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문제해결형 교육 실현…쓸 수 있는 지식 습득 중요

학령인구 감소 극복 위해 대학 특성화된 강점 찾을 것
“전문대학생도 우리나라의 미래” 맞춤형 지원 필요해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강의를 못한다는 게 가장 섭섭하더라. 강의실에 들어가서 학생들과 같이 얘기도 나누고 혼도 좀 내야 하는데….”

윤준호 여주대학 총장은 취임 이후 학생과 마주할 기회가 적어진 것을 가장 큰 변화이자 아쉬움이라고 꼽았다. 헛헛함을 조금이나마 달래기 위해 매일 새벽 여섯시 반이 되면 대학 운동장으로 향한다. 군사학부 학생들과 같이 구보를 하기 위해서다. 이는 군사학부 교수 시절부터 해왔던 것으로 어느새 하나의 생활습관이 됐다.

윤 총장은 “아직까지도 구보를 하루도 빠짐없이 하고 있다”면서 “개인적인 건강을 위해서라는 이유 외에도 학생들과 만남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게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가 총장의 자리에 앉은 지금, 가장 경계하고 지양하는 것이 ‘불통’이다. 교수로 시작해 실·처장을 거쳐 총장이 된 만큼 전체 교직원의 다양한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게 자신의 장점이라고 말하는 그다.

윤 총장은 “이런 장점을 살려 학생은 물론 교직원과 시간강사의 마음까지 헤아린 대학 정책을 펼치겠다”면서 “임기가 끝났을 때 ‘구성원 모두와 함께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멋진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 윤준호 여주대학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 취임 축하한다. 요즘 만만치 않은 대학 환경에 부담도 많을 텐데 어떤가.
“우선 여러 가지 부담이 많이 생긴 것 같다. 교육부에서 진행하는 대학구조개혁평가 등을 대비해 정량적인 지표 등을 상승시켜야 하는 부분들이 상당히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 여주대학에 몸담은 지 오래됐다. 중책을 맡으면서 남 다른 각오가 있을 것 같다. 총장으로서 특별한 계획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대학과 구성원 모두 개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스스로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문화를 만들고 싶다. 교육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교육체계 구축 △학생 중심의 교육시스템 확충 △실사구시적인 대학 운영 △교육환경 및 복지제도 정비 등을 실시하고자 한다. 또한 학생중심, 수요자 중심 교육을 실현시키려 한다. 통합교육과 문제해결형 교육을 실시해 창의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맞춤형 인재를 키워내겠다. 대학의 중심 기능인 교육, 취업, 산학활동 등에서 질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가의 주요 화두다. 최근 수시1차 모집 결과는 어땠나.
“우리 대학은 오히려 지난해에 비해 지원자가 3000명 정도 증가했다. 두 가지 요인으로 가능했다. 우선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고자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감행했던 노력의 결실이다. 기존 39개 학과를 경쟁력 있는 25개 학과로 대폭 개편해 각 학과의 인지도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수험생을 타깃으로 한 적극적인 홍보활동도 한몫했다. 고등학교 방문 입시설명회, 전문대학 연합 공동입시 박람회, 고등학교 게시판 홍보를 진행했다. 특히 정보화 시대에 발맞춰 수험생들이 대학의 정보를 보다 쉽고 간편히 찾을 수 있도록 SNS, 포털 사이트 등 온라인을 통한 홍보를 강화했다.”

- 계속 학령인구는 감소될 텐데 결국 입학자원이 줄어들지 않겠나.
“자원이 준다는 것은 사실 가장 중요한 요소가 빠져나가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그 대학만의 특성화된 강점이 있다면 이와 상관없이 소비자인 학생들이 먼 곳이라도 찾아오지 않겠나. 각 대학별로 특성화돼 있는 부분을 개발,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 경쟁력이 있는 특별한 학과를 소개해준다면.
“군사학부다. 군인, 특히 부사관을 양성하는 학과다. 우리대학이 위치한 여주 인근에는 군부대가 많다. 가까이에 있는 항공작전사령부, 20사단, 1군수사령부, 8전투 비행장에서부터 멀게는 수기사까지 연결돼 있다. 최근에는 특전사가 이 지역으로 이전해왔다. 이것도 하나의 강점이라고 생각해 군사학과 분야 특성화를 구상 중에 있다. 실용음악 쪽도 우리대학이 굉장히 유명하다. 경기도권 중에서도 가장 외곽임에도 학생들이 찾아오는 대학이다. 이번 수시1차 실기시험 일정은 원래 2~3일 정도였다. 생각보다 지원자가 많아서 6일에 걸쳐 진행했다. 보컬 전공은 약 30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어떤 한 학생은 삼수를 해서 우리대학 실용음악과에 들어왔더라. 깜짝 놀랐다. 그만큼 실용음악 쪽에서는 우리 대학이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한다. 그 중심엔 교수가 있다. 정규수업 외에도 학생들과 일대일 레슨을 한다. 학생들이 원하는 음악에 접근할 수 있게끔 멘토 역할을 충실히 해준다. 또 중요한 건 교수들이 단합이 잘 된다는 거다. 사실 음악 자체가 기타 하나만으로 연주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대부분 드럼, 베이스 등 각종 악기와 보컬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교수들부터 단합이 잘 되니까 학생들도 그런 합주할 기회가 자연스레 많아진다.”

