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해전 C대학을 졸업하고 모 방송사 기자로 입사한 K군은 신입사원 연수기간 중 참으로 씁쓸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입사성적이 우수하고 성격이 좋아 「동기반장」으로 선출된 것이 화근이었다. 강의시간마다 바뀌는 강사들의 첫 번째 질문은 한결같이 「어느 대학을 나왔는가」였다. K군이 C대학을 나왔노라고 대답하면 이에 대한 반응조차 모두가 비슷했다고 K군은 회상한다. 의아하다는 표정. 심지어 어떤 강사들은 『여기엔 서울대 출신이 없는가』라며 노골적인 질문을 서슴치 않았다고 한다. 특히 몇몇 강사들은 첫 대면에서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졸업자들을 파악하고는 다른 대학 출신자들에겐 별다른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K군은 마치 방송사가 서울대 동문회관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며『방송국은 온통 서울대판』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실 신문사와 마찬가지로 방송사의 트로이카는 고려대 서울대 중앙대이다. 이같은 내용은 본지가 지난호(233호)에 이어 한국언론연구원에서 발간한 「한국신문방송연감 96」을 분석, KBS MBC SBS 등 7개 방송사의 보도국 프로그램 제작부서의 차장이상, 그외 부서는 부국장 이상의 학력을 집계한 결과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전체 조사대상자인 총 1천68명 중 1백24명(11.61%)을 배출한 고려대는 종합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위는 서울대로 총 1백14명(10.67%)의 방송인을 배출했고 3위는 98명(9.18%)을 배출한 중앙대이다. 이밖에 89명(8.33%)을 배출한 한양대가 4위, 76명(7.12%)을 배출한 연세대는 5위, 68명(6.37%)을 배출한 성균관대가 6위를 기록하고 있다. <표1 참조> 신문분야 출신대학분포 현황과 비교, 달라진 점이 있다면 서울대가 부동의 1위 자리를 고려대에게 넘겨준 것. 그러나 신문분야에선 서울대가 총 3백42명을 배출해 전체 16.66%를 점유, 2위였던 고려대(2백12명, 10.33%)보다 6.33% 앞섰던 반면 방송부문에서 두 대학간 차이가 0.84%로 근소하다 <본지 233호 참조>. 이와 관련 관계자들은 서울대는 다른 대학과 달리 「신문방송학과」가 아닌 「신문학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 일반적으로 언론계 진출이 활발한 이 학과 학생들이 주로 배우는 학문분야가 방송보다 신문에 치우치는 만큼 신문분야의 진출이 활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같은 대학 다른 학과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방송부문에 있어 또 하나의 특징은 한양대와 한국방송통신대의 약진이다. 신문분야에서 각각 90명(4.38%)과 10명(0.49%)을 배출해 종합순위 6위와 30위를 기록했던 두 대학은 방송부문에선 각각 89명(8.33%)과 15명(1.40%)이 진출해 종합순위 4위와 17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는 방송부문이 신문보다 기술분야 종사자가 더 많다는 데서 이유를 찾아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공대계열이 강세를 띠고 있는 한양대는 신문과 마찬가지로 방송에서도 송출등의 기술분야 진출자가 많고 방송통신대 출신자 역시 비슷한 조건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같은 내용은 방송사별 대학 분표현황에서도 유사한 결과로 이어진다. 다만 재미있는 현상은 각 방송사별로 상위권 순위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 정도. <표2 참조> KBS는 고려대(53명) 서울대(49명) 중앙대(44명) 한양대(35명) 연세대(35명) 성균관대(26명) 순으로 1위부터 6위까지의 순위가 전체순위와 전혀 차이가 없다. 반면 MBC는 고려대(49명) 중앙대(40명) 한양대(39명) 서울대(31명) 순이고, SBS는 서울대(19명) 고려대(16명) 성균관대(8명), EBS는 중앙대(7명) 한양대(4명) 서울대(3명) 순으로 1∼3위를 비롯 전체 순위에 있어서도 각 방송사마다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역 방송인의 출신대학 분포에선 지방대의 강세가 눈에 띈다. <표3 참조> 전체 1위와 2위는 총 28명(7.41%)과 24명(6.35%)이 진출한 중앙대와 고려대가 차지하고 있지만 3위는 부산대(23명, 6.08%)의 몫이다. 또 공동 7위인 동아대(15명, 3.97%)와 전북대를 포함해 10위권 안에 3개 지방대가 위치해 있다. 이밖에 그래프에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영남대(13명, 3.44%), 경북대(12명, 3.17%), 전남대(11명, 2.91%), 제주대(11명, 2.91%)의 약진도 눈여겨 볼 만하다. 물론 이런 결과는 KBS를 제외한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지역내에서 인력을 충원, 지역 소재 대학 출신자들이 강세를 띠는 것이며 이런 결과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언론분야 종사자들의 대학분포 현황은 근래 들어 새로운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방송도 예외는 아니다. 「고시」로 일컬어질 만큼 시험문제도 까다롭고, 경쟁률도 치열하다 보니 자연 소위 명문대로 일컬어지는 몇몇 대학의 졸업자들이 강세를 띠는 추세다. 방송사마다 「학력」 보다는 「실력」위주로 신입사원을 선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결과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때문에 머지않아 언론계의 판도가 다른 여타 분야와 마찬가지로 서울대의 독주하에 새롭게 변화될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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