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재익 기자]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사람들은 옷깃을 여미고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발길을 재촉한다. 어딘가에 눈길을 주기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생각이 강해진다.

한 달째 진행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집회가 추위와 만났다. 대학생들의 집회도 마찬가지다. 24일 서울 대학로, 신촌, 강남 일대에서 진행된 숨은주권찾기 2차 집회는 1차 집회보다 그 수가 줄었다. 눈으로도 확인될 정도였다. 함께 했던 총학생회 등이 선거 등으로 인해 더 이상 참여할 수 없게 된 것도 악재로 꼽혔다. 추위와 어둠은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막았다.

1차 집회에서 300명이 넘게 모였던 대학로 집회는 가장 많은 인원이 모였을 때 150여명 정도였다. 체감기온 영하 10도의 추위는 초를 잡기보다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게 했다. 촛불을 번번이 꺼버리는 바람도 학생들에게 돌아가라 유혹했다.

집회 후 종각까지 진행된 행진은 최소 인원 200명을 넘지 못해 차도 대신 인도로 진행됐다. 100여명의 학생들은 “박근혜는 퇴진하라”, “새누리도 공범이다”, “국민주권 다시 찾자” 구호를 외치며 종각으로 나아갔다. 예상보다 적은 인원수에 목소리도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행진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오히려 예전보다 더욱 따뜻했다. 박수를 치는 사람들도, 힘내라 격려하는 사람들도 더 많았다. 추위에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던 사람들도 학생들을 향해 박수를 치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인도로 걷는 행진대열은 대중들과 더욱 가까워졌다.

종로 3가 낙원상가 앞에서는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다른 시위대와 마주쳤다. 서로가 걸어가는 방향은 달랐지만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가 교차했다. 행진 후 진행된 마무리 발언에서 한 고등학생은 경남 진주에서 9시간이 걸려 서울에 온 것이 후회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추위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이 더 문제였다.

대통령과 측근들의 국정농단 실태는 그칠 줄 모르고 보도되고 있다. 첫 피해자였던 대학생들은 이제 동맹휴업까지 결심했다. 교수들도 동참의 뜻을 나타냈다. 얼굴이 얼어붙어 목소리도 제대로 나지 않을 추위가 다가왔지만 거리로 나선 이들의 가슴은 더욱 뜨거워졌다. god의 ‘촛불하나’가 머릿속을 울렸다.

매순간이 역사의 한 부분이지만 최근 몇 주는 분명하게 기록될 역사일 것이다. 특히 대학생들은 주인공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대학생들은 과거에도 대한민국의 중요 시국마다 목소리를 낸 주역 중 하나였다. 4.19 혁명도 6월 항쟁도 그랬다. 거리에 나온 학생들은 “후세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꼭 나오지 않아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한 학생도 있었다.

추위는 날이 갈수록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청와대는 이 시국을 끝낼 생각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거리로 나오는 촛불들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후대에는 어떻게 기록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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