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는 대학 살리려면 법적 근거 필요…부실대학 퇴로부터 열어야”

대학 자율성, 특성화와 다양성 위한 전제조건으로 강조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대학 재정문제는 정부에서 관심을 갖고 봐야 하는 상황이며, 국민의 관심 부탇드리는 마음으로 건의문을 채택했다. 앞으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나 간사, 위원들에게 설명도 하고 조만간 국회에서 교육부 산하기관의 업무보고도 예정돼 있으니 건의할 예정이다. 앞으로 수시로 사회에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해 나갈 것이다.”

2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대학총장세미나가 막을 내린뒤 허향진 회장(제주대 총장)을 만났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올해 대학의 최대 화두인 ‘대학 재정위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허 회장은 재정위기를 풀어 나가려면 정부나 국회에 건의하는 동시에 국민들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립대와 사립대를 구분해 사립대 등록금을 자율화하는 대신 국고를 지원하지 않는 등 등록금 정책을 전향적으로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학구조개혁과 관련해서는 열심히 하는 대학들이 일괄적으로 정원을 줄이기보다는 부실대학 퇴출이 우선이라는 교육부 정책방향과 뜻을 같이했다. 강사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대학의 부담을 줄이는 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점도 피력했다.

▲ 허향진 대교협 회장(사진=한명섭 기자)

-이번 세미나에서 대학 재정문제 해결 등 건의문을 채택했다. 취지와 이후 활동방향은.
“4가지 내용을 담았는데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대학구조개혁에 관한 문제다. 1차 구조개혁평가 때처럼 모든 대학 정원을 감축하기보다는 대학의 내실화 또는 특성화, 고등교육의 발전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구조개혁을 하자는 주장이다. 두 번째는 재정위기 문제다. 이번 하계총장세미나의 핵심주제가 대학재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자리였다. 거의 모든 대학의 등록금이 8년째 동결·인하됐고, 고등교육 재정으로 국가장학금이 4조원 정도 늘어났지만 학생에게 직접투자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운영상 문제는 물론 교육의 질이 재정악화로 인해 나빠졌다고 보고 있다.”

-등록금 자율화 요구도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사립대는 등록금을 자율화시키고, 국민들이나 수험생들이 선택하도록 하는 게 좋다고 본다. 미국 아이비리그대학처럼 등록금 상관없이 경제적 능력이 뛰어나 양질의 교육을 받겠다는 사람도 있지 않나. 대신 경제력이 높지 않은 학생들이 입학할 수 있도록 다른 대학들은 국고를 충분히 투입하고 등록금을 동결하면 된다. 현 정부 공약이기도 하지만 소득연계형 반값 등록금 정책을 고수하고 대학 등록금을 못 올리게 하니 국책사업 수십억짜리를 받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는 구조로 획일화되는 것이다. 교육부만 봐도 대학정책실 산하 12개 과 대부분이 대부분이 재정지원을 위한 평가를 하고 또 관리한다.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를 해야 할 교육부가 너무 내몰리고 있어 반드시 개선돼야 할 문제다. 재정지원사업을 보다 촘촘하게 모을 필요가 있다.”

-대학구조개혁법이 다시 발의됐고 교문위원장도 논의를 시작하자는 뜻을 밝혔는데.
“교육부와 대교협,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공동으로 대학구조개혁 방향을 논하는 토론회를 3차례에 걸쳐 개최하고 여러 의견을 수렴했다. 대학이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열심히 하는 대학들이 더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본다. 이같은 구조개혁이 힘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 근거 마련도 중요하다.”

-구조개혁법을 통해 자진해산 대학에 퇴로를 열어주는 데 대한 생각은.
“대학의 부실 정도도 차등이 있을 것 아닌가. 쉽게 말하자면 학령인구 감소로 정원 30%밖에 못 채우는 대학이 있고, 또 어떤 대학은 70%밖에 못 채운다면 더 부실한 대학이 스스로 퇴출될 수 있도록 해야 30%의 학생들이 좀 더 우수한 대학의 정원을 채울 수 있을 것 아닌가. 더 나은 교육을 지향하는 측면에서 퇴로를 열자는 의미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먹튀논란’, 즉 지나치게 많은 잔여재산을 반환하면 설립자 등 법인에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반대의견도 있으니 서로 기준을 논의하면서 잡아 나가면 되지 않겠나 싶다.”

