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故 고현철 부산대 교수의 죽음이 벌써 1년이나 지났다. 죽음은 컸지만 변화는 작았다. 고 교수의 죽음 뒤 13개 대학이 총장을 새로 뽑았지만, 부산대를 제외하면 모두 교육부가 요구한 간선제, 혹은 대학구성원합의제를 통해 총장을 뽑았다. 고 교수가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내하겠다’고 외쳤지만 그의 희생은 대학도, 교육부도 변화시키지 못했다.

그의 죽음을 평가절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따지고 보면 변화가 없지는 않았다. 일부 대학은 여전히 직선제를 도입하기 위해 교육부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간선제로 총장을 선출한 대학도 직선제의 요소를 도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가 ‘교수들만의 잔치’라고 평가절하했던 총장직선제가 직원과 학생에게까지 투표권을 확대하는 형식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유의미한 변화다.

기왕지사 변화를 시작했다면 좀 더 변하길 주문하고 싶다. 고 교수의 희생으로 총장직선제의 정당성과 필요성이 한국사회에 각인됐다면, 이제 1주기를 맞아 총장직선제 자체의 발전을 생각할 때다. 특히 대학운영 거버넌스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대학에도 ‘협치’를 요구한다면 우스운 말일까?

교육부가 총장직선제의 폐단으로 지적한 교수파벌, 공약남발, 교육·연구 소홀, 제한적 민주성 등은 모두 총장에게 행정권한이 집중돼 있는 데서 발생한 문제다. ‘제왕적 총장’이다. 국가와 달리 의회나 사법부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 대학에서 총장은 사실상 모든 권한을 한 몸에 틀어쥐고 있다.

권한을 나눌 필요가 있다. 이미 도입된 재정위원회에 재정의 권한을 상당한 범위에서 이양해 등록금 책정 등을 맡기고, 시급히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학생에게도 학칙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는 ‘입법권’을 주자. 대학인권센터와 징계위원회를 상설화하는 것도 ‘사법권 분리’ 차원에서 고민해볼만한 조치다. 지금처럼 대학원생에 대한 인권침해가 빈번하다면 더욱 그렇다. 고전적인 삼권분립이다.

총장직선제의 골격은 유지하되, 총장선거 유권자도 넓히자. 교수와 직원, 학생의 ‘3주체’를 넘어 현재 다양하게 대학을 이끌고 있는 시간강사와 계약직 직원에게도 투표권을 달라. 교수가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한 채 명목상의 투표권을 일부 직원과 학생들에게만 주는 요식행위는 지양했으면 한다.

집중된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소수계층에서 제왕적 통치자를 선출하는 방식은 대학의 민주주의에도 맞지 않다. 총장의 권한을 나누고, 총장을 선출할 집단을 넓혀서 실질적인 대학의 민주화를 이끌 제도적 변화를 총장직선제 개선에 담아야 한다. 정부와 사회를 상대로한 대학의 민주화가 총장직선제로 발현됐다면, 이제 고 교수의 죽음을 맞아 전혀 새로운 단계의 대학내 민주화를 총장직선제가 이끌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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