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행정·체제 개편으로 정부 재정지원사업 ‘석권’

지역 특색을 살려 해외로 바로 ‘취업’…글로컬 전략 돋보여
국내 최초·최대 실습형 학교기업 원광테크노마켓(WM) 개관
"권역별·계열별 고려한 전문대학 육성책 필요"…질적·양적 확대도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우리대학에 슈퍼맨은 없다. 슈퍼팀만 있을 뿐이다. 혼자 생각하면 꿈이지만 여럿이 꿈을 꾸면 바로 현실이 된다.”

지난해 3연임에 성공한 김인종 원광보건대학교 총장이 늘상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다. 김 총장은 한 명의 잘난 사람보다 여럿이 함께하는 행정의 힘을 믿는다. 그는 자신의 3연임이 가능했던 이유와 지금의 원광보건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자기 자신의 개인 능력보다도 구성원들이 함께해 줬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앞으로 닥칠 학령인구 급감 속 대학 무한 경쟁사회에서도 김 총장이 예견하는 원광보건대학교의 미래는 밝다. 김 총장은 “함께하는 행정을 추구하다보니 서로 경쟁하면서도 같이 가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그 힘으로 우리 대학이 발전해온 것처럼 앞으로 미래도 그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 3연임째다. 지난 10여 년간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고 원광보건대학교를 이끌어 왔나.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이다. ‘학생이 행복한 대학 Happy campUs!’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이것이 단순한 캐치프레이즈에 머물지 않도록, 더 나아가 ‘전문대학을 졸업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가 더 큰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지난 10여 년간 우리 대학 모든 구성원들은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 그간 추진해 온 정책 중에 내세울 것도 많겠다.
“크게 교육 정책과 조직 운영 측면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교육 정책 측면에서는 LTM기반 실용교육이 있겠다. 러닝(Learning)-트레이닝(Training)-마케팅(Marketing)으로 이어지는 직업교육 특성화 체제를 구축했다. 전문대학의 장점인 전문직업인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 틀을 마련한 것이다. 두 번째는 글로벌 역량 강화 정책이다. 필리핀 세부에 화상외국어교육센터를 세워 실시간 온라인으로 교수 한 명이 네 명의 학생을 가르치도록 했다. 학생들도 처음에는 어려워했지만 점차 인사를 건네고 말 한마디 하는 과정 중에 자연스럽게 영어 교육이 이뤄졌다. 이를 바탕으로 단기적인 집중식 영어교육과정인 ‘글로윙 프로젝트’를 만들어 해외취업에 이르기까지 아주 성공리에 해나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조직 운영 측면이다. 우리 행정은 팀워크 중심의 행정으로, 그야말로 소통 행정이다. 단순 지시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과제가 도출되면 팀이 꾸려져 정책에 대한 토론과 검토 후 해당 행정부서로 이관, PDCA 성과 환류체계에 따라 움직여 나간다. 이러한 것들이 3연임으로 갈 수 있었던 기반이 됐고, 우리 대학의 성장을 견인한 요인이다.”

- 특히 해외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 대학은 1999년 필리핀 산카를로스 대학과의 MOU를 시작으로 미국, 호주, 캐나다, 일본, 싱가포르, 중국, 몽골, 캄보디아, 베트남, 네팔 등 세계 각국의 교육·산업기관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현재까지 해외인턴십, 글로벌현장학습, 해외취업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전 세계 13개국에 인재를 배출해왔다. 실제 지난해 43명에 이어 올해에는 54명의 재학생이 호주, 독일, 체코,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의 국가에 취업했다. 해외 유학생 유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중국 산둥에 위치한 현지 대학과 협약을 맺어 원광유학반을 만들었다. 현지 대학에서 기초 한국어를 가르쳐 보내면 우리대학에서 유학하는 시스템이다. 지난해에는 몽골 아치의과대학에 의무행정 공동학과를 개설하는 국제협력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몽골 내 처음 도입된 의무행정과의 운영과 학생지도에 대한 제반사항은 앞으로도 우리 대학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 보통 지방대학에서 글로벌 전략을 구호로 많이 외치는 것에 비해 성과는 많지 않았다. 이러한 성과를 내기까지 참 쉽지 않았을 텐데 이 대학만의 글로벌 전략이 있나.
“우리 대학은 수도권에서 떨어져 있는 지방대학이다.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수도권으로 가다보면 경쟁력이 너무 약해지더라. 물론 개별 차는 있겠지만 학생들의 수도권 취업을 몇 번 시도해봤지만 대다수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지역의 특색을 살려서 수도권을 거치지 않고 해외로 바로 취업하는 글로컬 전략을 택했다. 글로벌 교육 특성화 프로그램 ‘글로윙(Glowing)’은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학생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배양시키는 종합 어학교육 및 해외취업지원 프로그램이다. 입학할 때부터 300명가량의 학생을 글로벌 인재 양성 학생으로 선발한다. 이들은 학기 중에는 실시간 온라인 화상영어를 통해 말하기 훈련을 받고 방학이 되면 토익사관학교에서 집중 영어교육을 받는다. 여기에서 좋은 성적을 낸 학생들은 토익심화과정을 거쳐 해외 현장실습, 해외취업 등 집중화된 단계 코스를 밟는다. 그러나 막상 해외 인턴십과 취업을 내보내게 되면 현장에서 갈등하다 다시 되돌아오는 경우도 많이 생겼다. 학생을 학내에서만 지도할 게 아니구나 싶었다. 해외에서도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러시아, 몽골, 필리핀, 중국 등 4개국에 해외 출장소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상담과 지도, 심지어 생활 안내까지 이뤄지다보니 학생들의 중도 포기율이 줄어들었다.”

