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여겨볼 지방대학들의 협력체제구축

지난 8일 오전 부산과 경기도 안양에서는 참으로 의미 있는 ‘대학 행사’가 열렸다.

부산의 4년제 사립대학인 동서대와 경성대가 협력시스템 구축 협정식을 맺고 서로 양 대학이 강점과 경쟁력이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교수 학생 간 교류 및 수업 공유, 고가(高價)의 수업기자재 공동사용, 미래 첨단기술 공동연구 등을 통해 경쟁이 아닌 상생의 길을 가자고 손을 잡았다.

같은 날 오후 안양에서는 앞의 행사보다 더욱 더 큰 의미의 행사가 열렸다.

“세계적인 도시는 모두 대학이 중심이 되어 발전해왔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안양시 관내 국립대 1곳, 4년제 사립대 2곳, 전문대학교 2곳과 인접 의왕시 관내 전문대학 1곳 등 6개대학이 안양시장과 안양시의회 의장, 안양상공회의소 부회장(회장 대리참석), 과천안양교육청 교육장, 관내 주요 고교 교장 등과 함께 '대학-안양시 미래상생포럼' 개막식을 가졌다.

국ㆍ사립, 2년제ㆍ 4년제 따지지 않고 무조건 힘 합쳐서 대학도 살리고 침체된 도시도 살리자고 나선 6개대 총장들과 관계자들, 부산 2개대 총장의 협력을 보면서 ‘그래 바로 이거다’라고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다.

정부재정지원을 미끼로 한 교육부의 구조개혁 사업에 서로 눈치보고 경쟁하고 시기 질투하기에 바쁜 작금의 대학현실에서 이들 대학의 조건 없는 협력체제 구축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학령인구감소와 재정위기로 인한 대학위기는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다. 흔히들 “벚꽃 피고 지는 순서로 대학이 사라질 것”이라며 저마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가고 있는 마당에 이들 대학의 행보는 정말 신선하다.

오히려 정부가, 협의로 교육부가 나서서 이러한 협력체제 구축을 제시하고 독려했어야 한다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의 느낌을 지울 수 가 없다.

이들 8개 대학이 협력체제구축을 선언하던 바로 전날 본사 주최 ‘국공립대 프레지던트 서밋’에서도 연합국립대 체제구축 필요성에 대해 논의가 됐다. 아쉽게도 이날 논의는 자칫 거점 국립대가 각 지역에 소재한 지역중심 국공립대, 특수목적 국공립대를 흡수하자는 듯한 논조였고 이로 인해 각 지역중심대학, 특수목적 대학들의 심기가 매우 불편했음을 서밋 주최자로서 목도(目睹)했다.

이 논의를 발제했던 부산대 총장은 거대 담론적 차원에서의 문제제기라고 설명했지만 분위기는 강력한 주장이었고 공교롭게도 그 이튿날 전국 주요일간지 한 곳이 ‘연합대학설립 등 국립대 개혁기치 내건 부산대 총장’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기사로 논란을 부추겼다. 부산대가 의도적으로 언론을 통해 연합국립대 체제구축 논리를 강화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러한 논란을 보면서 국ㆍ사립, 4년제 일반대ㆍ전문대 구분 없이 서로 힘 합치자고 나선 부산과 안양지역 8개 대학을 통해 연합체제 구축 방식에 대해 국공립대가 벤치마킹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들 대학이 내건 연합체제구축은 학교를 통폐합하자는 것도, 정원을 감축하자는 것도, 구조조정을 하자는 것도 아닌, 각 대학이 갖고 있는 강점을 서로 내놓고 협력해 정부, 지자체, 관내 기업들에게 필요하면 재정지원을 받아서라도 창의 콤플렉스를 새로 만들자는 획기적이고 건설적인 제안이다.

이들 대학의 연합체제구축이 대학위기 극복의 새로운 롤 모델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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