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 합심해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 계속지원 대상 안착

양보다는 질 중시…대기업 취업률·유지취업률에서 강세
“우리나라 산업발전의 방향 제시하는 역할 수행할 것”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한동안 고민해봤지만 결국 답은 한 가지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겠다.”

전문대학의 정체성이 모호해졌다는 지적이 많다. 과거에 전문대학에서 교육을 담당하던 학과를 취업이 잘 된다는 이유로 일반대학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폴리텍대 등 유사 직업기관들은 고등직업교육기관이라는 전문대학의 정체성을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대학이 어떤 차별화 전략을 취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진인주 인하공업전문대학 총장은 “커다란 난제”라며 난색을 표했다.

진 총장은 “남들이 하는 걸 못하게 할 수도 없고 결국은 그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수밖에는 없다”면서 “그 유일한 방법은 대학의 기본 책무에 충실하면서 우리가 잘하는 걸 더 열심히 잘하는 것이다. 학생들을 2년이면 2년, 3년이면 3년 동안 잘 가르쳐서 제대로 된 사회인이 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대학의 기본 책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조업 4.0 시대가 코앞에 왔다. 모든 게 사물인터넷이나 IT로 연결되는 세상을 앞두고 전문대학이 앞으로 뭘 가르쳐야 할까 고민했다”면서 “내년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을 전교생에게 시키거나 3D 프린팅을 졸업요건으로 하는 것 등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 진인주 인하공업전문대학 총장.(사진=한명섭 기자)

- 지난 2013년에 총장으로 취임해 올해 초 연임에 성공했다. 소회를 밝힌다면.
“지난 3년간 대학의 정체성 확립과 구성원 간의 신뢰회복에 중점을 두고 소통과 화합을 통해 대학을 운영해왔다. 구성원 모두가 학생을 위하는 마음으로 하나가 돼 움직여 그동안의 역경을 이겨내고 오늘에 이를 수 있었다. 모두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올해 연임을 통해 오랫동안 우리대학의 숙원 사업이었고 지난 3년간 노력해왔던 기숙사 건립에 대한 결실을 볼 수 있게 돼 감회가 새롭기도 하다. 다들 연임을 축하해주신다. 축하 인사를 받으면서 기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책임감이 많이 든다. 걱정스러운 앞날을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무엇보다 앞선다.”

- 최근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 성과평가에서 II 유형 계속지원 대상 대학으로 선정됐다.
“특성화 사업 이전에 우리가 큰 사업에 여러 해 동안 지원했다가 실패를 맛본 경험이 있다. 대표적으로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CC) 사업이 그렇다. 사실 의기소침한 상태였다. 그런 쓰디쓴 경험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구성원들이 매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모든 구성원이 합심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본다. 최종 결과를 조금 더 받아보고 점검해봐야겠지만 미진한 부분이 여전히 많다. 두 번째 임기 중에는 이를 철저히 분석, 보완하려 한다. 1·2차연도 특성화 사업 프로그램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효과가 큰 사업은 3차연도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효과가 낮은 사업은 개편·보완할 계획이다.”

- 지난 3월, 태국 교육부 관계자들이 NCS기반 교육과정을 벤치마킹하겠다고 인하공업전문대학을 찾았다. 많은 전문대학 중에 이 대학을 택한 셈인데.
“사실 우리가 접촉한 건 아니었다. 우리도 교육부를 통해 연락받았다. 아마 대학 규모나 학과 균형 등을 고려해 교육부에서 추천한 것 같다. 우리가 주로 소개한 것 중 하나는 인하 디지털 NCS 시스템(Inha Digital NCS System)이다. 공업계열 위주다 보니 실습해야 하는 과목이 많다. 실습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실험실습장비 등 인프라도 갖춰져 있어야 한다. 실습장비가 고가이거나 학생들의 접근이 쉽지 않아 실습 환경 구축이 어려운 경우를 보완하기 위해 이러닝을 활용한 일종의 훈련 코스를 만들었다. 디지털콘텐츠로 개발해 학생들이 마치 직접 실습을 해보는 것처럼 했다.”

- 동남아시아에 교육콘텐츠로 수출해도 되겠다.
“그렇다. 현재 우리가 개발해 완성된 디지털콘텐츠는 65개 정도다. 앞으로 특성화 사업을 이후 3년간 진행해 나가면서 좀 더 보완, 확대해 수출할 수도 있겠다. 국고 지원을 받아 개발한 것이니 국내에는 무료로 공유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 어느 순간 전문대학은 일반대학에 못 들어가는 학생들이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전문대학을 일반대학의 하위 시스템으로 설정해놓고 출발한 것 자체가 문제다. 최근에 와서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금수저와 흙수저로 대변되는 현재 우리나라 사회현상과도 맞물려 있다. 우리가 ‘삼포세대, N포세대 등 요새 이런 현상이 있더라’라고 아무 생각 없이 툭 내뱉는 말들이 사실은 서로 간에 이를 인정하고 고착화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전문대학의 사기저하 문제도 같은 맥락상에 있다고 본다. 한국대학신문에서 주최한 UCN 프레지던트 서밋 2016에서 이승우 전문대교협 회장이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이 투트랙 체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동의한다. 전문대학 내에서 먼저 명확하게 정립된 후에 함께 목소리를 내서 큰 움직임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한다.”

