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 국립대 최초 보직자 공개 모집추천

학과 자율성 존중하는 것은 미국·유럽 대학 방식

▲ 김용학 연세대 총장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김용학 연세대 총장이 취임 전 내세운 '미들 업 다운(middle up-down)'공약이 새 인사개편에 적용, 파격을 주고 있다. 중앙집권 식 경영 대신 많은 권한을 단과대학에 이양하겠다는 것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앞서 충북대는 국립대 최초로 보직자를 공개 모집해 추천방식으로 선발, 임명했다.

12일 연세대에 따르면 2017년도 2학기부터 교수들의 인사제도를 파격적으로 개편한다. 연세대의 새 교원 인사개편안은 교수들 스스로에게 인사권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본부가 각 학과에 일방적으로 적용하던 정량평가 지표를 버리고 각 학과 교수들이 자신들을 질적으로 평가할 기준을 스스로 만든다.

김용학 총장과 이호근 교무처장은 지난달 말 전체 교수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연세한마당’에서 이 같은 인사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 처장은 이 자리에서 인사 개편의 방향으로 △연구성과의 질적 수월성 제고 △분권화/자율화 △글로벌 경쟁력 확보 △업적평가 시스템의 예측가능성 제고 등 네 가지 원칙을 소개했다.

특히 본부 측이 강조한 부분은 '분권화·자율화' 다. 앞으로 연세대는 각 학과에 동료 교수에 대한 인사권을 전격 위임하고 본부는 최종 단계에서 절차적 타당성을 검증하는 정도의 역할만 한다. 이를 위해 각 학과에서는 스스로를 평가할 기준을 제출하고 본부의 검토를 받는다.

인사규정 제·개정의 기본 원칙은 양적평가에서 질적평가로의 전환에 초점이 놓인다. 연세대 측이 제시한 인사규정 가이드라인에는 논문의 수보다는 질적인 우수성으로 업적기준을 충족하도록 유도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앞으로 본부는 인사규정 제·개정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고 오는 12월까지 각 대학(학과)으로부터 계획안을 제출받는다. 본부 검토기간은 내년 5월까지다. 새로운 업적평가제도는 이르면 9월부터 시행된다.

교수의 인사권을 본부에서 학과차원으로 이양하는 것은 국내 사립대 사례 중엔 최초다.

▲ 윤여표 충북대 총장

앞서 충북대는 국립대 최초로 ‘공모와 적임자 추천 방식’을 택했다. 윤여표 충북대 총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관계나 판단으로 보직자들을 직접 임명하는 방식보다는 ‘공모와 적임자 추천 방식’이 더욱 훌륭하신 교수님들을 적합한 보직자로 모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부총장 대학원장을 비롯한 20명의 핵심보직자를 공모 또는 적임자 추천 절차를 거쳐 선발했으며, 이 분들은 9월부터 후반기 2년 동안 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은 서구 대학의 방식으로 알려져있다.

연세대 측은 “미국 예일대 문리대학(Arts and Science)은 교수 임용과 승진에 있어서 해당 분야의 세계최상위 리더들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을 충분한 경쟁력을 소유하였는지, 그리고 학자로서 업적과 유망성이 주요 평가 기준이다. 교수 인사는 학과 차원에서 결정된다. 예일대 교수 임용은 정년보장교수직 임용·승진 위원회(Tenure Appointment and Promotions Committee)에 의해 검토된다. 학부 학과장 혹은 대학원 학과장과 교무처장의 주도아래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임용, 승진과정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스탠포드대의 교수 평가기준 역시 질적평가를 우선시하고 있다. 스탠포드대의 정년보장 교수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준거는 '각 개인이 속한 학문분야에서 달성한 성과'다. 분야별 중요 평가요인 역시 학문적 활동과 생산성, 영향력, 인지도, 윤리성 등이다. 교수의 재임용과 승진은 학과에서 결정한다. 학과장은 임용후보자의 자격에 대한 공식적인 평가를 수행하기 위해 학과평가위원회을 구성한다. 학과평가위원회는 임용, 재임용, 승진을 위한 최종적인 추천자인 학과장을 위해 자문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윤여표 충북대 총장은 "거창한 혁신적인 내용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총장의 보직자 임명권한을 내려놓고 학교 운영의 최적임자를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임용하려 한 것뿐이다. 총장이 보직자를 직접 임명하는 방식이 대학사회에 일반화돼 있다. 학교 발전에 헌신할 역량 있는 교수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아내고자 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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