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다시 수면 위…대학구조개혁법과 같이 논의 필요

기부금 소득특별공제제도 '숨통 트일까' 대학가 기대

학령인구의 감소와 장기화된 경기침체 등으로 대학의 존립기반은 위태로운 상황이며,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커다란 환경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대학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며, 대학들은 다양한 자구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 고등교육은 양적 발전단계를 넘어서 질적 발전단계로의 도약을 이루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국회는 위기에 처한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한 방안들을 함께 마련해갈 필요가 있다. 이에 본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함께 20대 국회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각 정당의 인식정도와 의지를 살펴보는 기획기사를 3회에 걸쳐 싣도록 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대학발전을 위한 재정투자 확충
②대학 자율성에 기반한 대학구조개혁
③대학운영 및 교육환경 개선 지원 및 원대 정당 정책위원장 미니 인터뷰

▲ 여의도 국회의사당(사진=이재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이재익 기자] 20대 국회에 대학이 가장 절실히 바라는 바는 누가 뭐래도 ‘대학재정’ 문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허향진)는 지난 4.13 총선 전 3대 정당 정책위원회에 ‘대학발전을 위한 건의문’을 전달했다.

가장 첫 건의는 현재 불안정한 대학재정을 안정적인 구조로 전환하고 확충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 대교협의 오랜 숙원이자 지난 19대 국회에서 야당 제1호 법안이었던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과 대학기부금 소득특별공제제도 도입을 위해 조세특례법 및 소득세법 개정을 재차 제안했다.

■ 대학의 숙원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이유는 = 대학들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정부의 소득연계 국가장학금 정책으로 인해 수년째 등록금을 동결 혹은 인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고등교육 예산은 9조 2000억원이며, OECD 국가 평균 고등교육 예산 16조 2000억원에 비해 7조원이 부족하다. 그나마도 학생에게 직접 투자되는 국가장학금 예산이 3조 6535억원을 차지해 실제 국가의 지원금은 6조원이 채 되지 않는 규모다. 대학들이 수년간 등록금을 동결하고 장학금 재정을 확충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매년 지출되는 관리비 경상비는 더욱 줄어든 셈이다. 최근에는 교직원 월급 삭감까지 검토할 정도다.

4년제 대학 신규사업으로 연 3000억원 가까이 새로 예산이 투입됐다고는 하지만 이는 전체 197개교 중 50개교 미만의 대학에만 예산이 집중된다. 이에 더해 이미 다른 국고사업을 수주한 대학들이 다시 선정되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국내 대학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에 등록금 인상 억제는 불가피한 조치로 여겨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사립대가 80%를 차지하고 국가의 고등교육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같은 대학재정 압박이 계속된다면 대학개혁이 필요한 시기에 도리어 도태되고 만다는 것이 고등교육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재정투자의 전환과 안정적 고등교육재정 확보 방안으로는 여전히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 가장 유효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법안은 내국세의 8.4%(2017년 기준)를 초·중등교육과 마찬가지로 교부금으로 지원해 등록금 수준을 낮추고 안정적으로 재원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부실대학과 비리사학에 대한 지원은 제한한다. 이 법안은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가 2000년 처음 제정 필요성을 피력했다.

2004년 처음으로 법률안(박찬석 의원)이 발의됐고 2009년에는 대교협의 공론화를 통해 김우남 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과 임해규 전 국회의원(한나라당)이 각각 발의됐으나, 교부금 배분방식을 둘러싸고 국립대와 사립대의 의견이 달라 법 제정 동력을 잃었다.

이후 19대 국회 들어 ‘반값등록금 운동’이 들불처럼 퍼지자 그 대안으로 야당에서는 보조금(grant) 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2012년 5월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시절 야당 제1호 법안으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대표 발의했고 대선에서 야당의 핵심 공약으로 떠올랐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은 재원을 어떻게 확보하고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가 쟁점이다. 특히 대학에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게 전제돼야 하고 세금 부담을 늘리길 원치 않는 예산당국의 설득도 관건이다. 현재 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과 대학구조개혁법 역시 변수다.

■ 대학가 “기부금 소득특별공제 필요” 주장 = 대학의 재정투자 확충방안의 하나로 대학기부금에 대한 소득특별공제제도도입도 꾸준히 논의되고 있다. 대학의 등록금 인상 등이 제약되고 정부로부터 나오는 대학지원사업에도 한계가 있는 현실에서 대학의 자발적 재원마련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기부금은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고등교육기관의 기부금 실태 분석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의 기부금 총액은 2004년 1조 1306억원에서 2012년 5089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계속된 경제 불황으로 기관 등의 기부금이 줄어든 것과 함께 기부금이 연말정산 특별공제대상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된 것 등이 지적된다. 현재 대학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율은 지난 2014년부터 기부금의 최대 38%에서 15%로 낮아졌다. 연말정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개인 기부자들의 경우, 대학기부금의 소득공제율이 낮은 만큼 기부의지가 약해질 수 있는 부분이다.

대학들도 대학기부금의 소득특별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4월 대교협은 ‘대학발전을 위한 과제 건의문’을 각 정당 정책위원회에 전달하면서 정치후원금 등과 같이 대학기부금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조세특례법 및 소득세법 개정을 제안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은 부가세 환급기관이 아니다. 정당에 기부금 10만원을 내면 그 금액 그대로 소득공제를 받는데 대학은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일반 기부와 대학 기부를 동일선상에서 보고 있는데 대학이 교육기관이라는 측면이 더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상황에 대해 최원석 서울시립대 교수(세무)는 “대학등록금이 제한되고 정부가 대학들을 직접 지원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으니 그 대안 중 하나가 대학의 기부금 활성화 방안이다. 관련제도가 마련돼도 얼마나 기부가 늘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기부금 모금활동과 관련해 대학들의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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