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진 대구대 기획팀장(전국대학교 기획관리자협의회 회장)

이미 시작된 학령인구의 급감과 OCW, MOOC 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의 출현은 전국의 모든 대학을 생존과 직결된 무한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대학 입학정원에 고교 졸업생이 턱없이 부족한 소위 입시절벽이 눈앞에 다가와 있으며, 생존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출혈이라도 감수하겠다는 대학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치열한 경쟁에서 어느 대학도 절대 예외일 수 없으며, 대학이 배출한 인재와 사회가 요구하는 인력 사이의 양적, 질적 미스매치는 우리 대학들이 외면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이다.

지난 해 본격적으로 논의되어 2016년 전국의 모든 대학들을 요동치게 만든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 프라임) 사업, 대학 인문역량 강화(CORE, 코어) 사업,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은 범정부 차원에서 계획된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며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와 더불어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 방향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대규모 재정지원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이들 사업은 대규모 학생정원 조정을 동반한 단과대학과 학과 전공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은 물론이고, 교육과정을 창조적이고 융합적인 방향으로 전면 재설계하는 등 기존의 고등교육에 대한 전면적인 혁신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특별히 이들 사업의 선정과정 중 학내 구성원의 합의를 전제로 한 예비 선정방식의 신의 한수(?) 덕분에 사업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교내 불평, 불만을 원천적으로 해소해야만 하는 과정에서 전국의 모든 대학들은 유례없는 홍역을 치러야 했다.

금번 사업의 몇 몇 문제점들은 차치하고 이들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단과대학과 학과 전공의 견고한 벽을 확인하게 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교육과정을 혁신하고 새로운 교육방법을 도입하는 일도 결코 순탄하지 않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대학의 생존 위기가 임박한 상황에서 단과대학과 학과라는 철옹성을 고수하고자 하는 태도는 학과의 생존을 절대 보장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대학 전체의 생존에도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빠르게 등장하는 혁신적인 교육방법을 외면하거나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방향으로 교육과정을 혁신하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지 않겠다는 자세로는 절대 대학의 미래를 개척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이들 사업의 최종 선정 발표와 함께 대학별 희비가 엇갈렸지만, 아직도 대학들은 CORE사업,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 그리고 대학특성화(CK)사업 재선정 등 국고지원사업에의 추가 선정을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특히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지방사립대학의 입장에서는 학생 수와 등록금 수입 감소로 인한 재정압박을 타개할 방안이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는 것과 함께 국고지원사업 등 외부 자원을 적극 유치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된 위기들을 타개할 수 있는 대학의 변화는 외부인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없으며, 국고지원사업의 유치 실적이 훌륭하다고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정부 정책을 대변하는 국고지원사업의 효율적인 시행, 변화를 추구하는 대학 본부의 의지와 그러한 변화를 수용하고 함께 노력하려는 구성원이라는 세 박자가 음을 맞출 때 이상적이고 지속적인 대학의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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