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대학교육 괴리 심화가 대학 불신 불렀다
4학기제·분반수업·‘지인용’ 인재 양성에 집중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7차 교육과정 이후 고교교육과 대학교육의 괴리가 심화됐다. 특히 고등학교에서 기초과학 교과목이 선택과목으로 바뀌면서 이공계 학생들의 기초과학 교과의 학력 편차가 심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는 이를 무시한 채 대학기초 교과목부터 가르쳐왔다. 이로써 입학 첫 학기부터 좌절한 학생들은 기초를 다질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전공과정에 들어가게 된다. 부실한 전공실력을 가지고 스펙만 신경 쓰다가 수년 동안 취업준비생으로 남기 일쑤였다. 간혹 운 좋게 취업하더라도 실력 없는 신입사원으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고, 기업에서는 실력 없는 졸업생을 배출하는 대학을 신뢰하지 않게 됐다. 이처럼 악화된 사회적 평판 때문에 신입생의 학력 수준은 더 저하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전북대학교(총장 이남호)의 진단이다. 전북대는 고교와 대학교육의 괴리를 해소하지 않고는 거창한 구호와 막대한 예산을 투자한 사업이 모두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학부교육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선순환의 플라이휠을 돌리는 시발점을 기초교육 강화로 봤다. 전북대가 기초역량 강화형 학부교육 선도모델을 채택한 이유다. 기초역량 강화형 학부교육 선도모델은 기초학력을 튼실하게 갖춰 전공교육과 비교과교육을 정상화하고, 이로부터 전북대의 인재상인 6대 핵심역량을 고루 갖춘 큰사람을 키워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 국립대 최초 4학기제 도입= 전북대는 신입생의 기초학력 강화를 학부교육 정상화의 선결과제로 꼽았다. 국립대 최초로 1년 4학기제(1학기, 여름 특별학기, 2학기, 겨울 특별학기)를 도입했다. 모든 신입생은 입학 직전에 기초교과목(영어, 수학, 물리, 화학)에 대해 학력진단평가를 실시하고, 정규교과목을 수강할 것인지 아니면 고교 과정부터 시작하는 기초교과목부터 수강할 것인지를 결정했다. 그 결과 학생들은 기초 실력이 부족한 과목을 학습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전북대 관계자는 “결과는 놀라웠다. 기초반부터 시작한 학생들이라도 일반 학생들과 동등한 전공 수학능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학생들은 기초부터 시작해 전공에서는 상위 10% 이내의 성적을 내는 경우도 있었다. 12학번인 김도영 씨(물리학과)는 “정규 교과목부터 들은 친구들과 전혀 격차를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기초가 훨씬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학생활에 큰 동기부여가 된 4학기제 수분별 분반수업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대학 입학생들의 기초학력 부족 및 편차를 극복하기 위한 전북대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ACE사업)은 외부에서도 높이 평가받고 있으며, 이미 많은 대학에서 벤치마킹하고 있다. 마인숙 수학과 교수는 “공과대학 공업수학1 교과목을 여러 해 강의하고 있는데, 12학번 학생들부터 수준별 분반수업 실시 이후 학생들의 수업태도나 전반적인 수업 분위기가 좋아졌어요. 물론 성적도 향상 됐고요”라고 말했다. 수준별 수업의 기초 교과목 수강학생 기초학력 향상도를 보면 수준별 수업 기초 교과목 수강학생을 대상으로 매학기 초 실시한 사전평가 대비 사후평가에서 모든 교과목이 향상됐다.

수준별 분반수업을 실시이후 수학교과목의 기초교과목을 수강한 학생이 2학년 후수 교과목인 공업수학1에서 학점 미취득(F학점) 비율이 감소했다.

2012학년도부터 시행하고 있는 수준별 분반수업의 최대 성과는 또 있다. 2011학년도 수준별 분반수업 이전에 비해 학사경고자가 매년 30% 이상 감소했으며, 2015학년도에는 56%까지 대폭 줄었다. 전공 교육과정의 수월성이 확보된 것이다. 특히 2012학년도부터 학점 균형지수는 대학 차원에서 상대평가제 강화로 0.4 이상으로 엄격하게 관리되면서도 학사경고자 수는 꾸준히 감소했다.

