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없는 한국어 실력 … 불편함 호소
전문가 “실력 검증과 프로그램 적극 홍보 필요”

[한국대학신문 김태우·황성원 기자] 학문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대학원 유학생들이 수준 이하의 한국어 실력 때문에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에서는 이들의 원활한 생활을 위해 입학 시 한국어 실력을 검증하거나 여러 가지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 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 알리미에 따르면 2016년 12월 현재 대학원에 입학한 외국인 유학생 1만7088명 중 64.7%인 1만1061명은 한국어능력시험 3급 이하의 성적을 갖고 있다. 한국어능력시험 3급은 음식을 주문하거나 전화를 거는 등 사회적 관계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언어기능만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심지어 포스텍·KAIST·GIST 등 이공계 특성화대학의 경우 강의를 듣거나 논문을 쓸 때 영어 전용 학습 환경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외국인 입학 시 한국어 능력을 아예 검증하지 않는다.

고려대와 연세대 등 서울 소재 주요 대학도 한국어능력시험 3급만 충족하면 된다. 세종대는 정부초청장학생이나 외국 정부 지원 장학생은 2급을 요구했지만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학생은 어학능력을 검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실제 외국인 학생들은 실생활의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GIST 언어교육센터 강사 이소림 씨는 이들의 언어문화 교육현황을 연구한 ‘이공계 특성화대학의 한국 언어문화 교육 현황과 과제’ 논문에서 이공계 특성화대의 경우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연구실과 수업 등에서 한국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환경에 놓여 있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사립대 언어교육원 강사 A씨는 “대학에서 영어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유학생들을 모으지만 영어권 국가가 아닌 유학생에게는 영어도 외국어일 수밖에 없다”며 “영어 수업마저도 대학원에서 체계적으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 학생의 어려움은 더욱 커진다.

서울 소재 대학원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B씨는 강의 첫날 수업을 듣고 수강변경 신청을 해야 했다. 강의 교재와 수업 자료는 영어로 돼 있어 당연히 영어 수업일 줄 알았지만 교수가 한국어로 수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유학생 C씨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한국 학생들과 대부분 영어로 소통하지만 서로 잘 이해하지 못해 답답할 때가 있다”며 “한국어를 못하는 자신을 탓해야할지, 영어를 못하는 한국 학생을 탓해야할지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행정 업무를 처리해야 할 때면 한국인 친구의 도움이 필수다. 출장보고서 등 행정업무를 비롯한 대부분 보고서 양식이 한글로만 돼 있기 때문이다. 등록금 납부나 공공기관에서 일을 처리할 때도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증언이 많았다.

한국인 학생 역시 불편함은 만만치 않다.

가톨릭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D씨는 “외국인 유학생과 연구실을 함께 쓰면서 오직 영어로만 소통했다. 아무래도 영어로 토론하고 실험을 진행하다보니 심도 있는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려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E씨도 “대학원 수업은 소수정예”라며 “외국인 유학생과 수업을 들으면서 토론할 기회가 많았는데 영어로만 이야기하다보니 서로 의견을 오해한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대학은 외국인 학생에게 재학 중 한국어 실력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과 교양 수업을 제공하고 있지만 홍보가 부족해 참여율은 저조하다.

상명대의 경우 외국인 학생을 위한 한국어 쓰기 교육이나 논문 작성 과정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한국어능력시험 5급 이상을 가지고 있으면 50% 장학금 혜택을 주는 등 학생들에게 한국어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고 있다.

세종대는 외국인 학생의 한국어 학습 장려를 위해 논문 심사 신청 전까지 한국어능력시험 1등급 향상 취득을 의무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대학원 재학생일 경우 교육비 50%를 지원해주고 있다.

언어교육원 강사 A씨는 “학교에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지만 홍보가 안 돼 참여도가 미미한 것이 사실”이라며 “먼저 개별 대학원에서 프로그램을 적극 홍보하면서 외국인 유학생과 원활한 소통이 이뤄져야 상생하면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소림 씨는 “학업 시작 전 한국어 연수를 강제하든가 입학 전형에서 기본적인 언어 능력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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