-대학의 체감 자율성이 계속 줄고 있는데, 자율성 회복을 위해 협의회 차원의 방안은.
“10년 전부터 여러 ‘대학 위기론’이 있었다. 최근에는 대학 자율성이 더 축소되는 측면에서 그 위기를 부채질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대학이 너무 획일화 및 동질화되는 방향이라는 지적이다. 대학이 특성 없이 몰개성화하면 안 된다. 사회적 평판이 높지 않은 대학이라도 가겠다는 반응을 이끌어낼 특성화와 다양성 증진이 필요하다. 대학 스스로 특성화하도록 하고 잘한다면 교육부가 재정을 지원해주는 방법도 필요하지 않을까. 특히 정부가 재정지원을 수단으로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고 대학을 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정책은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립대학 발전방안에 대학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돌파구는 없을까.
“일부 지역에서는 거점국립대, 지역중심국립대끼리 스스로 논의를 해나가면서 나름대로 거점대학이 그런 대학을 도와주고, 지원하는 형태로 하면 같이 상생할 수 있다는 지역도 있다. 지금 교육부에서 국립대학 발전방안을 수립하고 있고, 연합대학 모델의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앞으로 국립대학 발전의 키워드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에 대해서는 정부, 교육부가 지역마다 일괄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일정한 재정지원규모를 발표해주고, 적절하게 계획을 수립하면 그에 따라 강도에 따라 차등지원하는 방법은 가능. 자발적으로 자율적으로 모델을 만들게 하는 방법이 바람직하지 않겠나 싶다.”

-총장모임이 점점 세분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다양성 추구 측면에서 성격이 유사한 대학이 모여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고 공동으로 돌파구를 찾는 것은 대학 전체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대교협을 탈퇴하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 같다. 뒤집어 생각하면 오죽하면 모여서 논의를 하겠느냐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대학이 위기의식을 갖고 있고, 더 발전하고 국제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공동 노력 측면에서는 대교협 회장으로서 바람직한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이준식 교육부총리가 23일 대학 총장 20~30명씩 그룹별로 일정을 조율해서 토론해나가겠다고 발표했는데, 총장들 역시 대학에 도움이 되는 결정이라 보고 있다.”

▲ 허향진 대교협 회장이 박성태 본지 발행인과 환담하고 있다.(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도 고등교육전문지로서 국공립대 프레지던트 서밋을 추진하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대신 총장대화와 토론은 서밋을 통해 국립대학 전체의 큰 그림을 그리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 대한민국 고등교육 발전과 미래인재 양성 측면에서 국립대 책무가 무엇이고,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지 거시적으로 다뤄주는 것 말이다. 부총리의 뜻은 국립대를 예로 거점대, 지역중심대, 교원양성대 등 각자 필요한 요구사항이 있으니 따로 논의하자는 차원이라고 본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니 우리 교육을 해외에 수출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다만 대학설립준칙주의로 너무 많은 대학이 설립돼 방만한 운영과 부실대학 사례가 나타난 측면도 있다. 지금은 설립 요건이 까다로워졌다. 해외캠퍼스 설립이나 대학의 노하우-교육콘텐츠 수출도 좋지만 설립요건과 지출요건 등을 아주 명확하고 까다롭게 규정해, 부실하거나 국가 이미지를 약화시키는 운영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강사제도개선 논의가 한창인데 정부와 대학, 강사들이 무엇을 양보해야 할까.
“강사법이 대학 입장에서 볼 때는 엄청난 부담을 주는 법이다. 강사료 부담뿐 아니라 신분 안정성을 위해 퇴직금이나 4대보험비용 부담, 연구실 제공문제 등도 논의 중이다. 정부지원 없이 그냥 법이 시행될 경우 대학은 갑자기 재정 부담을 안고, 오히려 시간강사 일자리를 잃거나 신분 불안정성이 더 강화되는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본다. 정부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재정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강사들도 나름대로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면서 요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강사들이 일부라도 교수직으로 진입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대교협 회장으로 취임한 지 2개월 반이 지났다. 소회는.
“전찬환 사무총장을 비롯해 사무국에서 보좌를 해줘서 무리 없이 진행하고 있다. 여러 난제를 해결하는 데는 소통과 협력이 많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어제 부총리께서 그런 대학들과의 그룹화 해서 서로 소통하고 대안을 마련하자는 말씀도 해주셔서 다행스럽다. 대교협이 그래도 필요 없는 조직이라는 말은 안 듣고, 대학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교협 회장직에 있으니 아무래도 우리 제주대만의 이익이 아니라 큰 그림을 보게 된다. 상생 방안을 보는 장점도 있지만 대학에 집중하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해지지 않을까 우려도 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허향진 회장은…
1955년 제주 출생. 제주대 관광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세종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4년 제주대 교수로 부임해 2010년부터 제주대 총장을 맡고 있다. 한국관광학회 부회장, 제주발전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1월 대교협 총회해서 신임 회장으로 선출돼 4월 8일 취임했다. 임기는 1년이다.

<대담=박성태 본지 발행인 / 정리=이연희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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