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사립대 부정비리로 사회여론 악화 및 제재 강화 부담 날로 커져”
사립대 바라보는 패러다임 변환 위한 자정·퇴출 목소리 제기

대학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특히 사립대는 더 그렇다. 일부 부정 비리 대학이 연일 매스컴에 이름을 오르내리며 전체 사립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각인된 이유에서다. 정말 모든 사립대 경영진은 부도덕하고 대학 운영은 불투명하게 이뤄질까. 대학들은 ‘억울하다’고 호소한다. 그 오해를 벗고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대학 자체의 자정 노력이 최우선이지만 사립대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적 인식의 전환도 함께 요구된다는 게 대학가의 중론이다. 위기에 놓인 대한민국 사립대. 총장들의 말을 들어봤다.

연재순서
➀ 재정난에 빠진 사립대와 교육부의 ‘줄세우기’
➁ 사립대 재정 체질 개선과 재정교부금법 제정
➂ 사립대 재정위기, 대학규모에 따라 다른 양상
➃ 하위권 대학 학생도 교육 받을 권리가 있다
➄ 사립대 학교법인, 투명성 높이는 노력 필요해
➅ 비리·부실 사립대에 대한 총장들의 시선은?
➆ ‘사립대 바로보기’ 국회 포럼

[한국대학신문 이연희·이현진 기자] 지난 2013년 광주·전남지역에서 이른바 ‘교육재벌’로 불리던 대학설립자 L씨가 등록금인 1000억 원대 교비를 횡령한 혐의가 밝혀지며 대학가는 충격에 휩싸였다. 1998년에는 교비 400억여 원을, 2007년에도 4억여 원을 횡령한 전력도 있었다. 당시 4개 대학을 운영하던 L씨의 비리 행적이 낱낱이 밝혀졌다. 이후에도 ‘비리 사학’ 문제는 심심치 않게 불거졌다. 총장이나 이사장의 교비 유용, 입시비리, 채용비리 등의 감사 결과도 쏟아져 나왔다. ‘사학=비리’라는 인식이 더 굳어졌다.

지난 9월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방지법), 소위 김영란법도 마찬가지다. 사립학교 교직원과 사학재단 이사진이 부정청탁방지법 대상으로 포함된 것은 그만큼 사립대학이 공적 가치보다 사사로운 이익에 치우친다는 이미지와 사회 여론을 반영하고 있다.

■ ‘의혹’에 감사 받으면 ‘부정·비리’ 낙인…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 실제 문제가 불거졌던 대학의 경우 그 입지를 회복하는 데도 적잖은 어려움이 따른다. 수도권 A 사립대는 지난 2013년 교육부 회계감사 결과 전 총장과 이사장의 법인카드 유용 혐의 등이 밝혀지며 홍역을 치렀다.

대학이 받은 타격의 여파는 상당했다. 신입생모집은 물론이고 취업, 지명도, 대외평판도 등의 자체 평가 결과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게 A대학 총장의 말이다. 정부의 재정지원에도 타격을 받았다. A대 총장은 “사립대는 교육부 감사나 지적에 걸리면 거의 모든 재정지원사업에서 한 번은 고배를 마시게 된다”며 “가령 선정되더라도 사업비를 감액해 이중고통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그 여파가 구성원들에게 전가됐다는 점이다. 학령인구감소와 등록금 인하 요구 속에서 대학의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재정 지원을 필요로 하건만 페널티가 대학에 가해질 경우 부정비리와 관계없는 학생과 교수들에 교육·연구 환경을 조성하기 어려워진다는 지적이다.

비리 여부와 관계없이 ‘감사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문제의 대학’이 돼 버리는 인식 자체가 대학의 고충을 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A대 총장은 “진실과 관계없이 언론에 한 번 보도되면 데미지가 크고, 감사 결과 혐의가 없다고 밝혀지더라도 ‘감사 대상’이었던 이미지는 쉽게 지워지지 않더라”라고 말했다. 부정비리 관계자들을 척결한 후에도 해당 대학의 이미지 회복은 쉽지 않다는 점도 고충이다.

■ 일부 대학 문제 대학 이미지로… “규제 걷고 자율성 달라” 요구 = 문제는 일부 부정비리를 저지른 대학이 해당 대학을 넘어 전체 사립대학 이미지로 쉽게 굳혀진다는 데 있다.

