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처한 대학사회의 교권’ 토론회 개최

▲ 인간을 존중하라’ 가르치지만,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비정규교수들의 교권을 둘러싼 논의가 벌어졌다. 25일 한국대학학회가 주최하고 학술단체협의회가 후원하는 ‘위기에 처한 대학사회의 교권’ 토론회가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교수들은 '교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교수'와 재임용, 계약임용제가 악용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한국대학신문 신나리 기자] #지난해 초 홍익대가 일방적으로 시간강사들을 해고해 학생들이 '교육권 침해'라며 반발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홍익대 총학생회와 총동아리연합회, 단과대 학생회들은 성명서를 통해 "시간강사 일방적 계약해지는 부당해고로 간주한다"라며 "대학 본부가 2015 대학구조개혁평가 중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을 편법으로 높이기 위해 전교생의 수강신청이 모두 끝나고, 모든 학생회가 신입생 수련회를 진행하고 있는 사이 시간강사의 부당해고를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올초에도 비슷한 일은 반복됐다. 서울의 한 사립대가 ‘강의 비개설 안내’라는 이메일을 통해 45명에 달하는 시간강사를 일방적으로 해고했다. 이 사립대는 몇년전 ‘인간다운 인간으로 인간답게 살기위한’ 교육을 한다며 ‘교양교육’을 전담하는 대학을 세웠지만, 소속 대학의 강사들을 ‘인간답게’ 대하지는 못한 셈이다.

‘인간을 존중하라’ 가르치지만,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비정규교수들의 교권을 둘러싼 논의가 벌어졌다. 25일 한국대학학회가 주최하고 학술단체협의회가 후원하는 ‘위기에 처한 대학사회의 교권’ 토론회가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 모인 교수들은 시간강사들이 교원의 권리로서의 교권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재임용제와 계약임용제가 대학 교원의 교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데 악용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권리 없는 시간강사’ = 이상룡 부산대 교수는 대학의 시간강사는 교원이면 당연히 갖게 되는 신분상의 권리, 재산상의 권리를 갖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교원이면 당연하게 갖게 되는 권리가 신분·재산상의 권리다. 그런데 시간강사에게는 이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계약기간이 6개월 내외이기 때문에 사전 공지 없이 강의가 없어지거나 강의 담당 교수가 바뀌는 일이 일상”이라며 “시간강사들이 일방적으로 해고를 이들이 ‘교권 침해’라고 주장하지 못하고 학생들이 ‘학습권 침해’라고 지적하는 것은 시간강사에게 교권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강사들의 교권을 침해하는 것은 대학과 전임교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시간강사들이 법률상으로 교권을 보호받지 못하고 있지만, 교재 선택 활용권, 교수·학습 내용 편성권, 교수·학습 방법 결정권 등 교육권에 해당하는 교권은 일정 부분 보장받고 있다”라면서 이를 간섭하는 것이 대학 당국과 전임 교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이 특정 교재를 강제하거나, 수업의 내용과 방법에 간섭하고 강의실을 감시하기까지 한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심지어 성적 평가에 개입하는 전임교원도 있다”라며 “시간강사를 불러 자신의 아들이 수업을 들었는데, 시험지를 보여 달라고 요구한 전임교원의 사례도 있다. 시간강사의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시간강사가 교원의 권리로서의 교권을 부여받기 위한 해결방안도 제시했다. 법적인 교원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시간강사법 논란에서 보듯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교수는 교육권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과정 결정권 또는 편성권’을 시간강사에게 보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의 시간강사는 교육과정을 결정할 권리나 편성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편성권은 전임교원들에게만 주어져 있다”라며 “통상적으로 전임교원들이 교육과정을 편성·결정해 자신들이 맡을 강좌를 정한 뒤 남은 강좌를 시간강사에게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법률이 시간강사의 교권을 보장하기를 마냥 기다릴 것이 아니라 대학과 전임교원이 제도적으로 시간강사의 교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교제선택 활용권, 성적 평가군, 교수·학습 내용 편성권, 교수·학습 방법 결정권 등 대학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라며 “그 일들을 두고 정부와 법률 탓만 하는 것은 무책임하거나 비겁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재임용과 계약임용제’라는 덫 = 대학이 재임용과 계약임용제를 이용해 대학 교원의 교권을 부당하게 침해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들 제도가 교원 간 경쟁을 통해 교원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우수한 교원에게는 장기·고임금으로 채용하게 한다는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교원들의 교권을 침해하거나 단기 실적주의와 저임금에 매몰되게 하는 등 두 제도를 통해 근로조건이 열악해졌다는 주장이다.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교수는 “재임용제가 일정 임용기간(근로기간)이 지나면 재임용여부를 판단하여 결정하는 것으로 그 자체로 비정규직 요소를 담고 있는 특성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낮은 임금과 1~2년, 6개월 등의 단기계약으로 임용하는 대학교원 임용 방식이 확산되며, 계약임용제 역시 전임교원확보율을 높이는데 이용되고 있다는 설명했다. 우수한 교원에 대한 보상체계 구축이 아니라 교원의 근로조건을 열악하게 만들고, 전임교원을 많이 뽑는 형식적인 전임교원확보율을 높이는데 계약임용제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이 두 제도를 통해 재임용거부결정을 받은 교원이 법적 소송을 통해 재임용거부처분 무효판결을 받고 다시 재임용되는 시점까지 받는 불이익은 상당하다. 교원의 지위를 갖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학연금과 급여 상승 분에 대한 연계성이 끊어진다”라며 “계약임용제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계약임용제의 본래의 취지를 살려 우수한 대학 교원이 소신을 가지고 업적을 쌓을 수 있도록 하기위해서는 계약임용제를 도입하기 이전의 교육공무원임용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간 이상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임 교원 임용시에는 적어도 2년 이상으로 하고, 두 번째 이상 재임용시에는 적어도 4년 이상으로 하되, 직급에 따라 차등을 둘 수 있게 하는 것이 보상체계 측면에서도 정당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개선이전에라도 1년 이하로 계약하는 대학이 없도록 교육부에서 지침을 보내고, 이를 어기는 대학에 대해서는 행·재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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