■ “기초역량 기반 (지인용)智仁勇 큰사람 만들기” 모델 구축= 전북대는 1주기 ACE사업에서 4학기제를 활용한 수준별 분반수업, 기초학력인증제와 핵심역량인증제의 성공적인 시행을 통해 기초역량 강화형 학부교육 특성화 선도모델을 구축했다. 이를 토대로 2주기 ACE사업에서는 기초역량을 기반으로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기초역량 기반 지인용(智仁勇) 큰사람 만들기’ 학부교육 선도모델을 구축하고 확산시키고자 한다.

2주기 ACE 사업의 교양교육과정에서는 기초역량 기반 교육모델을 구축해 기초학력 증진 기반의 내실 있는 대학 교육을 통해 ‘기초역량을 갖춘 자신감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 전공교육과정에서는 실습 중심 교육 모델 구축으로 현장에 적용 가능한 대학교육을 통해 ‘지식을 활용할 줄 아는 인재’를 양성한다. 비교과 교육과정은 학생 개인별 맞춤형 교육모델 구축으로 교육 수요자 맞춤형 대학교육을 통해 ‘나만의 역량으로 도전하는 인재’를 양성해 모범생을 넘어 모험생을 키우는 대학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험 역량 증진을 더욱 강화한다.

2주기 ACE 사업의 교육 모델 개발, 운영, 평가 등을 통해 발생하는 모든 교육 분야 빅데이터를 전북대 질 관리 시스템인 ‘C-VALUES’와 접목해 고도화하고, 분석결과는 교육과정 개선에 활용한다. 1~2주기 ACE 사업에서 구축한 교육과정 및 학사제도는 사업종료 후에도 지속가능하도록 체계성을 확보해 학부교육을 선진화할 계획이다.

[인터뷰] 유철중 ACE사업추진단장(교무처장)
"수준별 분반수업 정착 단계"

- 전북대 ACE사업의 고유 모델은 무엇인가?
“전북대 ACE사업 모델은 기초역량 강화형 학부교육으로 국립대학 최초로 방학 중 특별학기를 개설하고, 4학기 체제로 수준별 분반수업을 운영해 기초학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4년의 대학 교육과정을 2+2학제 개념을 도입해 1~2학년 과정에서는 기초학력인증제를 3~4학년 과정에서는 핵심역량인증제를 시행해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ACE사업에서 기초학력 증진을 위해 추진한 전략은?
“신입생 기초학력 증진과 학력 격차 해소를 위해 수준별 분반수업 교과목 수와 대상 학생을 확대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기초과목 수강학생의 정규과목 이수와 선․후수 이수 체계를 준수하도록 여름과 겨울 특별학기를 개설해 4학기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2학년도 신입생부터는 수강 신청 시 전산프로그램으로 선수 교과목을 이수하지 못한 학생은 후수 교과목 수강을 제한해 선‧후수 이수 체계 준수를 의무화했습니다.”

- 어떤 변화와 성과가 있었나?
“수준별 수업과 4학기제, 기초학력인증제 및 선‧후수 이수 체계 준수 등을 통해 대학 구성원 전체가 기초학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으며, 기초학력인증제와 핵심역량인증제를 기반으로 역량기반 교육과정 시스템을 구축하게 됐습니다. 4학기제 수준별 수업을 최초로 시행한 2012학년도 여름 특별학기에는 이수율이 78%였지만, 2014학년도에는 이수율이 93%까지 향상돼 특별학기를 이용한 수준별 분반수업이 정착되고 있습니다. 전북대가 ACE사업 고유 모델로 개발한 기초학력 강화 프로그램인 4학기제 수준별 수업과 기초학력인증제는 많은 대학에서 벤치마킹을 하고 있으며 기초학력인증제는 8개 대학(원광대, 우석대, 군산대, 경남대, 광운대, 동명대, 순천대, 동신대)과 MOU를 체결해 문제은행 풀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성과로 대학교육협의회 교육역량강화사업 우수사례(2013년), ACE협의회 주관 ACE사업 우수사례 공모 최우수대학(2014년)에 선정됐습니다.”

- 학부교육 강화를 위한 향후 계획은?
“전북대 ACE사업의 중요한 특징은 역량기반 교육과정 운영과 지속가능한 교육의 질 관리에 있습니다. 일회성, 산발적 교육 프로그램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시스템으로 정착시키고, 계량화된 정량지표의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사업성과를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매년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의 학력 수준을 평가‧분석해 학력 차이에 따른 눈높이 교육을 정착시키고 기초학력을 강화해 전공교육의 수월성을 확보하겠습니다. 또한 매년 대학교육의 현황과 평가 결과 등을 분석해 대학 구성원들과 공유함으로써 교육 개선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학부교육의 중요성을 확산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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