- 총장실 한쪽 벽면에 학과별 취업률 현황이 붙어있다. 취업률은 어떤 편인가.
“대개 전문대학의 취업률 순위는 일반적으로 지방대학과 보건계열 대학이 높은 편이다. 우리대학은 한 학년이 3000~3300명 정도 되는 대형대학이다. 사실 50%만 취업시켜도 1500명 정도로 엄청난 수인데 전체 학생에 대한 비율로 따지면 순위에서 조금 밀릴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애로점이 있다. 대신 우리대학은 대기업 취업률이 아주 높은 편이다. 그리고 유지취업률도 5위 안에 들 정도로 상당히 높다. 밀어내기식 취업 전략을 펼쳐서 양을 늘리기보다 질을 중요시한 덕이다. 대학은 결국 학생 때문에 존재하는 거다. 겉보기 취업률을 강조하기보다는 학생이 원하는 취업, 그리고 질 좋은 취업을 시키자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전문학사 GKS(Global Korea Scholarship)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GKS 사업은 국비유학생 사업이다. 일반대학과 대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러 해 동안 진행돼왔다. 지난 2014년부터 전문대학에도 새롭게 문호가 개방됐다. 그 첫해에 지원해서 전문대학으로는 최초로 선정됐다. 이 사업의 선정은 우리대학에 의미가 크다. 지난 2011, 2012년부터 진행해온 유학생 사업이 그 결실을 보고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몽골 2명, 우즈베키스탄 1명, 베트남 1명 등으로 이뤄진 장학생이 지난해 입국해 1년간의 어학연수를 마치고 올해 3월 우리대학에 입학했다. 현재 항공운항과에 3명, 항공경영과에 1명이 수학 중이다. 이들은 졸업 후 대한항공에 취업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몽골,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각 1명씩 총 3명이 우리대학에 입학한다. 현재 어학연수를 받고 있다. 특히 내년 입학예정자들은 항공운항과를 비롯해 공업계열인 금속재료과와 메카트로닉스과로 진학할 예정이다. 서비스 계열로 시작해 공업 계열로 확대된 것이다. 물론 아직은 3~4명 수준으로 소수지만 학교 위상이나 외부에 끼치는 영향은 대단히 크다고 본다.”

- 전문대학에 산학협력은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이 대학만의 산학협력 전략이 있다면.
“산학협력은 어느 대학이든 다 하고 있다. 우리대학에서 공업계열은 전체 24개 학과 가운데 17개일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에는 태생적 이유가 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 시절 전쟁으로 폐허 된 나라를 빨리 일으키자는 차원에서 인하대를 공과대학으로 만들었다. 4년 뒤에 우리대학도 공학계열에 초점을 맞춘 직업학교로 출발했다. 이 때문에 예전부터 인근에 있는 기업체들과 교류가 많았다. 산학협력의 제일 일반적인 것은 대학과 기업체가 가족회사 협약을 맺는 거다. 우리는 이를 좀 더 발전시켜 인증시스템을 도입했다. 우리대학의 가족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체의 기술지도, 현장실습 등의 요소를 기준으로 평가, 이를 통과해야 한다. 지난 해 기준으로 82개사가 가족회사 인증을 통과했다. 그야말로 정예 부대를 운영하고 있다. 서로 간의 파트너십이 공고한 편이다.”

- 현재 교육부의 전문대학 정책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특별히 이런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
“이번 정부 들어 교육부에서 그래도 전문대학의 중요성을 조금 더 인식해주는 것 같은 인상이다.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지난주 제주에서 있었던 전국전문대학 총장 세미나에서의 이영 차관 발언 등은 긍정적으로 본다. 다만 대학을 대상으로 한 평가들이 많이 있다. 물론 어느 정도의 평가는 필요하다. 그러나 소위 평가를 위한 평가가 되면서 이를 준비하기 위한 대학 내부의 인적·물적 낭비가 심하다. 이런 부분을 좀 완화해 줬으면 한다. 이와 더불어 전문대학을 담당하는 교육부의 부처나 인력이 보강돼야 한다. 그래야 일반대학과 비교해 현저하게 적은 전문대학의 예산도 지금보단 뒷받침되지 않겠나.”

- 2년 후면 개교 60주년이다. 앞으로 인하공업전문대학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이라 보는가.
“우리대학의 개교 60주년은 단순히 그 숫자만이 가지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나라 전문대학의 역사이자 산업기술교육의 역사다. 앞으로 우리나라 산업발전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서비스와 산업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해 서비스 마인드(Service Mind) 교육과 컴퓨팅적 사고(Computational Thinking) 과목을 모든 학과의 정규과목으로 편성, 운영하고자 한다. 또한 교원의 교수 능력을 제고하고 취업률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등 교육환경의 변화에 맞춰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 진인주 인하공업전문대학 총장(왼쪽)이 박성태 본지 발행인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사진=한명섭 기자)

■진인주 총장은…
1953년생. 경기고,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화학공학석사를, 미국 MIT에서 고분자공학박사를 받았다. 1986년 인하대 고분자신소재공학과 교수로 부임해 교무처장·대외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03년부터 2년간 프랑스 르아브르대 화학과 초빙교수, 2004년에는 중국 사천대 객원교수 등으로 재직한 바 있다. 지난 2013년 인하공업전문대학 총장으로 취임했다. 올해 초 제10대 총장으로 선임되면서 연임에 성공했다.

<대담=박성태 발행인 / 정리=천주연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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