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교육 역시 공공재적 활동 “국·공립대와 차별 없어야”

2018년 울산대 제2캠퍼스 개교…현장 맞춤형 인재 양성 탄력

[한국대학신문 최상혁 기자] “사립대 역시 국·공립대와 마찬가지로 국민 교육과 미래인재양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단지 설립자가 누구인지 그 차이로 인해 사립대가 현재 수행하고 있는 공적 역할은 소외당하고 있다. 사립대건 국·공립대건 국민 교육에 이바지하는 공통된 교육기관의 성격을 띠고 있다면 차별 없는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오연천 울산대 총장은 사립대의 공적 역할을 강조하며 차별 없는 정부재정지원을 주장했다. 양 기관이 국민 교육이라는 같은 목적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공립대와는 다르게 사립대는 자체 재원만을 통해 대학을 경영해야 하는 어려운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오 총장은 일평생을 서울대에 몸담으며 국립대 발전에 일조해 왔다. 지난해 3월 사립대에 처음 발을 내디딘 그는 사립대 역할의 중요성을 느끼며 사립대 발전을 위한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정부재정지원사업에 대한 대학의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 총장은 '정부·대학 간 교부금 제도'를 제안하는 등 사립대 발전을 위한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 오연천 울산대 총장.(사진=한명섭 기자)

- 재임 기간 대학구조개혁평가와 연계한 정부재정지원사업 등으로 대학들이 몸살을 앓아왔다. 소회는.

“지난 1년 8개월간 울산대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갖가지 대학구조개혁평가와 연계된 정부재정지원 사업 유치를 위해 애썼다. 그 과정에서 사립대라는 교육기관의 개념을 새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우선 사립대와 국립대는 큰 차이가 없다. 사립대는 설립자가 국가 또는 지자체가 아닌 개인이지만, 설립 이후에는 국립대와 역할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대학의 역할은 국민에게 훌륭한 고등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국립대와 사립대의 차이는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유사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재정지원사업은 지나치게 국·공립대 중심으로 편성돼 있다. 또한 현 정부재정지원은 ‘정보화시스템 구축’ ‘입시제도 마련’ 등 특별한 목적에 맞춘 사업을 통해 지원되고 있다. 현 체계도 물론 의미가 있지만, 이는 보조적인 지원이 돼야지 주된 지원이 돼서는 안 된다. 국·공립대와 마찬가지로 사립대에 대한 기본적인 재정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특정 목적에 맞는 사업은 보조적인 지원 수단이 돼야 한다. 이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지난 30년간 국립 서울대에 있으면서 쌓아온 경험 때문이다. 국립 서울대와 사립 울산대의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두 대학의 역할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국립대는 재원의 50% 이상이 국고지원이지만, 사립대는 상당 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는 양극화 현상이 존재하고 있다. 이제는 이런 부분을 완화해야 한다. ‘정부·대학 간 교부금 방식’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에 교부금 제도가 존재하듯, 정부와 대학 사이에도 교부금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사립대와 국·공립대 차별 없이, 중앙정부에서 기본 재정을 지원해 대학의 재정적 대응력이 높아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 후 현재 진행되고 있는 특정 목적과 서비스를 위한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이 보조적 수단으로 제공돼야 할 것이다.”

- 국립대와 사립대 총장을 모두 역임한 경험에서 나온 대학정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추가로 조언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현재 교육부나 학술연구재단 등 교육기관은 다양한 목적을 내세우며 대학 재정지원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이는 대학에 재정적 원동력을 제공해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대학들을 지나치게 획일화하고 표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과 대학의 특성에 맞게 재량성을 부여해주면서 재원을 공유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 특히 대학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사립대에게는 더욱 절실하다. 지난 5~6년 동안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현재의 재정지원방식마저도 사업 중심으로 재원이 배분되니 대학의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매우 어렵다. 국민경제의 효율성 차원에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동일한 고등교육재원이라도 그 규모 내에서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수·대학·정부 등 다양한 기관이 노력해 입법화나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

- 지난 9월 세계대학총장회의에서 사립대의 교육 및 연구는 공공재적 활동이라 강조했다.

“대한민국 대학의 시스템은 유럽과 미국 사이다. 유럽 대학은 국가 중심 대학과 지방정부 중심 대학이다. 그래서 등록금도 낮고 실질적으로 국가 또는 지방정부가 운영의 책임을 전담한다. 반면에 미국은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사립대와 주립대 시스템이다. 대한민국의 대학 중 국·공립대는 유럽식, 사립대는 미국식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학은 형태를 막론하고 지역사회나 국민경제적 목표에 부응하는 미래 인재 양성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말하고 싶은 바는, 국·공립대와 사립대 모두 공공재적 성격을 띠는 만큼 사립대도 국·공립대 만큼의 정부재정지원을 받아야 한다. 사립대에게 국립대만큼의 기본 재원을 공유해줘야 한다. 혹자는 이런 방식의 사립대 지원 방식이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현 사회에서 불필요한 사립대를 계속 유지하게 하는 수단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대학 간 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다. 정부가 기본 재원을 지원해준다면 사립대는 입학정원이 줄어드는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주어진 재원 내에서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더욱 집중할 것이다. 노력하지 않으면 다른 대학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5~10년 내에는 대학 스스로에 의한 탄력적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다. 대학의 구조조정은 학생, 학부모, 미래의 국민이 선택하는 것이지 정부가 평가의 잣대를 가지고 인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사립대에 기본 재원을 지원한다면,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 지향하는 목표와 실행방안이 있다면. 또 울산대만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은.

