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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처럼 생겼던 자유전공, 이제는 너도나도 통폐합고질적 문제에 존폐 기로…통합교육 대안 못 되나
윤솔지 기자  |  ysj@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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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08  2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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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부터 각 대학들 연이은 폐지, 타 학과에 흡수
학과 정체성 잃고 소속학생 40% 상경계열 선택, 커리큘럼·교수진도 부족
기초학문 뜻 가진 학생들 희망 2018년 통합교육 선행 모델

 [한국대학신문 윤솔지 기자] 융합교육의 새로운 장으로 평가받았던 각 대학의 자유전공학부가 존폐 기로에 섰다.

지난 2009년 로스쿨 설립과 함께 법학과가 폐지되는 것과 동시에 만들어진 자유전공학부는 대부분 1학년 기초교양 중심, 2학년 전공 선택·심화 커리큘럼을 따르고 있다. 자전은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에게 진정한 진로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고 미래 융합형 인재를 키운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반대로 애초 취지와는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상경계열 전공 선택 쏠림현상 △부실한 커리큘럼 △중도휴학 및 학업 중단 △선후배 네트워크 부재 △학과 적응 어려움 △학과 행정 인력난 △학교 측 지원 부족 등은 자유전공학부 설립 후 꾸준히 지적되고 있는 문제들이다.

■ 자전 너도나도 통폐합…학과 정체성 의심받아 = 연세대는 2014년부터 자유전공학부를 폐지하고 정원을 글로벌융합학부에 통합했다. 성균관대는 글로벌리더학부로 중앙대는 공공인재학부로 명칭을 바꾸고 학과의 정체성도 ‘고시’ 준비에 맞게 탈바꿈했다. 한국외대도 2013년 자유전공학부를 폐지하며 외교관 양성에 주력하는 신설학과를 설립했다. 사실상 ‘융합 학문’과 ‘주도적 학습’이 자유전공학부 안에서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기에 실패했다는 학교 측의 판단에서 나온 결과다.

   
▲ 고려대 미래대학 초기 설립안에 자유전공학부 폐지안이 거론되자 자전 총학생회가 학교 측의 불통행정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최근 고려대는 미래대학(가칭 크림슨칼리지) 초기 설립안에 자유전공학부 폐기와 정원 흡수를 내세웠다가 소속 재학생들과 교수들의 반발로 철회했다. 갈등이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정원을 마음대로 빼려했다는 의혹은 남아있다.

고려대 자유전공학부는 과거 쟁쟁했던 법대의 위상을 이어받은 개념으로 지도교수가 대부분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들이다. 학생들은 필수·핵심 교양 과목을 이수한 후 제1전공을 선택하면서 필수로 ‘공공거버넌스와 리더십 융합전공’을 듣는다. ‘공공거버넌스와 리더십 융합전공’은 사법·행정고시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전공과목으로써 법학·행정학·경제학이 포함됐다.

실제로도 ‘자유전공학부’라는 명칭이 무색할 만큼 프리 로스쿨의 성격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고려대 자유전공학부 관계자는 “로스쿨로 가는 학생 비율이 높다. 고려대 로스쿨에 10% 정도 진학하고 나머지는 타 대학 로스쿨로 간다”고 밝혔다. 미래대학이 융합교육을 추구하는 것과 기존 자유전공학부 정체성이 겹쳐서 통폐합하려했던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에 “오히려 자유전공학부는 법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주로 오는 학과”라며 “다른 학과 학생들이 공공거버넌스와 리더십 전공을 이수하기 위해 역으로 오는 비율이 지난해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해명했다.

■ 고질적 문제 그대로 안은 현주소 =
이처럼 대부분의 대학들이 자유전공학부를 통폐합하는 것은 기존 취지와 맞지 않게 운영된 탓이 크다. 초기 우리나라 대학의 자유전공학부는 미국의 학부중심대학(Liberal Art College)를 벤치마킹해 학생의 인문과 기초학문의 역량을 강화하고 ‘융합 인재’를 양성한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융합 학문의 커리큘럼이 제대로 정립되지 못했고 신설학과다보니 교수진의 확보도 어려웠다. 학과의 정체성이나 안정성이 담보될 수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불안감도 컸다. 학과 간 소통이 부족하거나 학생 지도에 소홀하게 되면 학생들은 2학년 때부터 다른 과에 더부살이하는 입장으로 전락하거나 적응을 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겼다.

그런 상황에서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은 사회적 인식이나 취업률 때문에 상대적으로 취업이 잘되는 상경계열을 선택하거나 학업을 중단하고 아예 고시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행정적 측면도 어려움이 많다. 행정실에 직원이 한 명뿐이거나 지도교수들까지 나서 일당백의 역할을 하는 대학도 있다. 행정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일일이 수기로 행정업무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유전공학부 실험’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서울대도 어려움과 한계가 노출되고 있다. 서울대는 학생이 선택한 전공학부에서 △수강신청, △팀플 △과제 △족보 △학사일정에 대한 정보 등을 해당 학부 선배에게 전달받을 수 있도록 2009년 멘토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나 2014년 이후에는 학교에서 멘토 지원금이 나오지 않아 자유전공학부 내 졸업생이나 학부생으로 자체 멘토를 선정하고 있다. 또 자유전공학부에 진학한 학생들의 주 전공 선택건수 2093건 중 지금까지 상경계열을 선택한 경우는 630건으로 약 30%에 달한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관계자는 “타 대학 관계자들이 ‘서울대니까 성공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도 프리 로스쿨이라는 선입견을 벗기 위한 이미지 탈피 노력을 했다. 학생들의 상담과 어려움을 돕는 전문위원을 두고 꾸준히 진로 지도를 실시했고 적성에 맞지 않다면 상경계열의 진학을 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시립대 자유융합대학에는 자유전공학부, 융합전공학부, 교양교육부가 소속돼 있다.

미래 융합교육의 대안으로서 부활할 가능성은 = 여러 어려움과 지적들에도 자유전공학부는 매력적인 요소가 충분하다. 자유전공학부만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지원한 학생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의 학생설계전공 제도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나만의 과’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지금까지 △문화서사학 △미래학 △인지시스템공학 △음식학 △인간로봇상호작용학 △인권학 등의 생소한 융합학과들이 탄생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관계자는 “미래를 보는 관점에서는 불확실성도 있다. 그럼에도 순수학문의 열정을 가진 학생들이 상당히 많이 있고 자기주도적으로 길을 개척하겠다는 용감한 성향의 학생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자유전공학부는 다가올 문·이과 통합교육의 선행 역할을 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서울대 권도연씨(자유전공학부 4)는 종교학과 아시아언어문명학부의 서아시아언어문명을 전공했다. 권씨는 “입학 전부터 아랍 지역 이슬람 여성 인권에 관심이 있었다”며 “자유전공에 와서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 후회하지 않는다. 학부가 통폐합되고 사라지는 학교들을 보면 안타깝다. 대학에서 자기가 정말 원하는 분야를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문·이과 통합 교육정책이 현실화되고 미래 학제 간 융합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된다면 현재 존폐 위기에 학과 정체성마저 의심받고 있는 자유전공학부의 부활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다만 기존 자유전공학부의 비판받던 모습에서 탈바꿈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다. 기초학문을 토대로 한 융합학문 개척과 학생 주도적 학습이 가능해진다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성의 상아탑인 대학의 재평가도 가능하다.

학교 전체가 자유전공학부 체제로 운영되는 한동대 입학처 관계자는 “최대한 본인이 원하고 적성에 맞는 전공으로 인생의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자유전공학부의 역할이다. 진정한 융합교육은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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