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0주년을 향해…전문대학 최고의 경쟁력 갖춘 대학 ‘ACE36’ 발돋움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세상의 모든 학교는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지식만 가르치는 일육(一育)학교, 인성을 더한 이육(二育)학교, 거기에 건강과 체력까지 가르치는 삼육(三育)학교다. 지, 덕, 체를 모두 가르치는 대학은 아마 우리대학이 유일할 거다.”

박두한 총장은 삼육보건대학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최근 겹경사를 맞은 덕도 있다. 지난달 25일 개교 80주년을 맞아 3회부터 25회 졸업생 미주동문을 초청, 명예간호학사학위를 수여하는 등 기념행사를 성황리에 마쳤다. 뿐만 아니라 이달 발표된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SCK)’ 성과평가 결과 계속지원 대상 대학에도 무사히 안착한 것이다.

박 총장은 “개교 80주년 행사를 성황리에 잘 마치고도 특성화사업에서 떨어지면 어쩌나 내심 불안했다”면서 “감사하게도 취임 이후 맞은 두 큰 산을 잘 넘겼다. 덕분에 구성원들의 자신감과 사기가 높아진 상태”라고 한껏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박 총장은 1936년부터 지금까지 8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존속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를 전문대학이라는 정체성에 충실해 양적성장보다는 질적성장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데서 찾았다. 그는 “이러한 대학경영의 철학이 앞으로 개교 100주년까지 계속 이어져야 한다”며 “지금 모든 대학들이 비상(非常)인 시대다. 이런 비상(非常)의 시기에 우리대학을 비상(飛上)시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최고의 경쟁력 있는 전문대학이 되는 것”이라고 앞으로 이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 박두한 삼육보건대학 총장(사진=한명섭 기자)

- 화학자로서 지난 20여 년간 일반대학에서 화학을 가르쳤다. 전문대학에 와서 총장을 맡고난 뒤 각오는 어땠나.
“화학과 교육은 유사한 점이 많다. 화학은 변화를 연구하는 하나의 학문이다. 그래서 변화의 과학(Science of Change)이라고도 한다. 화학은 물질의 변화를 연구해 새로운 화합물로 변화시켜 더 유용한 물질을 만드는 학문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원석 같은 사람을 교육을 통해 그 안에 있는 보석을 찾아내줌으로 더 가치 있는 사람으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원석 같은 학생들을 2년 또는 3년, 4년 동안 잘 교육시켜서 그들 안에 있는 꿈과 끼라고 하는 보석을 찾아주자는 다짐을 했다.”

- 요즘 대학가의 화두는 특성화다. 삼육보건대학은 그 자체로 이미 특성화된 것 아닌가.
“헬스유니버시티라는 이름 자체에서 볼 수 있듯이 보건, 건강 쪽으로 이미 특성화가 돼 있다. 올해로 개교 80주년을 맞이한 우리대학은 간호과 단일학과로 개교해 60년을 이어왔다. 20년 전부터 다른 과들이 하나 둘 생기면서 현재 7개 과가 개설돼 있다. 치위생과, 피부건강관리과, 뷰티헤어과, 사회복지과, 의료정보시스템과 등 보건, 건강 계열에 특화된 과들만 있다. 지난 2014년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에 선정됐다. 최근에는 성과평가를 통해 계속지원 대상 대학에 이름을 올렸다. ‘융·복합형 헬스케어 전문가’를 육성하겠다고 했다. 올해 노인헬스케어창업과라는 융·복합학과를 신설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을 상대로 하는 복지와 케어, 즉 간호가 결합된 형태의 학과다. 앞으로 보건, 건강 등의 계열을 융·복합하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특성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또한 영양, 운동, 물, 햇빛, 절제, 신선한 공기, 휴식, 절대자의 믿음 등 질병 예방에 필요한 8가지 요소로 구성된 건강모델인 ‘NEW START’운동도 지속적으로 시행해나갈 것이다. 재학생은 물론 학부모, 지역주민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앞장서는 건강한 대학을 만들겠다.”

- 일반대학보다 삼육보건대학 간호학과 들어가는 게 더 어렵다는 얘기가 있다.
“3년제였을 때도 지방은 물론이고 서울의 웬만한 일반대학 간호학과와 비교해 경쟁력이 있었다. 4년제로 승격된 뒤에는 말할 것도 없다. 그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해봤다. 서울 삼육병원과 같은 부지 내에 있으면서 병원이 곧 학교요, 학교가 곧 병원인 게 이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학생들이 수시로 실습할 수 있는 간호학과 부속 병원이 있는 셈이다. 물론 법인은 다르지만 이사장이 같아 자매기관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우리대학 학생들을 우선적으로 현장실습생으로 받아주는 부분이 있으며 취업으로의 연계도 잘 된다. 현재 간호학과 정원이 100명인데 그 가운데 40~50명이 삼육병원에 취업하고 있다. 최근 NCS에서 강조하는 게 현장중심교육과 취업약정형 주문식 교육이다. 우리대학은 사실 애초부터 이 두 가지를 해오고 있었던 거다.”

- 간호사의 경우 외국에서도 수요가 많다. 해외 취업할 때 언어가 가장 큰 걸림돌인데.
“전 세계적으로 우리 교단에 속한 학교가 110개 정도다. 이들과 교류협정을 맺고 어학연수 등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방학 때는 필리핀에 있는 SDA삼육외국어학원의 연수원으로 3~4주간 영어 어학연수를 보내기도 한다. 학기 중에도 ISE라는 특화된 전공실무 영어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각 학과별로 현장에서 사용하는 실무영어를 회화로 1년 동안 매일 한 시간씩 반복해 가르친다. 그러다보니 여러 학과에서 호주, 싱가포르 등으로 취업하는 학생들이 많이 나온다. 대학규모에 비해 해외취업률이 굉장히 높은 편이다.”