“울산대는 지난 50년간 지역의 큰 도움을 받았다. 울산이라는 도시가 산업도시로 성장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울산대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에 보답하기 위해 울산대는 울산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산학협력이다. 기업과의 산학협력을 넘어 즉시 기업에 투입될 수 있는 인재양성이 목표다. 이를 위해 울산대는 자신의 미래를 조기에 설계하고 그에 맞는 현장 지식과 경험을 찾는 것을 강조하며, 대학교 1·2학년부터 미래 설계를 위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대학은 대학, 직장은 직장이라는 기본적인 인식을 개선해 대학에서 직장을 경험할 수 있는 인재양성소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울산대만의 최대 경쟁력은 현장 맞춤형 인재양성을 위한 최고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울산대만큼 좋은 산업 환경을 가진 대학은 없다. 울산에는 자동차·중공업·화학공업 3대 대한민국 주축산업이 포진돼 있다. 재학생들은 1·2학년부터 개인의 목표를 가지고 현장을 누비며, 필요한 지식은 대학에 와서 습득할 수 있다. 현장에서 가치 있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대학의 환경이 우리 대학의 최대 강점이자 경쟁력이다.”

- 울산대 제2캠퍼스가 오는 2018년 울산산학융합지구에 개교한다. 대학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울산산학융합지구에 울산대는 첨단소재공학부와 화학부 등 두 개 학부가 입주한다. 주목할 점은 지역 대학 중 하나인 울산과학대학의 환경화학과도 들어온다는 점이다. 이와 더불어 울산에 입주할 예정인 첨단산업연구소와 화학기계소재연구소도 함께 입주한다. 울산대 제2캠퍼스의 의미를 넘어 새로운 형태의 대학·기업·정부 간의 거버넌스가 탄생하는 것이다. 울산대 학생들은 신입생부터 입주 연구소에 연구원이 되고 입주 기업의 예비 직원이 된다. 1학년 때부터 산업현장에 투입돼 실질적인 업무를 배우고 자신의 미래를 찾을 수 있게 된다. 또한 필요하면 본교로 와서 추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지역 인근 대학과 정부 및 기업이 함께 대학이 존재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방식이 될 것이다.”

- 청년실업은 대학의 고질적인 골칫거리다. 울산대만의 취업전략이 있다면.

“재학생의 취업을 위해 대학교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은 자기 존재에 대한 자부심과 확신을 갖게 하는 것이다. 추상적일 수 있지만, 울산대에서는 재학생에게 신입생 때부터 정직하라고 가르친다. 이는 규칙을 지키고 남을 배려하고 겸손하다면, 미래가 50% 이상 보장된다는 신념에서 나온 것이다. 이를 위해 울산대는 학생 스스로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역할만 할 뿐, 스스로 자각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고 있다. 1학년 때부터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설계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조기 설계를 통한 구체적 목표 설정과 정체성 확립은 자기 자신의 역량을 개발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 현재 시국이 혼란스럽다. 마지막으로 국민과 대학 구성원 및 동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 대한민국의 상황은 정치적, 경제적 문제 등 다양한 위기 속에 놓여있다. 그 어려움 때문에 힘든 고통을 겪고 있지만,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 위기 극복에 천재라고 생각한다. 지난 6·25 전쟁과 외환위기 등 숱한 위기를 겪으면서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결집력을 보여줬다. 이번 위기에도 좌절하지 말고 민주주의의 가치와 민주주의 정부의 존재 가치를 확립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현재 제조업 중심에서 4차산업혁명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개별 경제주체들이 현 상황이 진화와 진보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나라 탓, 정부 탓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지금 이 시간부터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개별 경제주체로서 그러한 사고와 행동을 실천하겠다고 마음먹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 지식인의 역할이다. 말로만 지식인이 아닌 그 명칭에 걸맞은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에게 가치지향적인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양극화나 균열보다는 통합·이해·균형·양보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 스스로의 노력과 지식인의 행동이 앞장선다면 현재의 위기는 정치적·경제적 안정과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대담 = 김석준 발행인 / 정리 = 최상혁 기자 / 사진 = 한명섭 기자>

<대담 = 김석준 발행인 / 정리 = 최상혁 기자 / 사진 = 한명섭 기자>

■ 오연천 총장은…

1951년 충청남도 공주에서 태어났다. 서울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뒤, 뉴욕대 대학원에서 재정관리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로 부임하며 대학과 인연을 맺은 그는 서울대 행정대학원 원장, 총장을 지낸 이후 지난 2015년 3월 제10대 울산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외부에서는 한국조세학회 회장, 기획예산위원회 위원, 한국공기업학회 회장,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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