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알파고 대결, 인공지능 연구 방향성 제시

기술 본질 이해 ‧ 인문학적 사고 ‧ 비즈니스 감각 갖춘 융합 인재 필요
소프트웨어 교육은 생각하는 방법 배우는 과정… 필수교양 편입 긍정적

 

▲ 왼쪽부터 김성완 한국연구재단 ICT융합연구단 단장, 이상완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한국대학신문 정명곤·손현경 기자]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이 알파고의 승리로 끝났다. 인간과 컴퓨터의 바둑 대결은 4대 1로 인공지능의 승리로 끝났지만 세기의 대결이 일으킨 반향은 사회를 넘어 대학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이 인공지능과 뇌과학 분야에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는 긍정적 의미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들은 정부와 대학에 조급한 계획이나 투자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균형있는 지원을 당부했다.

특히, 교수들은 인공지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공계 지식을 기반으로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고급 융합인재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본지는 인공지능과 뇌과학분야 전문가인 한국연구재단 김성완 ICT 융합연구단장,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이상완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에게 인공지능과 대학이 가야할 길을 물었다.


■ 이공계 지식에 인문사회과학적인 사고 겸비한 고급 융합 인재 양성해야

사회=“세기의 바둑대결은 사회에 인공지능과 뇌과학이란 분야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 대학사회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다가오는 지능정보사회에서는 많은 문제들이 인공지능에 의해서 하나씩 해결될 것이다. 따라서 미래에는 대학에서 단순한 문제 해결형 인재 보다는 수학·과학·공학적 소양을 갖추고 인문사회과학적인 사고와 비즈니스 감각을 겸비한 고급 융합 인재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 교육과 연구에 인공지능 도우미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산업과 직업 및 일자리를 창출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이상완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란 회사는 다른 인공지능 응용을 하는 기업들과 출발이 다르다. 뇌과학 기반 인공지능 모델의 구현을 추구하는 신경과학 기반 인공지능 회사이다. 기존의 인공지능이 풀지 못했던 여러 가지 문제들을 풀기 위해, 뇌과학 연구를 통해 알아낸 인간의 뇌의 계산적 메커니즘을 인공지능 모델로 구현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은 뇌과학과 인공지능을 결합시킴으로써, 인간의 전략수립과 같은 고등적 사고 수준을 인공지능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학계는 앞으로 인공지능과 뇌과학을 어떻게 융합해야 할지에 대한 숙제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 인공지능 50~60년 전부터 연구된 기술… 지나친 호들갑 경계해야
사회=“우리나라 인공지능과 뇌과학 분야의 발전을 위해 정부와 대학들의 어떤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장병탁=“인공지능 분야의 발전은 신기술 개발과 그 활용 능력에 의해서 좌우된다. 인공지능 신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수학·과학·공학적인 기초가 튼튼한 고급 소프트웨어 인력을 필요로 한다. 한편 인공지능의 활용은 기술의 본질을 이해하면서 인문사회과학적인 유연한 사고를 하고 비즈니스 감각을 겸비한 고급 융합 인재들을 필요하다. 그러나 현행 대학 교육 체제에서는 이러한 융합 인재가 나오기가 어렵다. 학생들이 본인들의 관심과 재능에 따라서 자유로이 과목을 수강할 수 있는 자율성과 독립성이 주어지는 교육체제가 필요하다.”

이상완=“수학‧공학‧생명과학의 융합을 통해 세계 연구의 흐름을 리드할 수 있도록 기초적인 학문에 대한 안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지양해야 할 것은 알파고에서 딥러닝을 썼으니, 딥러닝 알고리즘을 여기저기서 적용하는 것이다. 이미 이런 기술은 오랜 기간 동안 연구돼 왔고 구글의 경우와 같이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해 왔으므로, 자칫하면 남들을 따라가는 수준에서 그칠 수 있어 걱정이 된다. 인공지능과 뇌과학의 융합은 그 한 부분으로, 한국의 좋은 IT 기반을 이용하면 앞으로 빠른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우리나라 인공지능 세부 분야는 선진국 수준… 컴퓨터과학 소프트웨어 정원은 절대 부족

사회=“우리나라 뇌과학 분야의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는가.”