사립대 총장들은 부정비리 대학은 극히 일부라면서 ‘억울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 B 사립대 총장은 “일부 대학의 부정 비리 사건이 터지면 마치 모든 사립대학의 공통된 얘기로 여겨지는 것은 문제”며 “‘비리 사학’은 극히 일부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대중의 비판을 넘어 전체 사립대에 대한 통제 강화로 이어지는 데 대한 우려도 나왔다. 정부에서 과도하게 일반 다른 사립대까지 제재하려 든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로 대학의 자율과 기관의 관리감독이 충돌하면서 대학의 고민은 깊다. 특히 정부의 사학비리 척결 정책이 결국 전체 대학 길들이기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총장들은 목소리를 모았다.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을 지냈던 홍승용 중부대 총장은 사립대 토양을 감안, 구조개혁 과정에서 부실한 경영이나 학생 등록금으로 교육을 제대로 안 시키는 경우 감사를 통해 경영비리를 조사하고, 실제 발견되면 문 닫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대학들을 중점 감사해야지, 비리를 저지른 대학들 일부 때문에 전체 사립대를 비난하는 것은 침소봉대(針小棒大)라는 얘기다.

지역 C 사립대 총장 역시 이러한 전방위적 압박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대학의 교육과 연구가 경직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연구비를 예로 들 때, 연구책임자에게 자율권을 줬는데 몇 명이 비리를 저질렀다고 해서 전체 법을 빡빡하게 만들곤 한다. 1만원 이하의 영수증까지 증빙 요구하는 등 행동 가이드라인을 세세하게 만들 경우 연구 과정이 일률적으로 경직되고 왜곡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본다”면서 “법이 평균적인 현장의 관행을 반영하고 도덕에 맡겨야지, 극단적인 부정비리에 기준을 맞춰 규정을 강화한다면 자율성을 해치게 되고, 촘촘해진 그물을 빠져나가려고 무리수를 두는 경우도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전체 사립대가 부정 비리 이미지를 얻게 된 데 대해 법인 법정전입금과 적립금 관련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총장들의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됐다.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국민건강보험법 등에 따라 사학 법인이 교직원의 연금부담금과 건강보험료, 재해보상부담금 등을 부담하기 위해 내야하는 법정전입금을 100% 내지 못하는 대학이 드문데, 법정전입금을 부담하지 못하는 대학은 부정 비리 대학처럼 비춰진다는 토로다.

사립대들은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이 법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이 많고 수익용 기본재산이 있더라도 불황과 저금리가 겹쳐 수익률도 낮아 교비회계에서 부담하는 대학이 전체 사립대 4분의 3에 달한다. 재정 압박 속에서 100%를 부담하는 대학에 대한 박수는 작은 대신, 법인의 재정적 도움이 받쳐주지 않아도 애쓰는 대학에도 무책임한 대학으로 비춰지는 ‘때리기’여론에 대한 부담감을 표하기도 했다.

■ 오명 벗으려면 대학이 자정해야 = 부정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대학구성원들의 감시 견제기능을 강화하고 부정 비리 당사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덩달아 힘을 얻고 있다.

사립대학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제고하라는 시민단체의 요구는 거세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지난달 ‘사립대학 부정비리 근절 10대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비리 당사자 대학 복귀 금지 △사학분쟁조정위원회 폐지 △법인 및 대학 친인척 근무 제한 △부정비리 처벌 강화 △사립대학 교육부 감사 강화 △대학 자체 감사 내실화 △대학구성원 자치기구 법제화 △대학평의원회 역할 강화 △대학 정보공개 강화 △개방이사 제도 강화 등 뿌리부터 사립대 내부 견제-감시 기능과 부정비리 발생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사립대 총장들 역시 실효성 있는 부정비리 근절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B대 총장은 대학과 신축건물 및 시설공사 계약, 기자재 납품 과정 비리 등 지역 상공인들과의 관계에서 비리가 발생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대학 차원의 청렴 선언과 내부고발을 활성화 하는 등의 조치를 두는 방안을 제안했다.

B대 총장은 “정부부처의 일률적인 감사는 한계가 있다. 대학과 관계가 있는 지역 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크로스 체크하는 식의 실효성 있는 감사라면 강화해도 대학들은 떳떳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철 대구가톨릭대 총장은 “이미 대학의 생존이 화두인 지금 대학 문제를 부정비리 집단으로 보는 접근은 한계가 있다”며 “대학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고차원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사립대가 다양성과 자율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조성하고 실제 경쟁력 제고 사례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가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지역 D 사립대 총장은 대학 차원에서 신뢰성을 회복하고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부정비리 이미지 자정 활동을 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이 믿을 수 있는 기관으로 책무성을 갖고 바로 서야 하는데 흠결이 있다면 충격적일 것”이라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나 사총협 등 대학협의체 차원에서 부정비리가 심각한 대학은 회원교 자격을 일정기간 박탈하는 등 조치를 취해서라도 자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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