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일정상 사법시험의 존치나 폐지냐를 결정할 수 있는 현실적 마지노선은 올해까지다. 결론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존치나 폐지를 주장하는 양측의 갈등은 쉽게 일단락 될 것 같지도 않다.

최근 들어 국회가 사시존치에 적극 나선 것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눈치보기라는 분석들이 나온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들이 사시존치 법안을 잇따라 내놓은 것은 최근 뜨거워진 여론의 추이와 궤를 같이 한다. 사시존치 법안 여럿이 진작에 발의됐지만 대부분 국회에서 잠자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4.29 재보궐 선거에서 신림동 고시촌이 위치한 관악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오신환 의원이 사시존치 공약의 힘으로 당선에까지 이르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

대학촌 주민들이 사시존치를 내건 정치인들에게 강력한 지지를 보내는 배경도 다르지 않다. 이들에게 사시존치는 생존의 문제다. 한 대학촌 임대업자는 "사시제도가 폐지되면 관악구 대학촌 일대는 슬럼화가 불가피하다"면서 "이미 로스쿨 도입 이후 사시 규모가 줄어들면서 대학촌에는 중국인들의 유입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입법청원까지 벌이는 등 사시존치에 사활을 건 고시생들도 사시존치는 최대의 기회이자 유일한 대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사법고시 장수생들은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이야기한다"며 "폐지가 코 앞에 닥친 현재 사시판에는 로스쿨과 사시 합격으로 두뇌들이 빠져나간 이후 새로운 인재 유입이 없는 상태다. 장수생들에겐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로스쿨이 있는 대학과 없는 대학의 입장차도 첨예하다. 로스쿨이 없는 대학의 법학 교수들은 여야 의원들이 주최하는 토론회에 부지런히 다니면서, 열심히 사시존치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사시 존치만이 땅에 떨어진 학교의 위상을 회복하고 더 많은 입학자원을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일 것이다.

건전한 논의보다 집단 이익에 매몰되긴 법조인 스스로도 마찬가지다. 사시 출신 청년변호사들이 기성 변호사단체에서 영향력을 확장해가는 과정에서 사시존치론의 덕을 본 것 또한 사실일게다. 사법연수원 1000명 시대가 시작된 이후 배출된 이들 청년변호사들은 화합을 내세우는 중견 변호사들과 달리, 로스쿨을 '현대판 음서제'로 공격하는 등 적극적인 견해를 펼쳐왔다. 이들은 최근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선거에서 잇따라 당선됐고 대한변호사협회 선거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연합전선을 구축하면서 사시존치론에 맞서고 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도 별도의 단체를 결성하는 등 강경노선으로 치닫고 있다. 로스쿨이 법조 서비스의 문턱을 낮춰 누구나 법률서비스를 받도록 한다는 취지를 제대로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단체행동도 불사하고 있다.

사시존치 논란 속에서 이들 모두가 잊고 있는 것이 있다. 법조인 양성 교육의 질과 이를 통해 배출된 변호사들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고민과 성찰이다. 우리나라 법조인 양성제도는 지금 이대로라면 사법연수원과 로스쿨 모두 낙제점이다. 일반 국민들은 사시출신이나 로스쿨 출신이나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연수원의 기수문화와 카르텔 형성은 여전하다. 옛 법대 교수들이 그대로 옮겨온 로스쿨 교육제도가 잘해봐야 얼마나 달라졌을까 하는 의구심에도 마땅한 답을 해주지 못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법조인 교육의 질 개선과 사회적 역할 강화에 박차를 가하기에도 바쁠 때다. 헐뜯기 싸움은 그만 멈춰야 한다. 국민들은 아무도 그런 싸움을 지지하지 않는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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