- 지난달 대학 재정지원제한에서 해제됐다. 이행과제를 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겠다.
“그렇다. 지난해 8월 실시된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았다. 기획처를 비롯한 모든 교직원이 혼연일체가 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인근 대학의 중간 평균치 값을 목표로 재정을 투입, 목표치 달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되돌아보면 처음엔 위기였지만 구성원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더불어 지난 1년은 지금까지 우리대학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며 무엇이 부족했는지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는 한편 새로운 비전에 대해 소통하고 공유하기도 했다.”

- 그런 어려움을 헤쳐 나왔으니 이제는 도약할 일만 남았겠다.
“우리대학은 이제 평지에 올라선 것뿐이다. 앞으로 올라야 될 산이 굉장히 많다. 정부 재정지원사업들 예를 들면 사회맞춤형 사업, 유니테크 사업 등에 대해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 정부 주도 사업에 선정돼 제2의 여주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계획이다.”

- 최근 서울에서부터 여주까지 연결되는 전철이 개통됐다. 여주대학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당연하다. 우리 대학 후문에서 역까지 걸어서 10~15분 정도 걸린다. 안 그래도 전철이 개통되니 곤지암, 성남 쪽 스쿨버스를 이용하던 학생 수가 확연하게 줄었다. 데이터 분석을 좀 더 해봐야겠지만 그 지역 스쿨버스는 폐지까지도 검토 중이다. 그 대신 대학과 전철역을 연결하는 스쿨버스를 더 많이 운영하는 등 교통 편의성을 늘릴 계획이다.”

- 지자체와의 협력도 활발하다.
“지난 20년간 경기도·여주시 등 지자체와 크고 작은 협력을 해왔다. 지금도 취업, 산학협력, 행사, 도시디자인, 봉사활동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다각도로 협력 중이다. 올해 경기도 취업예약형 전공과정 지원사업에 우리 대학 자동차과 30명 학생과 14개 관련 기업이 참여했다. 1억2000만원의 사업비 가운데 90%를 학생에게 지원함으로써 고용안정 및 유지취업률을 상승시켰다. 여주시와 ‘평생학습마을’을 운영해 관내 지역주민이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여주 인문도시-세종리더십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다. 세종대왕의 업적과 리더십을 통해 지역사회의 발전 방향을 모색, ‘생생지락’의 정신을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학은 전문적인 학문기관의 특성상 지역 산업이나 문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지자체 역시 대학으로 인해 지역 경제가 활발해지는 등의 효과가 있다. 대학과 지자체는 어느 한쪽도 없어서는 안 될 ‘상생의 관계’다.”

- 전문대학 교육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야 할까.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진짜 쓸 수 있는 지식을 습득하는 거다. 특히 전문대학은 그 부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두고 가야 한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국가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우선을 둬야 하겠다. 취득한 국가자격증을 이용해 취업과 연계되는 부분이 강화돼야겠다. 그래서 학생들이 그 자격증을 갖고 자기 꿈을 이룰 수 있는 교육기관이 돼야 한다.”

- 교육부나 국가 교육정책에 대해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예산 지원 부분에 있어서 차이가 좀 많이 나는 게 아쉽다. 사실 교육하는 내용이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일반대학생이나 전문대학생 모두 우리의 미래다. 그런 차원에서 접근해 전문대학에 더 많은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

- 이제는 총장도 움직여야 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총장직을 수행하려 하나.
“그렇다. 총장이라고 해서 옛날처럼 권위만 따지고 있으면 안 된다. 길을 가다가도 좋은 업체가 있다면 바로 들어가 우리대학과의 산학협력을 성사 시킬 수 있는 총장이 되려고 한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 능력을 가진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특별한 총장이라기보다 우선 학생들과 대화의 장벽이 없는 총장이고 싶다. 사실 집에 가면 나부터도 학부형이다.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총장직을 수행해나가겠다.”

▲ 윤 총장은 이날 대담을 통해 "대화의 장벽이 없는 총장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한명섭 기자)

■윤준호 총장은…
1965년생. 서울고, 중앙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기계공학박사를 받았다. 여주대학 자동차과, 항공정비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입학관리처장, 교무입학처장, 교무부총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현재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기술개발사업 평가위원, 경기도신용보증재단 기술평가위원 등으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9월 5일 제9대 여주대학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이정환 편집국장 / 정리=천주연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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