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재익 기자] “학생들에게 부족한 게 창업공간인가. 한심하다.” 

고려대 안암캠퍼스 일대가 서울시 캠퍼스타운의 우선사업지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은 고려대 학생들이 학교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댓글이다.

서울시는 총 1520억원을 들여 대학과 지역의 상생발전을 유도하는 새로운 도시재생모델로 ‘청년특별시 창조경제 캠퍼스타운’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우선사업 선정지로 선정된 고려대 ‘안암동 창업문화 캠퍼스타운’은 올해 하반기부터 세부 실행계획 수립에 들어가 2020년까지 사업을 추진한다. 대학과의 연계를 통해 청년문제와 지역경제 두 마리 토끼 모두 노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의도한대로 성공적인 사업이 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먼저 대학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서울시는 지난 3월 11일 도시관리과 내에 캠퍼스타운 TF팀을 꾸린 후 두 달간 각 대학들을 돌며 첫 대화에 나섰다. 하지만 그것은 주로 시설 등 실무적인 것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을 뿐이다. 실무진들과의 대화였지 모든 학내 구성원들이 알 정도로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지난 5월 서울소재 A대학의 한 보직교수는 “실무진들끼리 얘기된 것은 있는지 몰라도 보직교수들에게까지 설명한 것은 아닌 듯 하다”고 말했다. 캠퍼스타운 발표 당일 박원순 시장이 서울총장포럼 회의장을 방문해 총장들에게 직접 설명에 나선 것이 이를 방증한다. 계획 발표 후 B대학 보직교수는 “기대는 하고 있는데 학교 돈만으로는 되지 않는 것이고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구심이 든다”는 말을 전했다.

청년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계획임에도 학생들과는 더욱 얘기된 바가 없는 듯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발표 전 창업동아리 학생 등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지만 캠퍼스타운 이용자로 학생을 빼놓을 수 없는 만큼 더 많은 학생들과 대화를 하며 그림을 완성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댓글처럼 창업보다 학생들에게 더 필요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실질적인 문제들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고려대는 학교 소유부지를 창업지원센터로 조성하고 안암동 5가 일대의 개인소유 건물들을 청년창업 공간으로 바꿀 계획이지만 실제로 매입한 건물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에서는 부지나 건물 매입은 대학이 알아서 할 부분이라 말하고 있지만 대학에서는 서울시에서 발표한 계획이니 무언가 해주지 않을까 바라는 모양새였다.

마지막으로 주민과의 대화도 필요하다. 주민은 사업의 직접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다. 학생들은 졸업 후 대학가를 떠나도 주민은 계속 자리를 지킨다. 하지만 서울시는 아직 제대로 된 소통을 진행하지 않은 듯 하다. 가장 먼저 시범사업으로 추진되는 고려대 주변 주민들은 아직 그 실태를 파악하지 못한 듯했다. 서울시립대의 세운상가 캠퍼스 건립도 캠퍼스타운 발표에 포함됐지만 시립대 학생들과 세운상가 주민들 간의 이해관계도 갈리는 상황이다.

서울시장이 직접 발표하기 위해 날짜까지 미뤘을 정도로 야심차게 추진하는 사업이지만 아직 캠퍼스타운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거리는 멀기만 하다. 많은 돈과 시간, 인력이 투입되는 만큼 더 많은 고민과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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