- 프레지던트 서밋 정책제언에서 전문대학의 이상적 형태로 종합대학보다는 단일계열을 꼽았다.
“기술의 급격한 발전, 글로벌 경제의 위기, 출산율 감소 등 현 시대의 격랑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각 전문대학간의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 137개의 전문대학이 모두 종합대학식으로 할 게 아니라 보건대학이면 보건계열 중심으로, 공과대학이면 공과계열 중심으로, 예술대학이면 예술계열 중심으로 집중과 선택을 해나가야 한다. 우리대학의 경우도 80년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종합대학으로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보건대학으로서의 특성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정부의 강소대학 육성 정책 마련, 행·재정적 지원 등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 일반대학과의 차별화도 필요해 보인다.
“입학생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일반대학을 흉내 내는 전문대학의 학과들은 더 이상 존속하기 어렵다. 일반대학도 마찬가지다. 취업이 잘 된다고 해서 전문대학과 똑같은 학과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유럽 등 대다수의 선진국에서처럼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경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교육당국은 전문대학의 정체성이 바로 설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세워 이 부분을 지원하고 보호해줘야 한다. 한편으로는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을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향후에는 하나의 대학 체제 안에서 전공의 특성에 따라 4년제, 3년제, 2년제, 심지어는 1년제라도 대학이 알아서 종합적으로 학제를 운영할 수 있게끔 교육부가 조금 열어주는 방향으로 가도 좋겠다.”

- 지난 프레지던트 서밋에서 한 총장이 전문대학의 컨트롤 타워를 교육부에서 고용부로 옮겨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건 너무 취업 지향적인 생각인 것 같다. 그래도 전문대학은 고등교육기관이다. 교육부가 손을 떼고 고용부로 가게 되면 취업전문학원으로 전락해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적어도 전문대학은 교육기관이기에 지식과 기술, 태도 등을 모두 신경 써야 하지만 학원은 사실 그렇지 않다. 기술만 가르쳐서 내보내면 그만이다. 고용부로 가면 너무 기술만 강조하고 나머지가 무시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인성적인 면에서 또 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것 같다.”

- 인성교육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나.
“우리대학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보건대학이다.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진심이 통할 때 효과가 더 크다. 총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우리대학의 교육가치로 ‘진심교육’을 표방했다. ‘진심’으로 교육해 ‘진심’의 인재를 양성하는 ‘진심’대학이 되자는 의미다. 진심의 인재란 진실하고 신실하며 성실한 인재를 말한다. 졸업생이 아무리 우수할지라도 그 바탕에 제대로 된 인성이 없다면 진정한 인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지 못한다. 이와 더불어 우리대학은 비전세움, 비전키움, 비전나눔 등 단계별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비전세움은 전체 신입생을 대상으로 정규학기 시작 전 1~2주간 운영되는 특별프로그램이다. 이 시간동안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전공을 명확히 이해하면서 직업기초능력 교육, 인성교육 등을 받는다. 또한 비전키움은 지도교수 1명당 15명의 소그룹 학생들로 이뤄져 운영되는 삼육글로벌리더십교육, ‘생명과 건강’ 교과목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비전나눔은 국내·외 봉사활동이다. 우리대학은 ‘사회봉사’를 필수과목으로 개설했다. 이번 여름방학에도 5개팀 150여 명의 학생들이 인도, 몽골, 캄보디아, 필리핀 등으로 해외봉사를 나가는 등 규모에 비해 많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 남은 임기 동안 ‘이건 꼭 해야겠다’ 하는 목표가 있다면.
“우리대학은 입학정원 400여 명, 전교생수가 1300여 명으로 전문대학 중에서도 소규모 대학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국가든 기업이든 규모가 작은 조직이 위기 속에서 살아남는 길은 최고가 되는 길 밖에 없다. 언젠가 한국대학신문에서 ‘대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캐치프레이즈를 한 적이 있다. 이를 모방해 우리 교수들에게 ‘학과가 살아야 대학이 산다’고 얘기했다. 경쟁력 있는 학과를 만들기 위해 아무리 예산이 적어도 학과에 대한 것은 삭감 하지 않고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와 동시에 ‘ACE36'을 비전으로 삼았다. ACE는 가장 입학하고 싶은 대학(Admission Competitiveness), 가장 만족도가 높은 대학(College Satisfaction), 가장 취업이 잘 되는 대학(Employment Reinforcement) 등을 축약한 말이다. 국내 전문대학 중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대학이 되자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 36은 ’삼육‘을 뜻하는 동시에 신입생 모집, 재학생 유지, 졸업생 취업 등 3가지 분야별로 세운 6대 전략과 36개 세부전략을 말한다. 취임한 지 9달 정도 됐는데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발전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 박두한 삼육보건대학 총장(오른쪽)이 이인원 본지 회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사진=한명섭 기자)

■박두한 총장은…
1959년생. 속초고, 연세대·KAIST 화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이학박사를 받았다. 1985년 한국화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시작해 1992년 국방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1993년 삼육대 화학과 전임강사로 부임해 조교수·부교수·교수를 거쳤다. 이후 기획조정실장·출판부장·기초의약과학과장·교무처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지난해 8월 제18대 삼육보건대학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이인원 회장 / 정리=천주연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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