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바라보는 대학에서 정부에 목소리 함께 내는 대학으로”

나사·구글 창업지원 하는 싱귤래리티대 내년 3월 송도 캠퍼스에
“대학과 교육부, 공진화해 나가야한다…정치논리 휩싸이면 안 돼”

“연세대가 창업사관학교를 선도해서 만든다는 것은 조심스럽습니다. 그보다는 창업 문화를 확산시키는 대학으로 앞서나가겠습니다.”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역시 겸손했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가장 중요한 개혁의 한 부분으로 미들 업다운 방식으로 의사결정 방식을 개편하고자 했다. 그는 아직 구성원들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교내에 창업 문화를 지원하겠다는 것만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연세대가 국내 대표 창업사관학교 모델이 되겠다는 강한 의지가 비춰졌다.

김 총장은 자신의 권한을 줄이고 구성원들에게 권한을 나눠주는 사람이다. 그는 화합하고 협력하기를 좋아했다. 김 총장은 연세대 최초로 총장 당선 직후 총학생회실을 직접 방문해 학생들을 격려한 바 있다.

-총장 취임 후 2달이 지났다. 소회는.
“부담감이 늘 크다. 눈 깜짝할 사이에 두 달이 지나갔다. 4년이 결코 긴 시간이 아니라고 느낀다. 그럴 때마다 시간 관리를 잘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4년 동안 0.5도라도 근본적인 각도,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바꿔놓고 싶다. 짧은 임기 동안 가시적인 성과나  결과에 목매기보다 변화와 과정에 힘쓰겠다. 이런 과정에 첫발을 내 딛는 사람으로서 정말 큰 사명감을 갖고 있다.”

-일부에서 ‘연세대가 그동안 국내 대학사회에 동화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연세대가 지금까지 그런 부정적 평가를 받은 것에 대한 이유를 개인적으로 추측해 보면 이렇다. 연세대는 국내 사학을 앞서가는 대학이다. 연세대가 변화하면 국내 대학이 따라하는 추세가 과거에 있었다.  나아가 연세대는 국내를 바라보기보다는 세계적인 대학을 바라보면서 행보를 좀 더 빨리 해나가려다 보니까 국내 대학에 대한 의식이 적었기 때문에 ‘국내 대학사회에 동화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 것 같다. 앞으로는 정부에 대한 목소리를 낼 때 국내 대학사회와 함께 할 것이다. 하지만 각 대학들이 처한 환경과 입장, 요구가 너무 다르고, 의견이 한곳으로 쉽게 모아지지 않는다. 정부에 목소리를 내는데 공통분모를 찾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다”

-송도 국제캠퍼스와 연계한 글로벌 창업 지원을 위한 구상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구글 등이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싱귤래리티대를 내년 3월 인천 송도 국제캠퍼스에 유치할 것이다. 학생들이 아이디어만 있으면 세계 시장을 무대로 창업할 수 있도록 교내에 창업생태계를 구축하겠다. 연세대는 신입생 전원이 1년간 기숙사 생활을 한다. 강의를 통해 쌓은 지식을 창업에 활용하거나 다른 분야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또 교육과 삶이 통합되는 프로그램을 세울 계획이다. 예를 들어 교실 안에서 배우는 지식과 교실 밖(기숙사)에서 활동하는 것이 있다. 즉 엑스트라 커리큘럼(extra curriculum)이 훨씬 많아야 된다. 학생들이 팀을 짜서 문제를 풀어오면 나중에 창업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peer learning + problem based learning)”

-사회학을 전공한 총장이 창업을 강조하는 이유가 특이하다.
“전공을 콕 짚어 이야기하니 사회학적으로 대답하겠다. 문명사적으로 인류역사를 길게 보면 지금 우리 단계가 일자리가  줄어가는 단계에 와있다. 고용이 점점 줄어갈 수밖에 없다. 산업사회에 의해서 고용이 창출되고 대기업이 생겨나고 대기업에 의해서 대규모 고용이 일어났었다. 그런데 이제는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말이 표현하듯이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 문명사적 흐름이다. 그러면 대학생들은 계속 실업자로 남을 것인가. 대학은 취업준비생들의 고통, 고민을 보고만 있어야 되는가. 도와주는 방법이 무엇인가. 이것을 문명사적으로 창업이라 판단하고 있다. 그럼  연세대가 창업사관학교가 되겠다는 것이냐. 이런 비판도 있을 수 있는데.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창업사관학교, 좋은 생각 같은데 어디서부터 나아 가야되는가.
“문화적 확산부터 시작해야 한다. 창업은 문화다. 창업이란 개념은 대학생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에게는 더욱 생소하다. ‘연세대가 창업사관학교가 되겠다’는 말은 과장된 표현일수가 있다. 하지만 연세대는 창업문화부터 차근차근 확산시키겠다. 이와 연계돼 계획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연세대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듯이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크다. 도서관 제일 중심부을 창업공간으로 활용해서 학생들이 누구나 지나다니면서 ‘아 이런 아이디어도 개발되고 있구나’ ‘아 저것은 나도 할 수 있는데’  같은 생각을 할수 있는 문화를 확산시켜 보려고 애를 쓰고 있다”