장병탁=“우리나라 인공지능 분야의 질적 수준은 세부 분야에서는 선진국 수준이다. 다만 우리나라 대학은 컴퓨터과학과 소프트웨어 분야의 정원이 선진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로 인해 고급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수가 선진국에 비해서 월등히 적으며 결과적으로 인공지능 분야의 고급 인력도 많이 부족하다. 최근 일부 대학에서 고급 AI 인력들이 배출되고 있으나 아직은 산업체의 수요를 만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김성완=“대한민국의 인공지능 기술력 수준은 어떤 부분은 앞서가고 어떤 부분은 많이 뒤처진다. 전반적 기술수준은 세계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지난 5년간 인공지능 사업에 투입한 금액을 조사해 보니 우리나라는 수십억원대 투자를 했다. 반면 구글은 30조원정도 투자를 했다. 자금이 풍부하니 전략사업으로 인공지능 구글 자동차 등에 집중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투자가 필요하다.”


■ 알파고 강화학습 알고리즘의 뿌리는 심리학… 인문학 깊게 발전할 수 있는 고민 필요

사회=“이공계열을 중시하는 요즘 고등교육의 풍조가 이 사건을 계기로 가속화 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상대적으로 인문학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완=“인문학에 대한 고민 없이 공대는 발전하기 어렵다. 이공계열의 연구는 ‘문제의 정의’에서 출발한다. 기술만 익힌 이공계생은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를 잘 처리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깊이 있는 사고를 통해 중요한 문제를 발견할 수 없다. 예를 들면, 뇌과학에서의 중요한 질문들은 철학이나 심리학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다. 알파고에서 사용되는 강화학습 알고리즘도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인간행동을 이해하는 심리학적 접근에서 출발했다.”

장병탁=“고급 인공지능 인력은 이공계 지식 뿐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겸비해야 한다. 따라서 이공계 학생들도 인문학 교육을 더욱 받아야 하며, 인문학에 대한 수요가 더욱 창출될 수 있다. 언어 지능, 감성 지능, 소셜 지능 분야에서는 인문사회과학적인 사고를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에 인문학 출신들에 대한 새로운 직업과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 소프트웨어 교육은 생각하는 방법 배우는 과정… 공학필수교양 환영

사회=“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 7개 대학이 신입생 대상 소프트웨어기초교육을 필수기초교양으로 확정됐다. 아주 센세이션한 현상인데.”

이상완=“소프트웨어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A를 넣고 B를 출력하기 위한 단순한 프로그래밍이 아니라, 추상적인 아이디어, 현실세계의 복잡한 현상들을 연구를 위한 하나의 틀 안에 가두고 구현하고 테스트하는,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소프트웨어 기초가 없는 학생은 아이디어가 아무리 많아도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 수 있지만, 기초가 있는 학생은 작은 문제라도 빠른 시간 안에 구현하고 검증해 볼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도전적인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

김성완=“소프트웨어 교육의 확산을 위해 외국의 사례와 같이 소프트웨어 인재를 중시하는 문화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단적인 예로 미국은 일반 공과대학 인재보다 소프트웨어 인재에 급여를 많이 주고 대우를 해준다. 사람들은 월급이 같다면 당연히 일이 편한 직장으로 가려고 한다. 한편 이공계 학문분야는 유행을 탄다. 당분간 인기를 얻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김성완 한국연구재단 ICT융합연구단장 / 서울대 의공학과 교수…
1981년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동대학원에서 제어계측·의공학 석사, UCLA에서 전기전자공학·자동제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7년 보잉 책임연구원, 2000부터2010년 NASA 책임연구원, 2010년~2015년 서울대 의과대학 의공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연구재단 ICT융합연구단 장으로 재직 중이다.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1986년 서울대 공대 컴퓨터공학과, 1988년 동대학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독일 본 대학에서 컴퓨터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1995년 독일 국립전산학연구소(GMD) 선임연구원, 2003~2004년 MIT CS & AI Lab(CSAIL) 방문교수, 2005~2006년 독일 뮌헨대‧베를린공대 방문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 공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다.

***이상완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2003년 연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2005년 KAIST에서 전기공학 석사, 2009년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0년에서 2015년까지 MIT 및 CALTECH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현재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연구 분야는 계산 신경 과학, 뇌 영감 인공 지능으로 사람의 뇌를 연구하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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