-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CC),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SCK), LINC사업, K-Move 스쿨, 청해진대학 사업 등 정부의 핵심 재정지원사업을 석권한 바 있다. 그 비결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정부 핵심 재정지원사업 석권을 비롯한 우리 대학의 성장에 가장 핵심적으로 작용한 요소는 ‘체제개편’이 아닐까 한다. 우리 대학은 기존의 다면화된 양적확장에서 질적이며 효율성 있는 조직 구성으로 변화시켜왔다. 대학 체재개편 특징은 ‘강점분야 특성화 기반의 학과 융·복합’이다. 단순히 허리띠를 졸라매는 감축운영의 한계를 벗어나 오히려 대학체질을 탄탄히 하는 하나의 요소로서 작용하도록 교육기반을 재정비했다.”

- 대학들이 높은 청년실업률 때문에 상당히 힘들어한다. 원광보건대학은 보건계열 대학이라 그런지 지방대학이면서도 취업률이 높은 편이다.
“예전엔 보건대학이라는 이점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보건대학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이 앞다퉈 보건계열 학과를 개설하고 있다. 심지어 일반대학의 보건계열 학과와도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우리대학이 취업률에 강점을 가진 것은 재단 보유 중인 전국 336개 의료·보건·복지·산업 기관 인프라 때문이다. 법인산하 원광대학교병원, 치과 및 한방 병원 등 의료기관, 교육·복지기관 등과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이루고 있다. 대학 자체적으로는 전공과 관련된 1500여 개 산학협력기관, 700여 개 가족회사 등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대학 자체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취업자 가운데 유관기관·산학협력기관·가족회사 취업자가 60%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 최근 실습형 학교기업 원광테크노마켓을 개관했다.
“다년간의 학교기업 사업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와 전공연계 특성화 비즈니스 모델의 융합을 통해 올해 9월 국내 최초·최대 실습형 학교기업 원광테크노마켓(WM)을 열었다. 원광테크노마켓은 학과 전공교육 및 실습, 실제품 판매까지 모두 이뤄지는 취·창업 역량 강화 시설이다. 학생들에게 실산업현장에서 직무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취업률을 대폭 향상시키고, 다양한 전공 관련 제품 판매로 발생된 수익을 교육에 재투자하는 선순환적 교육 마케팅의 대표적 모델이라 할 수 있다. 향후 ‘1학과 1기업’을 목표로 학과-학교기업 간 연계 프로그램을 확대 편성하고, 다각적인 시장 분석을 통해 원광테크노마켓을 보완, 발전시켜 대학 재정에 기여하는 한편 관련 분야의 차세대 리더를 배출하는 현장 밀착형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가고자 한다.”

- 전문대학의 경우 자칫 기술교육 쪽에 치중하다보면 인성교육에 소홀해질 수도 있겠다. 종립대학으로서 인성을 강조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나.
“인성교육은 글로써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다. 강조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감성의 영역이다. 스스로 경험하고 느끼면서 배울 수밖에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원봉사를 통한 인성교육이다. 간호, 치기, 치위, 미용, 사회복지 등 각 학과별로 전공동아리를 만들어 지역사회와 연계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매년 여름방학마다 필리핀으로 해외봉사단을 파견하기도 한다.”

- 현재 교육부의 전문대학 정책에 대해 아쉬운 점은 없나.
“갈수록 학령인구가 부족해지고 등록금도 줄어들고 있다. 결국 모든 대학이 안고 있는 것이 재정지원 확충 문제다. 지방대학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없다. 특히 교육부의 모든 정책들이 일반대학 중심으로 가다보니까 지방 전문대학의 경우 국고를 아무리 따더라도 그 순간을 모면하는 형태지 튼튼해지는 기반이 되지 않는다. 교육기반을 좀 더 튼튼히 할 수 있도록 전문대학에 대한 재정 확충이 안정적으로 이뤄졌으면 한다. 또한 전문대학을 대상으로 하는 고교-대학-산업체 연계 정책들이 주로 이공계열 중심적이다. 특히 산업기반이 취약한 지방에서는 이러한 연계교육에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향후에는 권역별 고려와 더불어 계열별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전문대학 육성정책과 그에 따른 사업들의 양적ㆍ 질적 규모가 확대된 사업편성이 요구된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재정지원을 받는 국고도 결국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자구노력을 통해 재정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달라. 대표적으로 학교기업이나 유학생 유치와 관련된 규제를 완화해줄 필요도 있다.”

- 남은 임기 동안 원광보건대학을 어떤 대학으로 만들고 싶나.
“원광교육 브랜드의 가장 기본적인 것은 삼색인증이다. 첫째는 인성교육이다. 사회적으로 돈 버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인성교육이 되지 않으면 돈을 잘못 사용하게 되고 큰 문제로 이어진다. 둘째는 글로벌 역량이다. 이 다음 세대들의 무대는 세계다. 그에 맞게 글로벌 역량을 키워줘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창의력이다. 아무리 인성이 좋고 글로벌 역량을 갖춰도 꿈만 꾸면 될 수 없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는 창의인재가 돼야 한다. 이 세 가지가 잘 갖춰진 원광교육이 브랜드화 되도록 노력하겠다.”

■김인종 총장은…
1958년생. 원광대 원불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를 받았다. 한서대 대학원에서는 노인복지학과를 전공,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원광보건대학 사회복지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기획조정처장을 맡은 바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 2010년에는 이사를, 2013년에는 감사를 각각 지냈다. 지난 2007년 9대 총장으로 취임했으며 이후 10대, 11대 총장으로 재선임됐다.

<대담=김석준 발행인 / 정리=천주연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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