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목표로 조성된 청년희망펀드가 불과 두 달 만에 800억원을 넘어섰다. 펀드라는 꼬리표를 달았지만 사실은 펀드가 아니라 공익신탁이다. 내 재산을 좋은 곳에 써달라고 믿고 맡기는 기부금인 셈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도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을 수 없다.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참여한 사람이 10만 명에 육박하고 모인 금액이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고 있으니 청년실업 해결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과 관심을 짐작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 21일 자신이 제안한 청년희망펀드에 제1호로 기부한 이후 각계에서 동참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 벤처기업, 연예인, 운동선수까지 보태고 있다. 물론 자발적이기 보다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반강제적으로 동참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많지만 십시일반 진정한 의미의 펀드참여자도 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년희망펀드를 운용할 청년희망재단은 지난 5일 서울 광화문 우체국안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공식 출범했다. 초대 이사장을 맞은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는 한국을 대표하는 벤처기업인이다. 사재 20억 원을 출연해서 지난 2010년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을 세우면서 청년문제 해결에 앞장 서 왔다. 황 이사장은 특히 정신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자리 해법은 쳥년들의 정신력 일깨우기가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재단이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에 직접 나서기 보다는 청년들의 의식을 전환시키고 패러다임을 바꾸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청년희망재단은 구체적 실천계획으로 우수한 중소기업 제품을 해외시장에 판매할 청년글로벌 보부상 5000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놓고도 판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중소기업 제품을 해외에 내다 팔 청년세일즈맨을 육성하겠다는 뜻이다. 황 이사장은 청년 보부상들이 중소기업의 세일즈맨 역할을 수행하면 청년 구직난 완화는 물론이고 우리 경제 영토를 확장하는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년희망재단에 대한 긍정의 목소리보다 쓴 소리가 많기에 정책담당자들은 물론 재단관계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한 취업준비생은 청년일자리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도우려는 취지는 훌륭하지만 구체적인 정책이 아닌 단순한 기부금 형식의 청년희망펀드의 효과는 단기적이고 미미해서 기대할 것이 전혀 없다고 일갈할 정도다. 또 다른 대학생 취업준비생은 실제 구직난을 겪고 있는 당사자의 입장과 고충을 충분히 듣고 그에 적절한 대책을 각 분야 전문가와 함께 상의한 후 모금을 시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청년희망재단에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

청년희망펀드의 성공여부는 진정으로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재단이사장이 강조한 정신력 키우기에 얼마나 재단이 정성을 들여 성과를 내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려면 재단은 청년들과 소통의 장을 만드는데 앞장서야 한다. 특히 청년의 70%인 대학생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 괴로워하는 것들을 직접 들어보고 윗사람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동안 정부에서 발표했던 수많은 보여주기 식 정책의 재탕이 되서는 안 된다.

벤처 1세대의 대표주자 황철주 이사장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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