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규·조열제 교수, 20년간 학술대회 열어

"석학과의 교류 통해 노벨상 수상자 배출되길"

▲ 20년간 사비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김종규 경남대 교수(왼쪽)와 조열제 경상대 교수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교수에게 가장 중요한 권리이자 의무는 바로 교육과 연구다. 질 높은 교육을 위해서는 풍부한 연구를 통해 가르칠 만한 결과물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석학들과의 교류가 필수적이다.

수학을 전공하는 김종규 경남대 교수와 조열제 경상대 교수는 약 20년간 세계의 유수한 석학들과 교류를 증진하고 정보를 교환하고자 사비를 들여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해오고 있다.

비선형함수해석학및응용이라는 이름의 국제학술회의는 지난 1995년부터 시작됐다. 1994년 미국을 방문한 김종규 교수는 현지에서 여러 학자들을 만나며 국내에서도 우수한 외국 학자들과 교류를 나눌 기회가 필요함을 인식하고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김종규 교수는 "후배들과 대학원생들이 외국에 안 나가더라도 외국의 학문과 학자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귀국하고 바로 학술대회를 만들었다"고 대회 개최 동기를 밝혔다.

학술대회 개최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외국 학자들에게는 생소한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개최되다보니 초청비용은 물론 항공, 숙박비 등 일체 비용을 부담해야 초청이 가능했다. 김종규 교수는 "첫해 학술대회 열 때 진 빚이 아직까지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조직 구성 및 운영과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던 김종규 교수는 고교·대학 동문인 조열제 교수와 힘을 합쳤고 두 교수는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현재까지 12회의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초청인원도 최초 3명에서 100명으로 늘었으며 초청비를 주고 초대했던 외국 석학들이 이제는 참가비를 내고 참여할 정도로 성장했다.

학술대회 개최의 성과는 연구의 질 향상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났다. 학술대회를 개최하면서 알게 된 학자들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공동연구까지 이어져 우수한 논문을 쓰게 된 것이다. 김종규 교수는 약 350편의 논문을 썼으며 인용도가 가장 높은 논문에 부여하는 대한수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조열제 교수는 전 세계에서 논문 인용수가 가장 많은 상위 1% 연구자에 3년 연속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학술대회에 참가한 외국 석학들이 본국에 돌아가 또 다른 학술대회를 만드는 것도 성과 중 하나다. 김종규 교수는 "일본ㆍ대만ㆍ 베트남ㆍ인도ㆍ 중국ㆍ 태국 등에서 초청한 학자들이 자기 나라에서 비슷한 학술대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국내 젊은 학자들과 학생들의 안목과 견문이 넓어지는 것도 학술대회의 결과물이다. 조열제 교수는 "지방에 있다보니 공동분야에 대해 토론을 나눌 사람이 적고 큰 도시에 있는 대학보다 최신정보를 얻기도 힘든데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해 정보교환과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고 밝혔다.

20년간 국제학술대회를 끌어오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을까. 김종규 교수는 경제적 문제와 함께 수학과 통폐합으로 인한 대학원생 감소를 꼽았다. 취업률이 대학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가 되면서 각 대학들은 수학과를 수학교육과로 합쳤고 사범대에 편입된 수학과는 대학원생을 배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김종규 교수는 "한국사회가 기초학문을 소홀히 하고 시장경제 논리로 들어가다보니 수학 전공의 석ㆍ박사가 사라진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국가 지원을 통해 대학에서 수학자 후진 양성을 해 수학이 재미있고 가치 있는 학문이라는 걸 보여줘야 고교에서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두 교수는 젊은 학자들과 학생들에게 건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종규 교수는 공동연구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연구하고 논문을 쓰는 목적은 내 이름을 날리기 우해서가 아니라 사회에 이바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동연구를 하면 내 연구의 모순점도 잘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열제 교수는 "우리나라가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아직 배출하지 못한 반면 일본은 자연과학 분야 노벨상만 22명을 배출했다"며 "우리 학자들이 열심히 연구하고 제자들도 많이 길러서 앞으로 노벨과학상,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