적합한 노선으로 짠다. 그 후 이 노선에 탈 사람을 다시 모집한다. 50명 이상이 모여야 비로소 노선이 개설돼 버스가 운영된다.

일반 통학버스, 대중교통과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이다. 원하는 시간에 최대한 집 앞에서 승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본인이 타기 원하는 버스정류장을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승객이 노선을 찾는 게 아니라 버스노선이 승객을 찾아오는 것이다.

‘눈도’는 서강대 아트앤테크놀로지전공 2학년 박주혁(22, 휴학중)씨의 창의적인 생각과 실험적인 시도에서 태동했다.

“제가 분당에 살거든요. 분당에서 학교가 있는 신촌까지 직행노선이 없어요. 만원버스를 타고 환승해서 가야 하는데 1교시 수업인 날은 출근시간이랑 겹쳐 너무 피곤한 거예요. 그러던 중 ‘우리학교 다니는 사람 중에 분당 사는 사람이 나 말고도 분명 있을 거다. 모이면 한 달에 얼마씩 내고 우리끼리 통학버스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학교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죠.”

반응은 뜨거웠다. 150개의 댓글이 바로 달렸고 70명이 동참의사를 밝혔다. 그는 한달음에 버스회사로 달려가 계약을 맺었다. 그렇게 지난해 3월 분당과 신촌 지역 대학들을 연결하는 ‘눈 뜨면 신촌’ 버스가 역사적인 첫 운행을 시작했다.

지난 4월 박 대표는 든든한 지원군을 만났다. 웹·앱 개발자 장승훈(27) 씨와 서비스 디자이너 이예연(25) 다.

“창업을 결심하고 나서 함께 할 팀원을 찾아 다녔어요. 팀을 꾸리는 데 우여 곡절이 많았죠. 꾸려졌다 흩어지고, 또 꾸려졌다 흩어졌어요. 그러다가 ‘코드포서울’이라는 곳을 알게 됐어요. 시민들이 직접 사회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로 코딩·디자인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커뮤니티에요. 두 분은 거기서 기획자로 활동 중이었어요. 도시의 교통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자 했던 제 아이디어와 그분들의 비전이 맞아떨어진 거죠.”

박 대표는 소비자들을 먼저 만나라고 말했다. 멘토들과 먼저 만난 게 창업자들이 실패하는 가장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그들은 ‘속도전’을 폈다. 빠르게 준비해서 빠르게 내놓고 빠르게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아 성장하는 전략이었다. 그 결과 뭉친 지 4개월 만에 실용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다.

버스 한 대로 시작했던 작은 프로젝트가 일 년이 지난 지금 회원가입자 3500명, 운행버스 8대의 규모로 커졌다. 가격은 한번 탑승시 3900원으로, 일반 광역버스보다 현금기준 1400원 더 비싸다. 그래도 인기가 높다. 환승 없이 앉아 갈 수 있다는 메리트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눈도’를 버스회사라고 생각한다. 박 대표의 친구들도 그를 ‘버스회사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다르다.

“‘눈도’는 단순히 버스 회사가 아니에요. 버스와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매개역할을 하죠. 저희한테 버스라는 수단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기존에 있는 자원을 사람들하고 어떻게 연결시켜서 사람들이 더 큰 효율성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느냐가 저희의 관심사에요.”

궁극적인 목표는 정해진 노선에 따라 움직이는 경직된 대중교통에서 벗어나 그 때 그 때 사람들의 수요에 맞게 움직이는 ‘보다 유연한 대중교통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빠르면 올해 말부터 ‘눈도’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개방될 예정이다. 

“일반 시민들도 누구나 아침에 정기적으로 이동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수요를 온라인으로 조사해 개개인에게 맞춤형 셔틀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그가 정부의 창업 정책에 대해선 아쉬움을 피력했다. 스타트업에서 지원금도 필요하지만 사실 뚝심있게 밀고 나갈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 멘토한명 붙여주고 지원금을 주는 지금의 정책은 방향성이 없어보인다는 것이다.

“대개 정부 지원 사업은 처음 꾸려진 팀에 지원을 해요. 사실 처음 뭘 하자고 모인 사람이 이걸 지속할 확률은 적거든요. 사람들 열의가 중간에 식어버리면 이만큼 지원받은 돈은 어떻게든 써버려야 되는 상황이 돼요. 지속가능한 스타트업이 될 수 있게 도와주고, 실제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스타트업에게 지원해주는 정책이 진짜 필요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 '눈 뜨면 도착 버스 노선' 표 (출처 : 박주혁 '눈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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