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대학 CS교육 현장. 사진 =경북전문대학 제공.

[한국대학신문 양지원 기자]현 정부가 세계 최초로 인성교육진흥법을 시행함에 따라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확대시키기 위한 움직임 또한 활발해졌다. 최근 윤리 도덕적으로 심각한 각종 사건 사고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보다 법제화되고 체계적인 인성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들도 늘어가고 있다.

현재 교육부에 대학의 인성교육을 관할하고 평가하는 부서는 없지만 향후 몇 개 대학을 시범적으로 선정해 인성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해 나갈 전망이다.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대학들은 현재 자체적으로 나름의 기준을 세워 다양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취업 연계 등 가시적인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경민대학 효충사관과에서 5년 간 학과장을 지냈던 김종두 성산효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인성교육진흥법이 대한민국이라는 건축물에 인의예지를 기반을 쌓고 충효의 대들보를 세우겠다는 의지로 만들어진 것인데, 이를 대학에 빗대어 보면 사람다운 사람으로서의 기본 인성을 바탕으로 대학에서 공부를 해야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경민대학 재직 당시 맡은 효충사관과는 군공무원을 양성하는 학과인데 전문대학생들은 일반대에 비해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학습을 못 한 아이들”이라며 “전문대학이 전문성, 특성화를 추구하는 기관이라고 본다면 교수는 바른 성품을 가지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학생들을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 감사편지를 쓰고 있는 학생들. 사진 =한국영상대학 제공

■인사예절‧CS 교육‧의무 수강과목 편성 등 자연스럽게 몸에 베도록 =전문대학들은 학생들의 인성 함양을 위해 대학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지만 인성 관련 교과목 편성, 인사 예절, CS 교육 등을 통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체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동원과학기술대학은 ‘인성과 진로’를 2012년부터 정규 교과목에 넣어 17개 학과에 22강좌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또 교직원과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먼저 인사합시다’ 캠페인은 훈훈한 캠퍼스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서한규 교학처 담당자는 “인사 캠페인을 통해 학내의 딱딱한 분위기가 사라졌다”라며 “학생들이 처음에는 민망해하는데 참여하다보니 결속력 강화로 이어 지더라”고 전했다.

경북전문대학은 2007년부터 CS교육을 진행하며 학생들이 기본 매너를 갖추고 이미지 메이킹 및 의사소통 능력을 길러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정미연 NCS능력개발원 직업기초능력본부 CS리더십센터장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마음은 있지만 밖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 예를 들면 인사나 아이컨택 등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라며 “표현을 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현장실습이나 취업 준비를 하는데 있어 효과성이 뛰어나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영상대학은 감사 편지와 일기장쓰기 등을 통해 학생들이 감사를 표현하고 실천할 수 있는 대학 고유의 교육문화 사업을 하고 있다.

하우석 인성학교장은 “학생들이 일련의 캠페인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대처능력이 좋아졌고 상황에 대한 회복탄력성도 향상돼 과거에는 외부 자극에 좌절하고 힘들어했지만 내성이 생겼다”라며 “현재 감사성향지수 조사를 하면서 정량지표를 만드는 과정인데 감사성향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국토순례대행진 중인 전문대학생들. 사진 =계명문화대학 제공

■국토순례에서 해외 집짓기까지…인성 ‘인증’도 =전문대학들은 학생들의 인성 함양을 위해서라면 시간과 비용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계명문화대학은 체험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국토순례대행진을 진행해 학생들이 극기를 통해 스스로 이겨나가는 과정을 몸소 느끼게 한다.

김동현 대외협력팀장은 “1등을 강요하거나 동료들과의 경쟁 구도보다는 자기와의 싸움을 통해 성취감과 동기부여 효과를 얻는 것”이라며 “전문대학생들은 특히 주눅들어있는 모습이 종종 보이는데 이러한 일련의 경험을 한 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다”라고 말했다.