-신촌캠퍼스, 국제(송도)캠퍼스의 앞으로의 발전, 보완 방향은.
“(지난해 신촌 캠퍼스 백양로 공사로 시끄러웠던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전임 총장 덕분에 신촌캠퍼스 하드웨어는 거의 완성된 것 같다. 이제는 소프트웨어에 초점을 맞출 때다. 송도캠퍼스 경우 R&D파크가 계획돼 있고 그쪽을  계속 성장시켜야 하느 숙제가 있다. 특히 BT를  강조했다. 왜냐하면 송도 지역에 BT단지가 많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또 약학대학이 있고 연구소들도 밀집 돼있다. 여기에 해외연구소들을 유치할 계획이다. 송도캠퍼스는 전체적으로 BT와 R&D파크 그리고 RC가 발전해 가도록 계획을 세웠다. 이밖에 송도캠퍼스는 학생들이 ‘기숙사에 갇혀 생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고등학교 4학년이 된 것이 아닌가’라는 불만을 듣기도 한다. 풀어야 할 숙제다. 또 아직도 약간 휑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녹화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세계 100위권 주변의  대학으로서 각오가 남다를 것 같은데.
“세계 대학평가에서 우리가 100위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는데 사실 여기까지 온 것이 기적이라고 본다. 100위권 밖에도 세계 유수 대학들이 많다. 사실 우리나라 대학은 실제의 역량에 비해 해외에서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SNS 등을 통해 해외에 연세대를 적극 홍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또 최근 외국 대학평가 기관의 평가 지표가 양적 지표에서 질적 지표 중심으로 변했다. 이에 따라 연세대 교수업적 평가도 질적 우수성 중심으로 바꿀  예정이다.”

-정부의 구조개혁, 재정지원사업에 대해 한마디한다면.
“앞으로 미래사회를 향해 대학과 교육부가 공진화해나가야 한다. 대학도 바뀌어야 하고 교육부도 바뀌어야 한다. 같이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부실한 대학들을 정리해가면서 대학 총 정원을 줄이는 원칙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잘하는 대학도 정원을 같이 줄여야 되는 것, 고통분담을 같이 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이 많다. 정부의 대학구조개혁이 규제나 통제에 의해 정치논리에 휩싸여 가기 시작했다. 정치 수준이 떨어질수록 대학도 큰 어려움을 당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아쉬울 뿐이다.”

-교육영토확장이라는 부분에서 연세대 교육콘텐츠를 세계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이미 연세대는 ‘코세라’에 가입을 해서 몇개의 강의 콘텐츠를 시범적으로 만들어서 내놓고 있다. 놀라운 것이 제공한 강의가 전 세계 10위권 안에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더 놀라운 것은 보통 외국인이 관심있는 분야가 한국 역사, 문화 일 것 같은데  사실은  IT강의였다. 물론 그 교수가 재능이 있고 재미있게 강의를 했지만 오히려 최첨단 주제에서도 우리나라가 이렇게 앞설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경영학에서도  하나씩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나.
“연세대 많은 단과대학이 지난해에 100주년 행사를 했다. 우연인지 인연인지 잘 모르겠지만 올해 101년을 딛는 신임 총장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101년을 딛는 나는 또 100년 후를 봐야 겠구나’ 하는 사명감이 들었다. 사회학적으로 미래사회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그런지 ”김용학 총장 첫발을 잘 딛었다“ 이렇게 기억되기를 바란다. 첫 발을 잘 딛는 것은 여태까지의 시스템 중 변화의 방향을 트는 것이다. 첫 번째로 그동안 지식전달 위주의 교육에서 문제풀이의 교육, 스스로 학습하게 되는 교육, 액티브 러닝(active learning)으로 방향을 틀어보겠다. 두 번째는 융합연구로 방향을 틀겠다. 지금까지는 전공분야의 바운더리 안에서 벽을 높게 치고 있다. 학문 간의 연결을 활성화시킬 것이다.”

- 송도에 있는 신입생들에게 한마디.
“‘오늘 마음의 씨앗 한 톨 심어라’ 라고 항상 말한다. 물론 도전정신을 가져라 라고도 말하지만 너무 기본적인 이야기다. 학생들과 면담을 하면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재능이 어디있는지 모르겠어요“ 이런 말들을 자꾸한다. 그래서 씨앗을 심으라고 메시지를 바꿨다. 씨앗을 중심으로 재능도 자라고 관심도 자라고 능력도 자란다는 뜻이다. 재능을 찾아라, 꿈을 찾아라, 굉장히 어려운 말이다. 학생들에게 다시 한번 말한다. ’오늘 마음의 씨앗 한 톨 심거라‘”

▲ 김용학 연세대 총장이 박성태 본지 발행인(사진 왼쪽)과 환담하고 있다.(사진=한명섭 기자)

<대담=박성태 발행인 / 정리=손현경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195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73년 경기고를 졸업했으며 1980년 연세대 사회학과, 1985년 미국 시카고대 사회학 석사,1986년 사회학 박사를 받았다. 1987년 연세에 부임해서 입학관리처장, 학부대학장 사회과학대학장 겸 행정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1996~97년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1999~2000년 총리실 인문사회위원회 위원, 교육부 대학설립위원회 위원으로 봉사했다. 올해 2월 1일 연세대 제18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