영남이공대학은 재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직원,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선비문화 체험 프로그램, 인성지도자 양성과정 등을 통해 학생들을 이끌어 나가는 교수들의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은희 인성교육센터장은 “센터장이지만 인성이란 것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개념이 없었는데, 이 기본개념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선 감각을 배워야 해 교수와 학생 등 대상을 나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교수들의 경우 인성지도자 자격증을 따게 해 학과로 돌아가 인성에 대한 교과과정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 한다”라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또 “학생들이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 소통하며 봉사할 수 있는 단계별 인성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성이 좋다’라는 것을 객관화시킬 장치로 인성인증 프로그램을 개발해 올해부터 시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해외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들도 있다. 두원공과대학은 올해로 10회째 19~20명의 학생들과 베트남 해외봉사를 다녀온다. 현지에서 집을 짓거나 초등학교 도서관 수리를 돕는 등 베트남 한국어과 학생들과 조인해 다양한 활동을 한다.

김경준 학생복지처장은 “3년째 이 프로그램을 맡아 하는데 스스로가 변화하는 학생들을 지켜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라며 “돌아오기 전 베트남 지역민과 우리 학생들, 그리고 베트남 학생들이 포옹하며 우는 모습을 보면 감동”이라고 전했다.

▲ 학생들이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선비문화 체험 연수를 받고 있다. 사진 =영남이공대학 제공
▲ 전문대교협 제공

이승우 전문대교협 회장 인터뷰
-현 정부가 세계 최초로 인성교육을 의무로 규정한 인성교육진흥법을 시행했다. 인성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나.

“지난 2015년 7월 달에 시행령과 함께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됐다. 이 법은 초‧중‧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인성교육을 진흥하자는 법이다. 사실 청년 취업난이 심해지고 대학 교육이 더 이상 상아탑으로 불리지 않는 요즘, 새삼스럽게 무슨 인성교육이냐 할 수 있다. 전문대학만 해도 취업에 관한 자기 기술에 대한 교육은 정말 체계적으로 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인간 본연에 대한 태도, 사회에 대한 윤리적 행동 및 대인 커뮤니케이션 등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쉽게 말해 인간이 돼야 기술도 능력도 제대로 인정받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깊이를 채워줄 수 있는 인성교육은 정말 중요하다.”

-전문대학은 직업준비 교육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생각에 상대적으로 인성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미약한 편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렇지 않다. 다양한 인성교육을 실시하는 전문대학들이 정말 많다. 신입생 효충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기도 하고 또래 상담자 양성과정, 소외 계층에 대한 봉사를 1~3단계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많다. 오히려 일반 대학보다 취업 전선에 먼저 뛰어들어야 하기 때문에 전문대학에선 1학년 학기 초부터 인성교육을 함께 진행하고 또 주 교육 과목으로 준비한다.”

-산업체에서 모 전문대학 출신 졸업생의 인성을 높이 평가해 이 대학 학생들의 채용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미담도 왕왕 전해지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솔직히 일은 좀 못해도 예의바르고 인사를 잘하는 신입 직원과 이기적이고 자기 일정을 우선시 하는 직원이 있다면 상사 입장에서 누가 마음에 들까? 일은 좀 못해도 인사 잘하는 직원이 마음에 들것이다. 일은 가르칠 수 있지만 예의는 하루아침에 교육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지방에 모 전문대학을 방문했을 때 정말 기분 좋게 그 학교를 나온 적이 있다. 학생들이 날 잘 알지 못하지만 자기 학교를 방문한 손님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두가 내게 인사를 했다. 처음엔 좀 부끄럽기도 했지만 큰 행복 바이러스를 업고 돌아왔다. 그 학교를 방문한 기업 담당자였다면 어떻겠는가? 참고로 ‘인사’는 한자로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란 뜻이다. 요즘엔 이렇게 사람이 하는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잘 없다.”

-최근 각종 사회 이슈들을 보면 사건의 이면에 인성, 윤리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고등직업교육기관을 대표하는 기관의 수장으로서 전문대학의 인성교육의 효율성을 위한 대안이 있다면.

“자신이 존중 받는다는 느낌을 더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결국 교직원들이 학생에 대한 존중을 더 갖게 행동해 줄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교수와 교직원들이 학생들에게도 먼저 인사를 나누는 유쾌한 습관을 먼저 가지길 바란다. 취업과 전공 교육은 그 다음이다. 이게 우리 사회가 가야 할 정도라 생각한다."

▲ 독서대회 시상식 후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울산과학대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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